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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공론화위원회를 전복하라!
대학입시 공론화위원회를 전복하라!
  • 김종영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8.05.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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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김종영 편집기획위원/경희대·사회학과

‘나꼼수’는 이명박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공론화위원회는 민주주의의 외피를 쓴 문재인 정권의 나꼼수다. 이번에는 교육부가 영리했다. 문재인 정부 1년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교육부가 대학입시문제라는 뜨거운 감자를 청와대의 국가교육회의로 넘겼고 이는 다시 공론화위원회로 넘겨졌다. 교육부의 꼼수는 명백하다. “그렇게 비난하더니, 그렇게 잘 났으면 너희들이 풀어봐.” 바보가 아닌 이상 국가교육회의도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몇 달 이내로 시민들의 대표가 공론화위원회라는 ‘숙의민주주의’라는 외피를 쓴 제도적 장치에서 이 문제를 풀게 된다.

왜 이 공론화위원회가 꼼수인가? 왜 시민들은 이 위원회를 전복해야 하는가? 첫째, 교육부는 대학입시라는 풀 수 없는 문제를 시민들에게 줬다. 학종(수시) 위주, 수능(정시) 위주의 대립은 애초부터 잘못되었으며 풀릴 수 없는 문제다. 과거의 우리 경험이 말해 준다. 둘 다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으며 공론화위원회는 이 둘 사이의 정치적 타협으로 갈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공론화위원회의 결과물로 국민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공론화위원회가 대학입시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풀 수 없기 때문이다. 풀 수 없는 문제를 풀려는 사람은 바보다. 결국 바보라는 딱지는 교육부-청와대-국민으로 전가된다. 시민들은 바보가 되며 집단시민지성에 대한 회의가 일어날 것이다. 원전 공론화위원회에서 진보진영이 ‘기울어진 운동장’ 운운하며 시민들을 그렇게 취급한 사례로부터 알 수 있다. 

둘째, 공론화위원회라는 것의 성격을 알아야 한다. 이는 나라와 주제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행해질 수 있고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와 정치적 효과를 지닌다. 공론화위원회의 최대 문제는 시민지성을 형식적 틀 안에 가두는 것이며 이는 시민지성의 창조성과 역동성을 가로막는다. 나의 책 『지민(知民)의 탄생: 지식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지성의 도전』은 시민지성의 정치성과 창조성을 정면으로 다뤘다. 원전 공론화위원회가 보여주듯 시민들은 공론화라는 숙의과정을 거치지만 결국 설문조사라는 틀 속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밖에 없다. 숙의과정은 찬성 몇 퍼센트, 반대 몇 퍼센트로 단순화된다. 이 형식적 틀 안에서 시민지성은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그들은 설문조사에서 수시 비중과 정시 비중의 선호도를 조사받을 것이며 집단시민지성은 이 숫자들로 표현될 것이다. 곧 숙의민주주의는 ‘서베이 민주주의’로 전락한다.

셋째, 이렇게 풀 수도 없고 의미도 없는 짓을 왜 하나? 문재인 정권의 정책실패를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 누가 봐도 명백한 이유다. 교육부는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국가교육회의는 손을 놓고 있으며 교육개혁의 리더십은 실종됐다. 시민들의 교육에 대한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 있다. 돌파구는 공론화위원회다. 따라서 이를 통해 교육부와 청와대의 정책실패 책임이 공론화위원회로 전가된다. 시민과 숙의민주주의는 이용당하는 것이다. 이미 원전 공론화위원회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문재인은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중단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이후 곤경에 처하자 공론화위원회로 돌파했다. 원전 중단이 수십 년 이후여서 더는 정치적 쟁점이 되지 않았지만 이번 대입 결정은 2022년에 바로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다. 직접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의 선봉이 된 공론화위원회를 누가 반대하나? 시민참여가 민주주의의 절대선인데 이를 누가 반대하나? 시민의 대표들이 결정했으니 불만이 있더라도 입을 다물라는 것이다. 국회는 시민의 대표가 아닌가? 우리는 왜 국회가 결정한 것을 비판하지만 공론화위원회가 결정한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문재인 정권의 정책실패 방패막이와 꼭두각시로 전락한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할까? 대답은 ‘NO’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공론화위원회는 어쨌든 열릴 것이며 시민들은 숙의과정을 통해서 설문조사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강제될 것이다. 공론화위원회의 시민들은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에 봉착할 것이다. 그들은 ‘서베이 민주주의’에 이용당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이때 그들은 공론화위원회 자체를 점령하고 교육부와 청와대를 성토하고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교육부와 청와대의 정책실패 희생양이 되며 전 국민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이들이 공론화위원회를 전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학입시를 이미 거친 사람들이 미래세대에게 입시지옥을 물려주는데 자신이 악역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공론화위원회를 전복하고 교육개혁을 요구한다면 이는 한국 교육사에 혁명적 사건이 될 것이다. 내가 연구한 똑똑한 시민, 곧 知民은 제도적 틀과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실질적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시민들이다. 형식적 민주주의인 공론화위원회로 시민지성이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을 나는 우려한다. 우리가 충분히 똑똑하다면, 그리고 민주주의의 진정한 주인이라면, 문재인 정권의 꼼수를 알아차리고 공론화위원회를 전복해야 한다. 애초에 근대민주주의는 숙의가 아니라 싸움을 통해 이뤄졌다. 민주주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김종영 편집기획위원/경희대·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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