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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호 새로 나온 책
921호 새로 나온 책
  • 윤상민
  • 승인 2018.05.14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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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모더니즘 | 권은 지음 | 일조각 | 340쪽
천재 시인 이상과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작가로 알려진 구보 박태원은 그 누구보다도 경성의 도시 공간을 정밀하게 그려낸 소설가로 평가받고 있다. 경성형무소, 조선총독부, 경성역, 한강철교 등 경성을 주요 무대로 세밀하게 재현해낸 그의 소설에서 도시 공간들은 서사의 배경뿐만이 아닌 주제적 역할을 했고, 박태원 모더니즘 문학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경성을 여섯 개 구역으로 세분해 분석한다. 조선인들의 일상공간인 북촌의 중앙부 종로 일대, 도시 확장 이후 경성으로 편입된 동북부 성북동과 돈암동, 공적 공간인 서촌 서남부 지역인 정동, 덕수궁, 남대문, 서촌 서부 지역인 독립문 근처 빈민가, 일본인들이 모여 살던 이역 공간으로서의 남촌 지역, 마지막으로 일본 색채가 강했던 용산 지역이 그것. 박태원은 소설 속에서 이 여섯 구역을 맞물려 경성의 구석구석을 균형 있게 재현하며, 경성의 온전한 지도를 그려내고자 했다. 저자는 식민지 시기 경성을 배경으로 모더니즘 작품이 등장한 역사적·사회적 배경과 이 작품들이 타국 모더니즘 문학과 어떤 차별점을 갖는지 박태원 문학을 통해 밝히고자 한다.

뇌에 관한 75가지 질문 | 윤은영 지음 | 학지사 | 336쪽
‘인간은 평생토록 뇌를 어느 정도 사용할까?’, ‘뇌는 경험에 따라 변한다고 하는데 사실일까?’, ‘신경세포의 개수는 몇 개 이며 어떻게 측정할까?’, ‘발달적 협응장애는 무엇일까?’ 뇌에 관해 한 번쯤 궁금해 했을 법한 질문들에 대답하는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사람들이 뇌라고 하면 무엇을 가장 궁금해할까?’를 고민으로 질문을 공고했고, 이중 75개를 추려 책을 완성했다. 감각과 지각, 주의력, 기억력, 집행관리기능, 사회성과 정서, 뇌가소성 등 인지신경과학 교재 목차에 항상 등장하는 주제들이 있기에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지만, 저자는 직접 삽화까지 그림으로써 뇌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인지신경과학에 다가갈 수 있도록 뇌를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평상시 하는 행동이나 감정표현이 ‘자신’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을지라도, 이런 행동과 표현을 뇌와 연결시켜 소개하려는 시도다.

 

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 | 최원석 지음 | 한길사 | 680쪽
‘살 만한 터전을 가꾸는 것’이라는 의미의 풍수는 바람과 물이라는 자연에너지와 환경자원을 실생활에서 이용하려는 경험적 지혜가 축적된 것이자, 주거환경 시스템의 평가지표임과 동시에 자연재해에 대한 방어체계이기도 하다. 전근대에 이르러 풍수는 자연, 생태, 지리, 지형, 하천, 천문, 기후, 기상 등이 매우 복합적으로 뭉뚱그려진 환경인문학으로 이해됐다. 저자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종의 미신처럼 격하돼버린 우리 민족의 풍수인식을 탈피하고자, 한국 풍수와 불교의 만남을 통해 드러나게 된 한국 풍수 고유의 특색들 그리고 중국 풍수와 달리 한국 풍수에서 나타나는 특징인 비보풍수론을 시대별로 살폈다. 저자가 지난 저작들에서 한민족과 산의 관계에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면, 이번 저작은 풍수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며, 그간의 연구성과가 집대성된 역작이다.

 

위험과 불확실성 및 이윤 | 프랭크 하이너먼 나이트 지음 | 이주명 옮김 | 472쪽
이 책은 일상용어에서 ‘위험(Risk)’으로 뭉뚱그려 지칭되던 불확정적인 미래 상황을 ‘위험’과 ‘과 불확실성(Uncertainty)’로 구분함으로써 금융과 자본시장, 투자와 소득분배, 기업과 기업가기능 등에 관한 경제학 이론에 큰 영향을 끼친 고전이다. 위험과 불확실성을 구분한 저자의 사고는 무엇보다 완전경쟁 시장질서에 대한 기계적 균형이론의 근거에 중대한 제약을 가하는 동시에 기업가 이윤의 원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시카고학파 창시자들 가운데서도 주역이었던 저자는, 시장의 효율성을 극단적으로 신뢰한 밀턴 프리드먼 등 제2세대 시카고학파와는 달리 시장경쟁의 불완정성과 한계를 끊임없이 지적했다. 1921년 미국에서 출간된 지 거의 한 세기가 지나 한국에 번역됐지만, 경제적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저자의 이론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입시의 몰락 | 인터뷰어 이기정, 인터뷰이 이현, 고용우, 이혜정, 조희연 | 창비교육 | 228쪽
현직 교사가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전문가 4인을 만나 본격적으로 한국의 ‘입시제도’가 가진 문제점들을 파헤쳤다.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로 학생의 창의적 사고를 가로막고, 수십만 학생을 한 줄로 세운 ‘수능’, 주입식·암기식 학습을 조장하며 친구를 최대의 경쟁자로 만든 ‘내신’, 특목고, 자사고 출신을 우대하며 사교육을 크게 유발시킨 논술, 구술 면접 같은 ‘대학별 고사’, 금수저 전형이라 불리며 학생, 교사, 학부모를 모두 거짓말 경쟁으로 몰아넣은 ‘비교과전형(학종)’까지, 이 책은 몰락 직전의 입시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 문제의 핵심 쟁점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저자는 말한다. 수능은 유죄지만, 다른 입시 또한 모두 유죄며 불행히도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입시는 나쁜 입시들뿐이라고. 또한 교육부가 아무리 ‘선한 의지’를 갖고 있더라고 ‘숙의’와 ‘공론화’를 거쳐 마지막에 남는 나쁜 입시를 선택하는 미래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고대 오국사 연구 | 이명화 지음 | 일조각 | 336쪽
중국 고대 문명 가운데 吳 지역의 문화는 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저자는 원시자와 인문경도의 기술성과 예술성을 언급하며 오의 문화가 오히려 환상적이고 고상하며 역동적이라고 평가한다. 책에서 원시자와 인문경도는 오 특유의 예제를 형성시킨 핵심적인 예기로 판단되고 춘추시대 오나라를 청동 예기에 입각한 왕권과 원시자, 인문경도 예기 중심의 토착귀족권력의 이원 구조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오 왕권이 중원과 어떻게 외교 및 교역을 했는지 살피고, 진한 제국이 오 지역에 실시한 군현화 정책에 주목한 후 마지막으로 조엽의 『오월춘추』를 분석해 후한의 한 지식인이 자기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어떻게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켰는지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춘추전국시대에서 진한시대까지, 한국의 중국고대사 연구에 큰 자취를 남긴 故 이명화의 유고집 제2권이다.

 

호르메시스, 때로는 약이 되는 독의 비밀 | 리하르트 프리베 지음 | 유영미 옮김 | 갈매나무 | 344쪽
과음은 나쁘지만 소량의 음주는 왜 오히려 인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까? 같은 물질이 용량에 따라 성장 억제제도 되고 성장 촉진제도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사선은 어떻게 질병을 유발하면서 치료할 수도 있는가?  진화생물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몸에 미치는 자극과 이에 대한 저항력을 새로운 관점으로 볼 것을 주문한다. 즉, 우리 몸에 해롭다고 알려져 있지만 양에 따라 이롭게 작용하는 것들을 예로 들며 ‘용량’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호르메시스’는 ‘적응적 스트레스 반응’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런 반응능력을 가진 생명은 보편적으로 그다지 과하지 않고 오래 지속되지 않는 용량의 스트레스 자극에는 적응하고 더 건강한 상태로 나아갈 잠재력을 지닌다고 설명한다. 호르메시스라는 진화적 유산이 갖는 힘, 파라켈수스, 후고 슐츠 등의 연구자들의 발표를 통해 독성에 대한 관점이 변화해온 과정을 통해 호르메시스 반응이 어떻게 건강과 장수로 연결될 수 있는지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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