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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의 존재 이유
공학의 존재 이유
  • 이주용 성균관대·건설환경연구소 연구교수
  • 승인 2018.05.08 10:3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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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면서 몇 번의 삶의 전환점을 경험한다고 한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은 2012년 10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렸던 국제 이안류 심포지엄이다. 학회에 참석해 그동안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 수행한 이안류의 물리적인 발생원인과 예측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발표를 마치니, 호주에서 이안류에 대한 연구를 하시는 한 교수님께서 “연구가 훌륭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해변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그 연구결과를 어떻게 활용을 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셨다. 그 순간 나는 엄청난 충격에 사로잡혔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쩔쩔맸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지금까지 나는 연구를 끈질기게 수행하면서 연구의 결과와 성과에 대한 고민만 했었던 것이었다. 내가 수행한 연구의 결과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혹은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깊이 하지 못했었는데 영국과 호주에서는 그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그렇게 마음속의 큰 숙제를 안고서 박사학위를 받게 되고 수행한 연구결과를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됐다.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지원사업 과제는 특정분야의 연구에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에 대해 관용도가 높은 과제로, 기존의 연구를 다양한 분야와 융합해 실용적인 연구결과로 자연스럽게 전환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좋은 통로가 돼주었다. 이를 통해 공학적인 연구결과와 더불어 해변의 안전에 대한 인문학적인 내용들까지 포함해 새로운 연구결과를 산출할 수 있게 됐다. 

보통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들의 미래에 대한 시선은 교수직이나 연구직으로 향해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나는 전공한 해안해양공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해 실용적인 연구를 수행하면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 현재, 해변안전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해수욕장의 위험성 평가, 언택트 기술에 기반한 지능형 CCTV를 활용한 해수욕장 안전관리 등에 대한 연구를 사명감을 갖고 즐겁게 수행중이다.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NDPA(National Drowning Prevention Alliance), 영국의 RNLI(Royal National Lifeboat Institution), 호주의 SLSA(Surf Lifesaving Australia) 등 해변 안전관리를 수행하는 기관들과 드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인명구조에 성공한 호주의 Little Ripper, 영상분석 전문가 그룹인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팀 등과의 국제적인 협업을 통해 최고의 실용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국제적인 환경인증을 위한 FEE(Foundation for Environmental Education)와 관련된 일도 병행하고 있다.

공학의 존재 이유는 실용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해내 우리 공동체의 안전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들과 방법들을 제안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박사학위를 받고 안정적인 자리를 잡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고된 연구의 어려움이 항상 함께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에 대한 수많은 성과보다는 공학의 진정한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를 돌이켜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초학문이 아닌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실용적이지 못한 연구결과만을 생산한다면, 공학의 존재 이유를 과연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공학의 존재 이유는 ‘공동체를 위한 쓸모’를 얼마나 발명하는가에 있다.

 

이주용 성균관대·건설환경연구소 연구교수
성균관대에서 해변안전을 위협하는 이안류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해변안전 대책에 직접적으로 적용 가능한 연구를 국제 연구 단체와 함께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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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선생 2018-05-08 14:58:48
후배님의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가장 친숙한고 쉬운 길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언젠가 보상받게 되길 기원드립니다.

공학도 2018-05-08 14:40:29
공학인으로서 공감되고 반성도 되는 글이네요. 세계를 향한 도전에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