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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 서린 역사문화의 가치…貝塚·유물 곳곳에
갯벌에 서린 역사문화의 가치…貝塚·유물 곳곳에
  • 이은정 기자
  • 승인 2003.05.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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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도마 위에 오른 ‘새만금 간척사업’

지난해 11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렸던 람사 회의에서는 새만금 간척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이 참석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 발표됐다.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캐나다의 동부해안, 미국의 동부해안, 독일북해연안, 아마존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 5개 갯벌로 손꼽히고 있는 서해안의 새만금 갯벌을 보호하자는 전세계적 동의는, 환경의 생태적·미래적 가치를 아랑곳하지 않는 근대적·개발중심적 논리가 아직도 그 맹위를 떨치고 있는 오늘의 물질문명 시대에 보내는 범지구적 우려의 표출이었다.

공사가 시행된 1991년부터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됐던 새만금 간척사업이 다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기보다 논의의 물꼬가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현행 문화재 보호법 제44조 2, 3항, 제74조 2항을 위반한 채 진행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위원장 강찬석)가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던지면서, ‘새만금’ 논의는 새국면을 맞게 됐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999년에 개정된 문화재보호법.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착공될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해양 문화재 보호와 관련된 조항이 1999년 개정 문화재보호법에 추가됐다. 개정·보완된 조항에 따르면, 개정 이후의 공사에 대해서는 지표조사와 필요할 경우 발굴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 하지만 정부에서는 공사 구역이 3만 평방 미만일 경우 해당지방자치단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지표조사 및 발굴조사를 행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방조제 공사의 타당성을 내세우고 있는 상태. 이에 대해 문제제기 측에서는 한반도의 지형을 바꿀만한 대규모 사업을 두고 그 동안 진행돼온 ‘사업의 연속성’을 배제한 채 법의 잣대를 내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가력도, 신시도, 야미도, 비응도 등의 일부분 혹은 섬 전부를 훼손하면서 방조제 공사를 한 것도 문화재보호법에 위반된다는 지적이다.

개정 문화재 보호법, 지표조사·발굴조사 강조

새만금 방조제 공사 구역은 과거 서해의 주요 해로, 서해 어민들의 어선 통행로, 어업구역을 아우르고 있어 이와 관련한 문화재가 해저에 묻혀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새만금 사업이 진행되기 전인 지난 19991년에 공사 구역 근처의 띠섬, 노래섬 등에서 패총을 발견했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2002년에는 비안도에서 청자 유물이 대거 발견되기도 했다. 현재 비응도에서는 청자음각앵무문대접, 청자양각연판문통형잔 등 총 3천1백24점의 유물이 발견됐으며, 현재 4차 수중발굴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도 새만금 지역 곳곳에는 문화재가 해저로 가라앉았거나 갯벌 퇴적층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련 문화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경만 목포대 교수(생태인류학)는 새만금 지역에 대한 집중적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학술적·정책적 차원의 종합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새만금 지역에 대한 조사는 비단 문화재뿐만 아니라 무형의 역사, 무형의 삶의 문화가 소멸되고 파괴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해저 문화재 조사 및 발굴, 일대 해로의 역사와 지리적 위치 및 가치, 수운의 역사와 문화 등 학술적·정책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했다”는 것.

그동안 새만금 간척사업은 환경생태적 관점에서 학계와 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의 세례를 받아왔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최근 비판은 간척사업지역의 문화적·역사적 가치 보존이라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제기함으로써, 개발론자들에게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새만금 논의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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