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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관련 학문 모두 망라 …‘복합적 규명’ 그물 깁어
기후 관련 학문 모두 망라 …‘복합적 규명’ 그물 깁어
  • 김기현 세종대
  • 승인 2003.05.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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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 : 『기후의 반란』(실베스트르 위에 지음/이창희 옮김, 궁리 刊)

오늘날 환경과 관련된 문제제기의 궁극적인 귀결점은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인 규모의 현상에 대한 원인 규명이나 대책 수립 등의 사안으로 집중된다. 이와 같은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듯 기후변화와 관련한 서적들이 최근에 많이 출판되고 있다. 프랑스 리베라시옹의 과학 담당 기자로 15년간 일한 실베스트르 위에 기자가 쓴 ‘기후의 반란’은 과학분야를 장기간 담당한 기자답게, 기후문제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다루기 위해 방대한 분야의 연구결과를 독자들에게 상세하게 소개해준다.

과학기자의 15년 관록

저자는 지구의 기후변화란 현상에 대한 해석과 전망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문제의 단순한 접근을 철저하게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의 원인을 인류에 의한 환경오염―이산화탄소를 위시한 온실기체의 과다 배출과 이로 인한 기온의 증가―과 같이 그 요인을 단순화시켜 해석하려는 일부 환경론자들의 접근을 배제하고 있다. 그 대신에, 환경오염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지구환경의 변화를 해석하기 위해, 지구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이 외부 또는 내부의 자극에 얼마만큼 복잡하고 다양하게 교감을 하는 지 또한 그런 과정을 통해 변화의 방향이나 규모가 어떻게 결정될 수 있는가를 총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설명하고자 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독자들의 공감대를 유추하기 위해, 국제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많은 과학자들을 소개하고 그들 학설과 관련된 중요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지적하고 동시에 이 의견들에 상존하는 반론들을 적절하게 제시하는 아량도 잊지 않았다. 실제로 이와 같은 인용을 예시하기 위해 저자가 접촉한 대부분의 학자들은 주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왕성한 연구활동을 벌여온 학자들에 국한돼 있다는 점들이 어느 정도 제한적 요인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저자가 이런 이론들을 소개하기 위해 이들 과학자들과 얼마만큼 친밀하게 접촉하고 또 생각을 교환하며 탐구했는가를 본문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지구 시스템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현상을 단순히 기상학이라든가 또는 기후학과 같이 단편적인 학문의 체계에서 설명하기보다는 이런 현상에 총체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지구과학과 연계된 모든 학문들, 예를 들어 지질학, 해양학, 대기화학, 생태학, 천문학 등을 포괄적인 도구와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이는 단연 돋보이는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미래의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극지역의 빙하 속에 기록된 과거 시점의 기후와 온실기체의 연계성에 대한 증빙자료들, 기후의 변화가 얼마만큼 해류의 순환과 밀접하게 연계됐는가의 여부, 화산폭발과 그로 인한 황산화물의 배출이 지구기온의 하강을 유도하는 현상,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식생을 이용한 생태학적 해석, 지구의 복사열 수지와 알비도 등에 대한 관계 등을 연계해 기후변화가 단순히 한 가지 인자의 영향으로 진행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실제로 이와 같은 서적을 보면서, 국내 대부분의 학자들이 諷諭하고 있는 배타적 연구풍토의 문제를 새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제기한 것과 같이 관련된 모든 학문분야를 연계해 기후현상을 설명하려고 하는 학제적 연구풍토는 꿈꾸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단순히 온실기체의 증가와 이에 직접적으로 연계된 기후현상을 설명하려는 노력조차 국내의 연구 분위기로서는 쉽지 않다.

대기 중에서 진행되는 물리적 현상은 통칭 대부분의 주요 대학에 대기과학과로 대표되는 기상·기후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온실기체와 같이 대기 중에 존재하는 화학적 인자의 동정은 일반적으로 환경공학과 또는 환경과학과에 소속된 대기화학 또는 대기환경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구분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는 서울대, 연세대를 위시한 큰 대학에서조차 이들을 융합할 수 있는 학과적 또는 학제적 시스템이 거의 100% 부재하고, 또한 두 연구영역에서조차 실질적인 교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의 배타적 연구풍토 반성

따라서, 기후변화와 같이 학제적 연구가 절실한 분야는 거의 반쪽 연구의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의 특성상 강한 연계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타 연구자의 연구영역을 제대로 평가하고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지속하는 한, 이런 문제를 총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大學者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건 거의 꿈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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