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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호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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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18.04.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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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말말

진짜 교육

여러 가지 이점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똑똑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인슈타인의 IQ에 맞먹는 IQ를 갖고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최고 성능의 컴퓨터를 장착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지만 그런 컴퓨터도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핵심은 교육이다. 지식과 기술로 포장되지 않는 순수한 IQ는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 수 없다. 뉴턴의 유명한 격언처럼, 교육은 우리를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탈 수 있게 해준다. 지식, 특히 과학적 지식은 축적이 가능하다.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밝은 미래에 대한 열망은 한 가지 중요한 결과를 낳았다. 지적인 흥미와 호기심이 사회의 저변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영국 시인 로버트 번스의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열성적으로 교육을 추구했다. 그의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문학 세계는 훨씬 황폐했을 것이다. 같은 맥락의 노력이 철학자 데이비드 흄과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그리고 교육을 통해 하층민을 벗어난 그의 친구들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훌륭한 글들을 양산했던 18세기 후반의 에든버러 계몽주의를 낳았다. 또 이러한 노력은 19세기와 20세기 초 과학, 공업 그리고 문학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알렉산더 플레밍, 월터 스콧, 증기기관차를 발명하고 철제 교량을 설계한 조지 스티븐슨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우린 지금 약간 목적의식을 잃었다. 교육 그 자체로는 더 이상 가치를 지니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도전 정신을 부추기고 흥분시키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 나는 이 질문의 답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그 답을 찾지 못하면 커다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히 안다. 영국 대학에서 과학 수업을 신청하는 학생들의 수가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몇 년 전 나는 화학과 생물 수업을 듣는 학생 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학생 수 감소 비율이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돼 앞으로도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2030년에는 화학과 생물 수업을 아무도 듣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우려하는 일은 이것이다. 교육은 해당 분야의 신비한 지식을 기술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생각하고, 평가하고, 증거를 나열하고, 치우침 없이 객관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은행 매니저, 정치인, 기자, 공무원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일상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교육시키려면 먼저 사람들에게 지적인 호기심을 품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진학하는 동안 흥미와 질문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야 한다. 이를 간과하면 미래를 망치고 말 것이다. (로빈 던바 옥스퍼드대 교수, 『던바의 수』(김정희 옮김, 최재천 해제, arte, 2019.4) 「인류를 살린 지능」 중에서)

 

새로 나온 책

동아시아사로 가는 길 | 윤해동 지음 | 책과함께 | 352쪽

아시아를 처음 호명한 건 유럽인이었고, 동아시아는 미국의 냉전적 요구에 의해 경계지어졌고 새롭게 불렸다. 일본은 아시아와 동양을 자신의 목적에 걸맞게 활용했다. 동아시아라는 영역 또한 ‘역사적’ 동아시아는 넓어져왔다고 볼 수 있지만, 호명하는 주체에 따라서는 좁아질 수도 있다. ‘동아시아’가 매우 구성적인 개념이며 심상지리라는 반증이다. 한국의 근대민족운동사부터 식민지근대와 근대역사학 인식의 한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저자가 『탈식민주의 사상의 역사학으로』이후 4년 만에 펴낸 저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라는 역사학적 방법론과, ‘식민지근대’라는 인식론적 틀을 두 바퀴로 삼아 동아시아에서 민족주의가 입지한 문제의식을 살리면서 그것을 넘어서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바나나 제국의 몰락 | 롭 던 지음 | 노승영 옮김 | 반니 

노랗고 달며 껍질은 쉽게 까진다. 맛있고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바나나의 맛 뒤에 흐르는 복잡한 사연은? 1950년대 거대 미국기업이 운영하는 과테말라의 바나나 농장. 경제적 관점에서 천재적이라 찬사를 받은 클론 바나나의 재배 방식은 생물학적 관점에서 최악의 선택이었다. 바나나 하나를 죽일 수 있는 병원체가 바나나 전체를 죽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1980년 시작된 파나마병이 바나나 농장을 휩쓸었고, 주로 먹던 바나나 품종인 그로미셸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기업은 방식을 바꾸지 않고 또다시 단일품종 캐번디시를 대량 생산했고 신종 파나마병이 캐번디시를 덮쳤다. 저자는 수십 가지 품종에서 단 하나로 표준화된 바나나의 사례를 통해 기업적 식량생산 시스템이 자연의 분노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과학자들의 분투기로 보여준다. 

 

방언의 발견 | 정승철 지음 | 창비 | 272쪽

언젠가부터 표준어와 대립관계를 형성하게 된 방언. 방언에 대한 사람들의 개인적인 의식은 당연하게도 방언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통념과 맞닿아 있다. 해당지역의 일상어가 지역을 벗어나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격식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 나아가 방언은 열등하고 창피하기에 감추고 고쳐야 할 것으로 간주됐다는 점 등이다. 저자는 방언이 수난만 당해온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양한 문화현상의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사투리를 웃음코드로 활용하는 개그프로그램, 사투리로 진행하는 지역방송의 시사프로그램, 각 지역에서 펼쳐지는 사투리 경연대회 등 사투리의 매력을 재발견하고 그 가치를 지속하려는 움직임이 사회 전반에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 저자는 표준어를 만들기 전만 해도 서울말과 방언이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 없이 존재했고, 방언은 각 지역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언어로 인식됐음을 설명하고, 둘의 관계가 시대에 따라 우위를 달리했음을 다양한 자료로 실증해낸다.

 

보수의 정신 | 러셀 커크 지음 | 이재학 옮김 | 지식노마드 | 856쪽

1950년대 초반까지 보수주의자들은 존 스튜어트 밀에 의해 ‘바보들의 무리’로 불렸다. 이 책은 ‘보수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 저자의 지적 여정이다. 저자는 보수주의를 몇 마디 문장으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보수주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며, 사회의 질서를 바라보는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하는 보수주의의 6대 핵심 가치는 △초월적 질서에 대한 믿음 △획일성과 평등주의를 배격하고 다양성과 인간 존재의 신비로움에 대한 애정 △문명화된 사회에는 질서와 위계가 필요하다는 믿음 △ 자유와 재산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신념 △추상적 설계에 따라 사회를 구성하려는 사람을 믿지 않고 법률과 규범을 믿음 △급격한 개혁보다 신중한 개혁에 대한 선호 등이다. 미국에서 출간 직후부터 보수주의의 사상적 기초를 정립한 책으로 평가받으며 광범위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이 책은 보수주의가 인류의 정신적이고 지적인 전통의 계승이자 ‘영원한 것들’을 지키려는 노력임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유령 이야기 | 아룬다티 로이 지음 |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180쪽 

1997년 첫 장편 『작은 것들의 신』으로 부커상을 수항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한 아룬다티 로이의 두 번째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직접 여러 현장을 찾아다니며 생생한 조사를 거듭한 끝에 자본주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르포르타주를 완성해 냈다. 책의 주제는 현대 자본주의의 작동방식이다. 그는 상위권 부자 100명이 12억 명의 국가 인도의 국내총생산의 1/4를 차지하는 부조리함을 드러내기 위해 뭄바이의 세계적인 거부 무케시 암바니의 대저택 ‘안틸라’의 저녁 풍경을 서늘한 문체로 적어냈다. 저자는 누가 8억명의 인도인을 ‘유령’과도 같은 존재로 만들었는지 조목조목 따지며, 전 세계대부분의 국가들이 잘못된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방안은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와 같은 민중운동이다. 

 

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 | 김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64쪽

농업을 근본으로 하던 조선시대에 소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자산이었다. 장정 5~6인의 일을 거뜬히 해내는 대체노동력의 관점에서 집안에 소가 몇 마리 있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졌다. 나라에서도 국용 소를 길러 백성에게 이바지하려 하던, 소의 수가 국력인 시대였다. 이토록 신성시되고 귀한 대접을 받던 소가 어떻게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게 된 것일까? 귀한 가축인 소를 수시로 잡아 잔치를 벌이고, 인구가 약 1천500만 명 정도였던 17세기 후반에도 하루에 1천여 마리씩 소를 도살해 나라에서 수시로 우금령을 내렸던 사실, 국상 중에 소고기를 먹어 체포당한 무신 남이의 사례와 성균관 유생들을 위해 도성 내 유일하게 소 도축을 성균관에만 허가한 사례까지,  자는 신성과 탐식의 사이를 오가며 조선시대 한국인들이 사랑한 소, 소고기의 역사를 세밀하게 살폈다.

 

한국 고전문학의 여성적 시각 | 박혜숙 지음 | 소명출판 | 349쪽

한국고전문학연구자인 저자는 오랜 기간 여성적 정체성의 문제, 시선과 화자의 문제, 성적 차별과 평등의 문제, 텍스트의 젠더적 구조화 양상 등 페미니즘의 주요 의제들을 오랜 기간 탐구해왔으며, 이 책은 그 결실이다. 저자는 여느 고전문학 연구자와 달리 연구 대상을 고전텍스트에 한정하지 않았고, 근대문학 텍스트까지 넘나들며 고전문학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 책 1부 ‘고전문학 장르와 여성’에서는 서사한시, 고려속여, 여성영웅소설이라는 주요 한국고전문학 장르의 여성담론을 여성적 시각에서 거시적으로 분석했다. 2부 ‘여성의 자기서사’에서는 중세 여성이 가족 내적 역할, 즉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는가 여부로 자신의 존재를 평가하는 성별정체성이 개별정체성을 압도하는 ‘여성의 자기서사’ 양상과 여성적 정체성의 문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3부에서는 「덴돈어미화전가」를 복원하고 여성 문학의 시각에서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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