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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 바디우 古典 입문서부터 마르크스의 마지막 기록까지 … 축적되는 지식의 깊이
사르트르, 바디우 古典 입문서부터 마르크스의 마지막 기록까지 … 축적되는 지식의 깊이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8.04.2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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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들은 어떤 책 내놓을까?(1)

2018년 책의 해를 맞아 활발하게 출판활동을 벌이고 있는 18곳의 출판사로부터 출간 예정 도서 목록을 받았다. 각 출판사가 집중하는 분야가 다르기에 회신 목록으로부터 하나의 공통점을 도출해낼 수는 없었지만, 철학, 문학, 사회과학 등 각자의 고유한 분야에서 그들만의 색깔로 꾸준히 깊이를 더해가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갈무리부터 서광사까지는 이번호에, 소명출판부터 현실문화연구까지는 다음호에 이어 소개한다.

갈무리에서 4월에 출간예정인 『정치 실험』(마우리치오 랏자라또 저, 주형일 역)은 프랑스 공연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앵테르미탕의 실업보험 체제 개혁과 관련된 투쟁을 분석하면서 신자유주의 사회의 사회적 분쟁 문제가 더 이상 노동·자본 사이의 대립의 문제로만 환원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푸코, 들뢰즈, 가타리 등이 발전시킨 개념들에 기대면서 복지국가, 안전사회라는 이름으로 행사되는 신자유주의적 통치가 다양한 권력 장치들과 다양한 주체화 양식들을 가로지르는 문제이기 때문에 권력에 대한 저항은 통치 받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통치하고자 하는 새로운 주체성을 발명하고 건설하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6월 출간예정인 『정동정치』(브라이언 마수미 저, 조성훈 역)는 비평가, 예술가, 활동가들과 저자의 토론, 인터뷰를 정리한 책. 정동과 잠재성을 실천적 관점에서 논의한다. 출발점으로 삼은 정동 개념은 스피노자에게서 가져온 것이다. 정동정치는 정치적인 것뿐 아니라 윤리적인 것도 포함하며 두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권력이 미시적이고 정동화되고 있다는 점과, 정체성,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정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스피노자가 윤리학을 "정동적 관계들의 위상학"으로 규정한 것과 연관해 마수미는 정동정치의 의미가 세력, 계급의 정치가 아니라 정동적 관계를 토대로 한 관계의 정치라고 주장한다. 7월 출간예정인 『피와 불의 문자로』(조지 카펜치스 저, 서창현 역)는 지난 30년간 자본의 변화에 대한 예리하면서도 단호한 분석을 제공한다. 우리에게 가치 투쟁의 전선에서 견지해야 할 변함없는 경각심을 가르쳐 준다. 우리 자신의 안전과 우리 공동체의 안전에 본질적인, 그리고 거짓 신화로 위안을 삼지 않는 경각심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자본의 야수는 여전히 하나의 야수라는 것. 그리고 우리를 사회정의와 평화로 인도해 줄 테크놀로지나 특권적인 노동 형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학 전문출판사인 경인문화사는 『일본인지주와 조선농민』(하지연 저), 『조선의 여성, 가계부를 쓰다』(김현숙 저), 『19세기 지방재정 운영』(손병규 저), 『중국 역사교과서의 사사구조와 이데올로기』(윤세병 저), 『독립운동과 중국 동북지역』(김주용 저), 『제국일본과 조선야구』(이대화 역), 『한국 대중음악사-작사가 편』(장유정 저) 등의 역사서와, 『한국현대사와 사회경제』, 『혁명과 민주주의』(박배균 저,역), 『김영란법 연구』(양현아 저) 등의 인문분야 학술서를 출판할 계획이다. 김현숙 건양대 강의교수(한국현대사)가 쓴 『조선의 여성, 가계부를 쓰다』는 기계유씨가 저술한 『경술일기』를 분석한 것으로, 19세기 조선 여성의 일기를 통해 확인되는 당시 사회와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 근대의 사회상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에서 여성이 차지했던 역할과 위상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역사교과서의 사사구조와 이데올로기』(윤세병 저)는 동북공정 등 역사 문제로 우리와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학생들에게 어떤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지 분석한 책이다. 『독립운동과 중국 동북지역』은 지난해까지 독립기념관의 독립운동사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해외 독립운동의 주요 근거지로서의 중국 동북지역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김주용 원광대 교수가 썼다. 주요 유적지 등을 직접 답사하는 등 발로 뛰어 새로 발굴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했다. 

변화와 지속을 말하는 문학·문화 서적

문학과지성사는 어빙 고프먼의 『정신병원』,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축음기, 영화, 타자기』, 가와이 하야오의 『민담의 심층』 등을 펴낼 예정이다. 미시사회학 분야를 개척한, 20세기 후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 중 한 명인 어빙 고프먼의 대표 저작 『정신병원』(심보선 역)은 정신병원을 중심으로 총체적 시설에 대한 관찰을 통해 이러한 환경이 개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박탈하고 재-사회화하는지 보여준다. 『축음기, 영화, 타자기』(유현주, 김남시 역)는 기술매체학자 키틀러를 세계적으로 알린 저작으로, 문자 기록체계의 독점을 무너뜨린 20세기의 새로운 기술매체들이 가져온 혁명적인 변화들을 세밀하게 추적한다. 융의 분석심리학을 최초로 일본에 소개했던 임상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의 책 『민담의 심층』(고향옥 역)은 융 심리학을 그림동화에 적용해, 예부터 현재까지 민담과 전설, 신화 등에 담긴 인간 마음의 구조를 분석해나간다.

문예출판사는 『불평등 게임』(마이클 슈왈비 저, 노정태 역), 『레비나스의 타자 물음과 현대철학』(윤대선 저), 『문화란 무엇인가』(테리 이글턴 저, 문강형준 역), 『분열된 자아』(로널드 랭 저, 신장근 역)을 내놓는다. 『불평등 게임』은 미국 대학에서 불평등 문제에 대한 교과서로 사용되는 책으로 불평등의 문제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다. 사회적 불평등이 어떻게 영구화되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억압이 어떻게 일상적으로 행해지는지를 저자의 통찰력으로 명쾌하게 분석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불평등이 성차별, 인종차별 등 사회 계층간 차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다양한 실례를 이용해 보여준다. 『레비나스의 타자 물음과 현대철학』은 레비나스의 타자철학을 구성하고 있는 핵심적인 물음과 여기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의 타자물음이 갖는 의미를 현대의 다른 이웃한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타자이해들과 비교하고 있다.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문학 및 문화 평론가 중 한 명인 테리 이글턴은 『문화란 무엇인가』에서 문화를 정의하고 우리의 삶에서 문화의 역할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글턴은 문화와 문화의 현대적 개념이 어떻게 지난 두 세기 동안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발전해왔는지 탐구한다. 이글턴은 철학과 인류학뿐 아니라 예술과 문학에 대한 논쟁 등 다양한 논의를 검토해 문화를 새롭게 연구한다. 

민음사는 4월에 동서양 모든 신화에서 ‘영웅의 원형’을 찾아낸 신화해설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조지프 캠벨 지음, 이윤기 역) 전면개정판을, 6월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발생 동기와 철학·세계관·가치·사회 이론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적’ 태도와 방법론을 기술한 『포스트모던의 조건』(장프랑수아 리오타르 저, 유정완, 이삼출, 민승기 역)을, 8월에 현상학의 창시자 후설의 대표저서인 『논리 연구 2-1』, 『논리 연구 2-2』(에드문트 후설 저, 이종훈 역)를, 9월에는 19세기 후반 개화계몽시대 문학부터 2010년대의 한국문학을 망라한 『한국 현대문학사 1』, 『한국 현대문학사2』를 발간할 예정이다.

중국에 대한 지속적이 관심과 관련 인문 서적의 증가

뿌리와이파리는 『분노와 용서』(마사 누스바움 지음, 강동혁 옮김), 『전목의 중국문학사』(첸무·예룽 저, 유병례 외 역), 오파비니아 시리즈의 후속권인 『뼈』(매튜 보넌 저, 황미영 역)와 『화석 25』(도널드 프로세로 저, 김정은 역)를 독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분노와 용서』는 세계적인 석학 마사 누스바움의 옥스퍼드대 「존 로크 강좌」를 기반으로, 정의라는 개념의 기저에 깔린, 겉보기에는 양극단에 있는 두 감정, 즉 분노와 용서를 탐구한다. 『전목의 중국문학사』는 중국에서 ‘국학대사’로 불리는 전목의 문학사 저작으로 역사학자의 시각으로 중국의 문학 역사를 풀어내 역사적 고증과 학문 근거가 명확하면서도 독특한 관점의 중국문학사 저작이라는 찬사를 받은 책이다. 『뼈』를 쓴 매튜 보넌은 5억4천만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어난 진화의 우여곡절을 살펴보면서, 일상의 물건을 예로 들어 척추동물의 골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적응해왔는지를 설명한다. 『화석 25』은 한 종류의 유기체가 다른 종류의 유기체로 전이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 25가지 전이화석을 중심으로, 지구상에 존재했던 거의 모든 생명의 역사를 엮어낸 책이다. 여기에 화석 발견에 얽힌 ‘화석사냥꾼’들의 모험담을 곁들여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고고학, 미술사, 국제정치, 심리학, 사회복지, 교육 분야의 ‘하이에듀케이션 출판’을 지향하고 있는 사회평론아카데미는 『한국복지국가의 기원과 궤적』(윤홍식 저, 총 3권),  『중국문학 동식물의 번역 오류 연구』(팽철호 저), 『논증과 토론』(오스틴 프릴리 저), 『문화유산학개론』(신희권 저), 『최신 임상심리학』(신민섭·권석만 외 저), 『남과 북의 서로주체적 통합』(김학노 저) 등 굵직하면서도 국내·외적인 관심사를 반영한 연구서와 교재 등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고의 임상심리학 분야 전문가 16명이 모여 집필하는 『최신 임상심리학』, 13판까지 나오면서 토론 교재의 바이블로 평가되는 오스틴 프릴리의 『Argumentaion and Debate』를 번역한 『논증과 토론』, 1876년 개항을 전후한 시점부터 한국 사회가 걸어온 역사적 과정과 맥락에 근거해 한국 복지체제의 동태적·정태적 성격을 규명하고 있는 『한국복지국가의 기원과 궤적』 은 관련 분야의 연구자와 전공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지니는 『독일 헌법학의 원천』(카를 슈미츠 외 저, 김효전 편역), 『마르크스의 마지막 투쟁』(마르셀로 무스토 저, 강성훈, 문혜림 역), 『중국경제법의 이해』(김종우 저), 『루쉰과 동아시아 근대』(서광덕 저), 『근현대 중국 이상사회론』(이연도 저), 『소비에트 러시아의 신체문화와 스포츠』(박원용 저)를 펴낸다. 『마르크스의 마지막 투쟁』은 1881년부터 1883년까지 마르크스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노년의 삶과 사상을 주목한 책이다. 마르크스의 전체 글을 재평가할 때에 특별한 가치를 갖는 것은 1998년 간행을 재개한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²)이다. 이 전집에는 마르크스의 일부 저작들의 새로운 버전과 『자본』 집필을 위해 작성한 모든 초고와 그의 삶에서 중요한 시기에 보낸 서신들과 엄선된 답장들, 그리고 읽었던 자료에 대한 발췌문과 논평들이 수록돼 있다. 『근현대 중국 이상사회론』은 중국 사상계를 추동하는 핵심적 사유인 근현대 ‘이상사회론’의 철학적 의미와 배경에 대해 연구해온 이연도 중앙대 교수(철학)의 본격 중국정치철학서다. 청나라 말기부터 신해혁명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진행된 이상사회관의 흐름을 정리하여 중국이 지향하는 이상사회를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철학적으로 검토한다. 

철학서적 전문출판 서광사는 『피셔의 비판적 사고』(알렉 시펴 저, 최원배 역, 제2판), 『박물관 이론 입문』(앙케 테 헤젠 저, 조창오 역), 『성유식론 강해 1』(한자경 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장영란 저), 『바디우의 『존재와 사건』 입문』(크리스토퍼 노리스 저, 박성훈 역),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입문』(세바스찬 가드너 저, 강경덕 역)을 선보인다. 『박물관 이론 입문』은 세기를 거쳐 오면서 계속 변화해 온 다양한 박물관의 개념들을 다룬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박물관의 역사적 단계를 설명하고 공간 전시에 대한 이론적 접근을 제시한다. 아울러 박물관을 구성하는 요소들, 박물관의 역사, 변화하는 박물관의 개념 및 그 규정들을 서술한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입문』은 20세기 프랑스 실존주의의 시작을 알린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를 다룬 책으로, 사르트르의 인간과 자유에 대한 심오한 성찰과 그 의미들을 살펴본다. 책에서 사르트르가 논의한 주제는 형이상학과 인식론의 전통적 문제에서부터 관계의 본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입문』은 사르트르 연구에 귀중한 나침반이자 동반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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