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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해소와 피로회복…한방에서는 오래된 藥草
숙취해소와 피로회복…한방에서는 오래된 藥草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8.04.09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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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97. 미나리
사진 출처=텃밭백과

 

봄 향기 그윽한 싱그러운 미나리를 거두어들이느라 농민들 일손이 한창 바쁘다. 그러기에 오동통한 미나리가 우리 집 밥상에 올랐겠지. 첫째로 꼽는 새콤달콤한  봄채소미나리무침은 봄철입맛을 살리는 데 제격이다. 그러나 질기고, 이새에 잘 끼어서 별로 즐기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먹는지라 상큼한 미나리냄새에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썩 좋았다. 그리고 미세먼지로 북새통인 요즘 미나리브로콜리·돼지삼겹살이 체내먼지를 씻어낸다 하여 미리감치 값이 껑충 뛰었다 한다. 

미나리(Oenanthe javanica)는 미나리과에 드는 여러해살이풀(多年草)로 한국·일본·중국 등 극동아시아가 원산지이지만 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지에서도 일부러 키운다. 들판이나 물가 습한 곳에서 흔히 자라는 초본으로 잎자루(葉柄)가 길쭉한 잎은 어긋나게 달리고, 여러 갈래로 갈라진 겹잎이다. 겹잎(複葉)을 구성하는 잔잎(小葉,leaflet)은 난형으로 가장자리에 톱니(鋸齒)가 있다.

미나리(water dropwort)줄기는 20~50cm안팎으로 자라고, 반드르르한 것이 매끈하며, 속이 비었고, 밑뿌리에서 줄기가 많이 갈라진다. 벼(나락)도 뿌리호흡을 위해 줄기속이 텅 비었듯이(그래서 볏짚으로 새끼를 꼬고 똬리도 틀수 있음) 미나리도 뿌리가 물속 흙에 파묻혀있어 산소결핍이 되기 쉽기에 잎의 숨구멍(氣孔)으로 든 공기를 속이 빈 줄기를 통해 뿌리로 옮기게 된다.   

미나리(chinese celery/japanese parsley)는 논밭이나 습지에서 잘 자란다. 꽃은 7~9월에 꽃대 끝에 수북이 피는데 부추나 양파 닮은 자잘한 꽃이 방사형으로 흐드러지게 달리고, 꽃잎과 수술은 각각 5개씩이다. 그런데 미나리씨앗차가 유행이란다. 체지방을 분해하기에 다이어트에 효능이 있고, 비타민C가 풍부하며, 박하처럼 싸한 맛이 새록새록 난단다. 쓰잘머리 없는 그놈의 군살이 문제로곤!

옛날에는 미나리꽝에서 잘라온 미나리에서, 꿈틀거리는 거머리를 만지고는 기겁을 하곤 했다. 요새는 식초나 소금을 뿌리지만 옛날 여인네들은 미나리가 담긴 물통에다 구리와 주석으로 만든 놋숟가락을, 또 얼마 전만해도 구리가 주성분인 십 원짜리 동전을 두어 개 넣어두는 슬기를 발휘하였다고 한다. 줄기에 숨었던, 구리성분을 싫어하는 거머리가 놀라 뛰쳐나오게 하는 것이지. 

그런데 거머리는 지렁이나 물고기, 개구리 따위를 흡혈하는 무리가 있지만 육식으로 실지렁이·물달팽이·수서곤충들을 먹는 종들도 있다. 그래서 미나리꽝에는 이런 여러 동물이 얼키설키 살고, 따라서 그것들을 먹겠다고 거머리가 꼼지락꼼지락, 꾸물꾸물 들끓는다. 

미나리는 미나리꽝에서 재배하는데 땅이 걸고 물이 괴는 곳이다. 옛날 미나리꽝은 허드렛물, 빨래하거나 설거지한 개숫물을 버려 아주 지저분한 곳이었으나 지금은 깨끗한 물을 대주고, 또 물재배(水耕栽培)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미나리는 의외로 쓸모가 많다. 집사람에게서 물어보니, 미나리를 한소끔 데쳐 소금장에 참기를 두르고, 깨소금 뿌려 조물조물 버무려 미나리무침을 하는데, 여기에 다진 마늘을 넣지 않으니 미나리 향을 살리자고 그런단다. 아무튼 미나리무침 말고도 미나리부침개나 미나리오이무침, 미나리생채무침을 밥에 얹고 비벼 먹는 미나리비빔밥도 별미다. 또 데쳐서 제육이나 편육에 감아 강회(미나리나 파 따위를 데쳐 엄지손가락 정도의 굵기와 길이로 돌돌 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음식)로 먹고, 요새 와서는 생으로 샐러드나 녹즙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싱싱한 초록빛 생 미나리를 먹기기도 하지만 김치소로도 쓰고, 찌개나 전골 말고도 생선탕에는 빠지지 않으니 이는 향이 강한 미나리가 해산물특유의 비림을 죽여주기 때문이다. 또 몸속에 있는 중금속을 흡착, 배출시켜준다 하여 매운탕이나 복국에도 듬뿍 넣는다.

미나리는 크게 물미나리와 돌미나리로 나뉜다. 물미나리는 논에서 재배되는 논미나리로 줄기가 길고, 상품성이 높아 주로 우리들이 사먹는 것이다. 이에 비해 돌미나리는 애초에 계곡의 샘터나 물가에서 야생하던 것으로 밭미나리를 일컫는다. 밭미나리(돌미나리)는 물미나리와 달리 줄기가 짧고, 잎사귀가 다발로 나며, 향이 진하고, 땅위에 자라는지라 줄기 속이 빵빵하게 꽉 차 있어 아삭아삭 씹힘도 좋다.

그런데 입 짧은 사람들은 잎줄기에서 나는 독특한 향기 탓에 미나리를 싫어한다. 음식 까탈 부리는 사람은 정녕 성질머리도 까다롭다지. 미나리에서 물씬 풍기는 그 비릿한 등유냄새(kerosene-like aroma)는 피-시멘(p-cymene)이란 물질 때문이라 한다.
미나리에는 비타민B군, 비타민A와 C, 무기염류(mineral)가 풍부해 잃어버린 식욕을 되찾아주고, 간의 기능을 개선시키며, 칼륨이 많아 몸속 나트륨을 조절하고, 숙취해소와 피로회복에 좋다한다. 또한 미나리는 황달과 부인병 및 음주 뒤에 오는 두통, 구토에 효능이 있고, 해독작용이 뛰어나 예로부터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돼 왔다한다. 

그런데 경북 청도미나리는 내로라하는 그곳 대표나물로 해마다 3월초면 미나리삼겹살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이들이들한 미나리줄기 하나를 똘똘 말고는 노릇노릇 구운 삼겹살과 쌈장을 곁들여 먹을라치면 향긋하고 고소한 것이 환상적이란다. 소싸움도 볼 겸 청도에 한 번 놀러가야겠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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