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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장관께
교육부 장관께
  • 이기홍 논설위원
  • 승인 2018.04.09 11: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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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이기홍 논설위원/강원대·사회학

지난 2017년 11월에 나는 총장에게서 징계 처분을 받았다. 사유는 2013년 2학기에 이웃 한림대에 (총장의 허가를 받고) 출강하면서 외출이나 조퇴로 근무상황 처리를 하지 않았으므로 ‘공무원 근무사항에 관한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그 이전에, 2016년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나의 사례가 ‘교원 외부출강 복무처리 부적정’으로 지적받았다는 통보를 대학본부로부터 받은 일이 있다. 나는 대학원 강의로 학생들이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와서 수업을 진행했으므로 외출이나 조퇴가 아니라고 답했고, (아마도 교육부에 이의신청하기 위해서인 듯) 해당 사실을 증명하라는 요구가 왔고, 마땅한 증명 방법이 없어 수강한 학생들을 수소문해 ‘확인서’를 받아 제출했다. 

총장의 이의신청에 대한 교육부 감사총괄담당관의 ‘심의 내용’은 “겸직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근무상황은 출강지가 어디인지를 불문하고 연가·외출·조퇴 등으로 처리해야 하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신청인의 주장은 이유 없음”이었다. 하지만 문제의 ‘규칙’을 찾아봤으나, 해당 내용은 물론 그것에 인접한 조항조차 찾을 수 없었다. 간단히, 그 담당관은 그 ‘규칙’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해 적용한 것이었다. 공무원의 업무 수행은 법규에 근거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법이 또는 누가 ‘감사’ 담당자에게 법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강제할 권한을 부여했는지 나는 추정할 수가 없다. 

그런데 법규의 자의적 해석과 적용은 교육부 관료에게 예외가 아니라 거의 일상이라고 해야 한다. 사례로, 국공립대학들의 ‘교육·연구비 등의 지급’에 관해 ‘법률’에서는 ‘기본적인 사항은 교육부령으로 정한다’고 위임해놓고, 그 법률의 ‘시행규칙’에서는 ‘계획서에 따른 실적에 따라 개인별로 차등지급하라’는 둥, ‘통상의 업무 수행은 실적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둥 시시콜콜 간섭하고, 그조차도 미심쩍었던지 “필요한 사항은 국립대학의 장이 교육부장관과 협의하여 정한다”는 조항을 넣고 그것을 근거로 ‘학생면담 기록은 3백자 이상 입력하라’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지침’을 ‘내려보내’ 강제하는 것이 교육부 관료들이다. 

상위의 ‘법률’을 벗어나다 못해 무관한 ‘시행규칙’과 ‘지침’을 만들어 강제하고, 법령들에 대한 해석을 독점할 뿐 아니라, ‘감사’라는 이름으로 대학을 속속들이 사찰하면서, 교수들을 통제하고 자괴감과 모욕감을 떠안기는 교육부 관료들을 보며, 나는 그들이 마땅히 할 일이 없거나 아니면 할 일에 비해 인력이 넘치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을 갖는다. 

그런데 그 ‘심의 내용’에서 내게 더욱 절망과 분노를 일으킨 것은 교육부 관료가 대학에 대해, 총장에 대해, 그리고 교수에 대해 보여주는 태도였다. 2만 명 이상의 구성원을 대표하는 대학 총장에게 그 관료는 ‘불문하고’, ‘이유 없다’ 등의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언사를 서슴없이 구사했다.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군대에서도 요즘에는 이런 식의 언사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는 듣고 있다. 대학이 뭐하는 곳인가. ‘學問’, 묻기를 배우는 곳 아닌가. 그런데 대학을 감사하는, 그러므로 대학이 그것의 사명에 소홀할 때 즉 묻기를 방해하거나 금지할 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야 할 교육부 관료가 대학에 ‘묻지말라(不問)’고 윽박지르는 것이다. 자신의 임무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있는 교육부 관료라면 이런 ‘갑질’(이라는 시쳇말로 표현하기는 부족한 횡포)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에이스니 프라임이니 하는 국적불명의 이름을 앞세워 흔드는 돈다발에 머리를 조아리는 대학총장들이나 대학교수들을 얕잡아보는 일에 도취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태도일 것이다.

하기야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교육부 관료도 있지 않았던가. 이런 교육부 관료에게는 학문의 자유, 대학의 자율과 자치 등의 개념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적폐청산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교육부는 왜 아무런 자정의 움직임이 없는지 나는 의아하기만 하다. 더구나 장관은 오랫동안 ‘민주화’ 관련 활동을 해온 분이 아니던가. 교육부에 관한 한 이 정부에서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교수들의 생각이다. 교육부 장관께 당부드린다. 장관이 지휘하는 부서의 관료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왔는가,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 것인가 잘 모르시면, 관료가 아니라 그 관료의 ‘갑질’에 지금도 시달리는 많은 ‘을’을 만나서 들어보시라.

 

이기홍 논설위원/강원대·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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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사람 2018-04-09 14:59:22
교수님 근데 외부 대학에 출강할때 근무시간에 가셨다면 그 장소와 무관히 당연히 외출이나 조퇴 처리가 되어야하는것 아닌가요? 교수님 봉급을 국가에서 줄 때는 한림대 강의를 위해서 주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