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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맞이하는 책의 해
대학에서 맞이하는 책의 해
  • 교수신문
  • 승인 2018.04.0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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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박순진 편집기획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

요즈음 여유가 생겨 이런저런 책을 자주 집어 든다. 수업에서 가르칠 내용도 아니고 연구 과제와도 직접 관련 없는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느끼던 재미와 청년 시절 가졌던 열정이 문득 떠올라 상념에 젖게 된다. 바쁘게 사느라 잊고 있던 책 속의 인물과 장면을 떠올리며 행복감을 느끼는 경험은 제법 유쾌하다. 점차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전자책과 전자문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종이책이 쉽게 손이 가고 더 잘 읽힌다. 강의와 연구를 위해서는 DB 구축된 전자문서를 주로 활용하지만 개인적 독서는 여전히 종이책에 의존하니 이것도 은근히 나이 때문이려니 생각한다.

마침 정부가 2018년을 ‘책의 해’로 선포했다. 1993년 이후 25년 만에 책의 해를 맞이하여 문화체육관광부는 대대적인 독서 캠페인을 추진하는 등 독서 인구를 늘리려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과 협력해 독서문화를 확산하고자 하는 것은 영・유아부터 어르신까지 우리 국민 모두가 지역과 일상에서 책 읽는 문화를 누리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올 한 해 동안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각급 도서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한 형태의 행사와 독서 프로그램을 연중 개최하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초중고 학생 가운데 91.7%가 지난 1년간 1권 이상 독서를 했다고 대답했으나 성인은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지난 1년간 1권의 책도 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과 학생의 2017년 연간 독서율은 직전 조사인 2015년보다 각각 5.4%p와 3.2%p 감소했다. 연간 종이책 독서량을 보면 성인 평균 8.3권, 학생 평균 28.6권으로 나타났는데, 직전 조사인 2015년에 비해 0.8권과 1.2권이 각각 줄어든 것이다. 성인과 학생 할 것 없이 독서 인구와 독서량 모두 줄어드는 가운데 특히 성인의 독서 실태는 시급하게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대학생의 독서 현황도 염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함께 발표한 ‘2017 대학도서관 통계 분석’에 따르면 대학도서관의 재학생 1인당 대출 책 수는 2017년 연평균 6.5권으로 집계돼 2013년 8.7권을 기록한 이래 5년 연속 내리막 추세다. 재학생의 실제 대출자 비율은 52.8%인데, 이는 대학생의 47.2%가 연간 한 권의 책도 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학도서관의 대출 책 수가 곧바로 대학생의 독서 현황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대학생이 평균 두 달에 한 권 꼴 정도로만 책을 대출하고 절반 가까운 대학생이 연간 한권의 책도 빌리지 않는 사실은 여러 면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생의 독서량은 절대적으로 적은 것에 그치지 않고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학생과 성인의 독서 활동이 초중고 학생과는 달리 처세술로 대표되는 실용적인 것에 편중된 것도 주목해볼 일이다. 무한 경쟁에 내몰리는 대학생으로서는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전념하지 않을 수 없고, 스펙 관리와 직접 관련 없는 독서 활동은 줄이지 않을 수 없다. 위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평소 책 읽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일과 공부 때문에 바빠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은 여러모로 생각해볼 일이다.

대학생의 독서량이 초중고 학생에 크게 못 미치는 현상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우리 대학이 취업을 비롯한 실용적이고 단기적인 성과를 교육의 우선 목표로 한다면 상황은 절망적이다. 대학 교육에서 더 많은 독서를 하도록 하는 것은 대학생 개인의 삶을 풍성하게 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일이다. 교양교육과 전공교육에서 다양한 참고자료를 더 많이 읽도록 지도하는 한편, 폭넓은 독서를 강조하는 비교과 활동을 조직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대학 차원의 지원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세상살이가 각박하고 힘들수록 여유를 갖고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일이다. 독서는 마음의 자산을 모으는 일이다. 청년 대학생들이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거나 스펙을 쌓는 등의 처세에만 급급하지 말고 책 속에서 다양한 삶과 여러 갈래 길을 경험해보면 좋겠다. 젊은 시절 읽은 책 한 권 한 권이 마음속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 먼 훗날에 잊고 지내던 책 속의 인물과 장면이 문득 떠오르는 유쾌한 행복감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순진 편집기획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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