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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의원회는 대학자치를 보장할까 
평의원회는 대학자치를 보장할까 
  • 채형복 경북대·법학전문대학원
  • 승인 2018.04.02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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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8일 국회는 「고등교육법」(이하, 「법」)을 일부 개정해 대학평의원회 설치에 관한 제19조의2를 신설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교육부는 대학평의원회의 학교의 장에게 심의에 필요한 자료 제출요구권 등을 담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의견수렴 및 관계부처의 심사를 거쳐 5월 29일 시행될 예정이다. 

대학평의원회는 종전에는 사립대에만 설치ㆍ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법」의 개정으로 이제는 국ㆍ공립대도 대학평의원회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교육부가 모든 대학에 이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는 대학운영의 민주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함일 것이다. 과연 이 제도는 대학 구성원의 이해를 대표할 보편적인 독립기구로서 대학자치와 대학 발전에 기여할 것인가? 이 제도의 도입에 따른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 대학평의원회 구성의 문제이다. 전통적으로 대학자치를 책임지는 주요 삼 주체는 교수, 학생 및 직원이다. 하지만 대학에는 이 삼 주체만이 아니라 연구자(연구소 소속 연구원, 특임교수, 비정규직 교수 등), 학부모, 동문 및 지역민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관여하고 있다. 이들도 대학자치의 주체에 포함돼야 한다. 

대학평의원회가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기구로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활동하는 각 주체의 이해관계를 ‘비례적으로’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법」은 대학교육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연구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이들이 대학평의원회에서 대학발전과 교육과정 운영 등 학내주요정책에 대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봉쇄되어 있는 셈이다. 

국내대학의 운영은 교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평의원회의 설치는 대학자치의 사각지대에서 놓여있는 학내 소수자의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는 대학평의원회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둘째, 대학평의원회의 권한, 즉 ‘심의·자문권 행사의 범위’에 관한 문제이다. 현재 교수회와 학장회는 대학의 양대 지배구조이다. 그동안 교수회와 학장회는 심의·의결권을 두고 갈등을 겪어왔다. 양대 기구의 입장은 여전히 논란 중이고,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대학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학정책의 주요사항에 대해 포괄적으로 심의·의결권을 행사하는 기구는 교수회와 학장회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평의원회는 무엇을 논의하고, 또 어떤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아래에서 살펴볼 내용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대학평의원회와 교수회, 그리고 학장회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 「법」에 따르면, 대학평의원회는 심의ㆍ자문기구이다. 즉, 대학평의원회는 대학발전계획과 학칙의 제ㆍ개정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서는 심의를, 교육과정의 운영과 대학헌장의 제ㆍ개정에 대해서는 자문을 한다(법 제19조의2 1항). 이 문언을 그대로 해석ㆍ적용하면, ‘심의ㆍ의결권’을 행사하는 교수회와 학장회에 비해 대학평의원회의는 ‘심의ㆍ자문권’만을 가지므로 그 법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대학자치의 지배구조로서 대학평의원회가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문제는 결국 교수회와 학장회와의 상호 관계, 특히 권한 행사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교수회와 학장회와 달리 그 기구의 성격상 대학평의원회는 상설기구로 설치된다고 할지라도 자주 소집될 수 없다. 게다가 학칙에 규정된 ‘법정기구’의 지위가 악용되어 자칫 총장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기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대학평의원회 설치 여부에 대한 논의와 함께 차제에 대학의 지배구조(거버넌스)의 문제점과 그 개혁에 관한 검토를 병행하여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대학자치와 학문공동체는 그 실체마저 모호한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채형복 경북대·법학전문대학원
1997년 프랑스 엑스마르세유3대학에서 EU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북대에서 국제법, 국제인권법 및 EU법 등을 가르치며, 틈틈이 시를 쓰고 있다. 한국유럽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경북대민교협 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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