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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대 사태, 교육부 개입으로 해결될까
총신대 사태, 교육부 개입으로 해결될까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04.02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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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에도 학사 운영 파행 중...

총장과 학내 구성원의 대립으로 총신대 사태가 장기화되자 교육부가 나섰다. 교육부는 실태조사단(단장 이재력)을 구성하고 총신대에 실태조사단을 파견했다. 당초 지난달 23일까지로 예정됐던 조사는 28일까지로 연장된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조사 결과를 정리하고 있다”며 “결과 발표를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한편, 총신대 신학대학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곽한락, 이하 비대위)는 지난 26일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관 개정과 총장, 재단이사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비대위는 총장이 비리 혐의로 기소되고 각종 비리에 연루되는 등 문제를 일으켜 학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 불씨 된 총장 비리 의혹

총신대가 갈등에 휩싸인 것은 총장의 배임증재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2016년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이하 예장) 합동 총회장이었던 박무용 목사는 김영우 총장을 만났을 때 김 총장이 2천만원을 건넸다고 폭로하고 배임 증재 혐의로 고소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김 총장은 예장 합동 부총회장 선거에 나가려고 했지만 서천교회, 선천교회 담임 목사 그리고 총신대 총장을 맡고 있어 이중직 문제에 걸려있었기 때문에 자격 탈락됐다”며 “김 총장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총회장한테 대구에 있는 호텔에서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당시 돈을 건넨 것에 대해서는 김 총장도 인정했다. 문제는 돈이 부정청탁을 위해 건네졌는가 여부다. 지난 9일 열린 공판에서 김 총장은 “선교비,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 관계자는 “평소에는 박무용 이사한테 연락 한 번 없다가 부총회장으로 나갈 타이밍에 찾아가서 2천만원을 줬다”며 “재판 때 검사가 지적한 부분이 평소에 목사들이 2천만원을 현금으로 가지고 다니느냐는 것이었다”면서 배임증재 혐의에 대해 확신한다고 말했다.

▲총신대 정문에는 김영우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비대위가 지적하고 있는 문제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대위는 총장과 재단 이사회의 정관 개정도 문제 삼고 있다. <교수신문>이 2018년 2월 7일 개정 정관과 2014년 6월 5일 개정 정관을 대조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제1조 목적에서 예장 총회의 ‘지도하에’라는 구절이 예장 총회의 ‘성경과 개혁신학에 입각한 교의적 지도하에’로 변경됐다. 이외에도 법인의 개방이사를 ‘총회 소속’ 목사 및 장로 중 선임할 수 있게 한 제20조 2항 역시 ‘성경과 개혁신학에 투철한’ 목사 및 장로 중 선임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비대위 관계자는 일련의 정관 개정들이 “총회 합동 직영 학교라는 구분을 없애고 학교를 사유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교육부 결과 수용 여부가 관건

현재 비대위와 총학생회는 종합관과 신관 건물을 점거하고 교직원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학교 측은 재단이사와 함께 용역을 동원해 점거를 끝내려고 했지만 경찰의 중재로 상황이 유지됐다. 당장 수업을 들어야할 학생 중 일부는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총신대 대나무숲에는 총학생회의 종합관, 신관 점거를 성토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문동일 총신대 홍보팀장은 “학생들이 시위를 지지하긴 하지만 자신들의 수업권이 침해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며 “방학 동안은 시위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개강을 할 때가 됐음에도 개강을 못하게 하니까 다른 피해보는 학생들 위해 부득이 용역이라는 수단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태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따라 임시 휴업 연장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며 “교육부의 결과가 나오면 어느 쪽이든 (총장과 총학생회) 양쪽 모두 수용해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역시 휴업 상황에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김현우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며 “학점 이수를 위해 보강이나 교생실습 나가야하는 학과들을 신경쓰면서 학사를 조율하고 있다. 학부 나름대로 학사가 정상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교육부는 비대위원장, 총학생회장, 대학 교무위원들을 소집해 점거 상태를 해제하기 위한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극적인 해결을 바라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현우 총학생회장은 “교육부에서 대학 교무위원들과 상의해 학사에 복귀하는 것을 고민해보라고 했다”며 “그러나 총장이 지시하기 편한 분으로 교무처장이 임명된 정황 등 때문에 당장 학사에 복귀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비대위 관계자 역시 “현재 조사단장인 이재력 과장은 과거에 (총신대에) 감사 나왔을 때 혐의 없음으로 넘어간 적이 있다”며 “교육부가 있는 그대로 조사를 철저하게 해서 정말 사실대로 결과에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장에서 실태조사 중이던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재단이나 교수들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학생들 생각하고 있으니 기다려주길 바란다”며 “이재력 단장이 총장을 비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조사를 위해 출석을 요구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결과 발표를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총신대의 내홍을 총신대만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 상지대, 평택대, 덕성여대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재단과 학내 구성원의 갈등은 대부분의 사립대가 겪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학령 인구 감소 등으로 재단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학내 민주화 바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사후약방문격의 수습은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교육부의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글·사진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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