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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된 대기질 속... 주목받는 수소전기차의 정체는?
악화된 대기질 속... 주목받는 수소전기차의 정체는?
  • 양도웅
  • 승인 2018.04.0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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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미세먼지특별위원회, 「미세먼지 저감과 녹색교통 실현을 위한 수소전기차」 정책토론회 개최

아침 풍경이 변했다. 사람들은 이제 일어나자마자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고, 마스크를 착용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KF80(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다는 의미)의 마스크를 착용할지, KF94 혹은 KF99(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94%, 99% 이상 각각 걸러낼 수 있다는 의미)의 마스크를 착용할지 결정한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많은 이들은 서쪽 너머로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원인은 우리에게도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또한 일원적이지 않다. 단기적인 것과 장기적인 것이 있다. 국회 미세먼지특별위원회(위원장 송옥주, 더불어민주당)가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세먼지 저감과 녹색교통 실현을 위한 수소전기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여한 사람들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자동차를, 그리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해결책으로 수소전기차를 논의했다.

안국영 한국수소및신에너지학회 회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을 좌장으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안국영 한국수소및신에너지학회 회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을 좌장으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예상보다 유독한 자동차 배기가스

발표에 앞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이상이 내연기관 차량 위주인 수송 부문에서 배출되고 있으며,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30% 정도가 경유차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데 경유차를 포함한 자동차가 우리의 예상보다 주요한 원인이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첫 번째 발표자인 박지영 한국교통연구원 스마트시티연구팀 부연구위원은 「국내외 수소차 전망 및 녹색교통 실현방안」을 발표하며 “자동차 보유대수가 작년 약 2000만대에서 올해 2050만대로 증가했고, 고성능의 대형차를 선호하는 소비패턴으로 에너지 소비 또한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원인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비판 정도를 고려하면, 발생원인 중의 하나인 자동차에 대한 경각심은 매우 적다는 지적이다.

박 부연구위원은 “자동차 수요는 도시화·경제성장과 연결돼 있고, 앞으로 도시화·경제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따라서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을 확대하는 것, 그리고 자동차 부분의 탈탄소화를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로 수소전기차를 제시했다. 수소전기차는 다른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운행과정에서 배기가스가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발표자인 구영모 자동차부품연구원 전기구동시스템연구세터 팀장은 「수소전기차 미세먼지 저감효과 및 보급정책 방향」에서 수소전기차가 무공해차인 이유를 세 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수소전기차 원리는 투입된 수소에서 전자를 분리시키는 단계(기술), 분리된 수소이온을 공기로 이동시키는 단계(기술), 마지막으로 수소이온과 전자, 산소가 결합되는 최종 단계(기술)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이 최종 단계에서 수소이온과 산소, 전자가 결합해 배기가스가 아닌 물이 발생하는데, 이를 근거로 우리는 수소전기차를 무공해·친환경차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데 전기가 필요하다. 수소전기차가 100% 친환경차가 되기 위해서는 전기 생산 또한 친환경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이유다. 그림 출처=토론회 자료집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데 전기가 필요하다. 수소전기차가 100% 친환경차가 되기 위해서는 전기 생산 또한 친환경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이유다. 그림 출처=토론회 자료집

그렇다면 서울시에서 물을 배출하는 수소전기차가 운행될 때, 대기질은 어느 정도로 개선되는 것일까. 구 팀장은 “수소전기차 1대가 1시간 동안 서울에서 운행되면 70명이 1시간동안 마실 수 있는 깨끗한 공기를 확보할 수 있고, 수소전기차 1대가 1년 동안 서울에서 운행되면 연간 5명이 마실 수 있는 깨끗한 공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버스일 경우, 개선되는 공기의 양과 확보 가능한 깨끗한 공기의 양은 사람 수 기준으로 각각 약 9배, 약 57배 증가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우선적으로 시내버스를 수소전기차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말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대기질 개선 효과가 확실한 수소전기차 제작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수위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수소전기차 보급 부분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는데, 바로 수소충전소 문제 때문이다. 수소전기차는 수소를 주기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기관이다. 즉 수소전기차에게 휘발유는 수소인 것이다. 그런데 작년 말 기준으로 대한민국에서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의 수는 총 11개소이며, 연구용 충전소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일반인들이 사용 가능한 수소충전소의 수는 6개소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작년 기준으로 총 49개소, 독일은 50개소, 일본은 90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충전소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박지영 부연구위원), “충전소가 없으니까 차를 만들어놓고도 제대로 팔지 못하고, 차들이 팔리지 않아 도로 위에 차가 없으니 충전소를 만들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김종률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아울러 수소전기차를 확대 보급하기 위해, 다수의 충전소를 적절한 위치에 설치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수소전기차는 100% 친환경차일까

발표 이후에 진행된 토론회에서,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수소전기차에 비해 세계적으로 보급이 확대된 상태인 전기차가 갖고 있는 ‘부족한 친환경성’을 지적했다. “전기차는 전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전기 생성원이 어디인가. 바로 화력발전소다. 즉 전기차는 ‘운행 측면’에서만 공해를 배출하지 않을 뿐, ‘전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김 상무의 비판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수소전기차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 또한 말을 보탰다. “단적으로 말해 수소전기차는 수소를 전기분해해 물을 배출한다. 그런데 물을 배출하기 위해 필요한 전기는 어디서 나오는가.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을 통해 나올 수밖에 없다. 수소 또한 1차 에너지가 아니다.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또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럼 수소전기차도 ‘전 생애주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100% 친환경차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자동차가 연료를 통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했을 때,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바로 이 연료를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이다.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장도 “현재 고민 중인 문제는 화석연료 체계에서 보다 친환경적인 전기 생산 체계로 어떻게 하면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가 이다”고 말하며, 동일한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김필주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자동차 산업이 어떠한 과정으로 발달했는지(발전해 가는지)를 고려해서 수소전기차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에 몰두하는 흐름이다. 이유는 기존의 경유·휘발유 차가 갖고 있는 문제를 이 차들이 현실적으로 해결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소전기차는 현재 기준으로 궁극의 차다. 그러나 현재 수소전기차를 생산해서는 이익이 나지 않는다.” 김 교수의 설명은 회사는 이익을 고려해야만 하는 조직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조직에 ‘친환경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수소전기차 생산을 강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측면이 있다. 시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김 교수는 “자동차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명분을 국가가 제공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소전기차를 탈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구매시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수소전기차틀 타는 것이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이익인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류의 역사는 목적과 함께 전진해 왔다. 현재 미세먼지를 만들어내면서 미세먼지를 저감하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인류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일까. 적어도 이번 토론회에서는 자본주의나 산업화가 아니라 자연과의 지속적인 공존이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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