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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처럼 찾아온 기회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
  •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
  • 승인 2018.03.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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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의 기운이 넘실대고 있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논의를 할 것이고, 5월 말에는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돼 70년 가까이 지속돼 온 적대적 관계를 끝내고 국교를 정상화할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압박을 지속하면서 한반도에 전쟁의 가능성까지 예상됐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이었음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남북이 공멸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제 평화적 공존과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게 된 것은 경천동지할 변화이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다. 이를 절대 놓치지 말고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의 비핵화, 그리고 항구적인 평화체제의 구축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본질적으로 북한과 미국의 문제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체제를 지키기 위해 온갖 국제적 제재를 감내하면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추진해왔다. 리비아의 카다피와 이라크의 후세인이 허망하게 축출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핵무기 개발은 북한 정권이 생존하기 위한 절대적 조건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이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미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다. 경제적 보상을 통한 회유책을 쓰기도 했고, 강압적인 정책을 구사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제 답은 명확하게 나와 있다. 양측이 서로 원하는 것이 확실한 만큼 이를 거래조건으로 두 나라는 통 큰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폐기하고, 미국은 북의 체제를 보장하고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면 정상국가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반면에 북한은 미국이 적대 정책을 포기하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 상대방에게 먼저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서로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 나라가 이런 조치들을 동시에 추진하도록 하고, 국제사회가 이를 담보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 북한이 벌이는 대화와 협상의 과정에서 우리는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두 나라가 오랫동안 서로를 믿지 못하고 적대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해 소통과정에 많은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화해의 분위기에 불만을 느낀 일부 극우세력의 준동과 훼방도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두 나라가 서로 믿고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도록 끌어주고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한 중재자 역할만으로 우리 정부의 소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와 국교 정상화에 다가갈 때 우리는 분단을 극복하고 민족이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북관계에서는 북이 개방과 평화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체제경쟁이 끝난 상황에서 엄격한 상호주의는 분단을 고착화하는 허구 논리에 불과하다. 북한의 자원과 남한의 자본이 결합할 때 양측은 엄청난 경제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북한은 절대적 빈곤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남한 경제에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않고서는 남한 혼자만의 경제성장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민주화와 복지국가의 실현도 불가능하다. 과거 경험에서 보듯이 분단상황에서 완전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며, 정부 예산의 10%를 국방비에 쏟아붓고서는 복지국가 실현은 요원한 이야기다.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다. 기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노력과 지혜에 달려 있다.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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