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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문제, 정부 개입 필요하다
시간강사 문제, 정부 개입 필요하다
  • 이상룡 부산대 강사·철학
  • 승인 2018.03.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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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제도, 모두의 문제다 ❻

강사법은 대학 내 약자인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지만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정부와 국회는 행정적, 재정적 부담을 대학에 떠넘겼으며, 책임을 넘겨받은 대학은 강사의 권익을 보장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자 하였다. 시간강사는 강의만 하는 자가 아니다. 이들은 교육자이자 학자이고 연구자다. 이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학문과 교육 수준, 나라의 미래가 결정된다. 시간강사 문제의 해결은 대학을 건강한 학문 공동체로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시간강사들은 대학에서 계속해서 강의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교원으로서의 신분과 고용이 보장돼야 한다. 교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대학 구성원으로서의 의사결정권이 있어야 하고,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이 보장돼야 한다. 시간강사 문제를 대학에 떠넘기면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의 대학은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 대학을 기업처럼 경영한 결과다.

대학의 사명은 학문 연구와 교육이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분과 고용이 보장된 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차고 넘쳐야 한다. 전임교원의 축소를 낳는 방식으로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시간강사와 다를 바 없는 전임교원일 뿐이므로 폐지해야 하고, 겸·초빙 교수의 증원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해서도 안 된다. 대형 강좌의 증가, 전임교원의 과다한 수업 시수 등의 문제가 발생해서 대학 교육이 망가져서도 안 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비록 대세이기는 하지만 대학의 시간강사를 전임교원으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교수계약제 하에서 정규직인 조교수, 부교수도 계약기간이 각각 4년 남짓인데, 그렇다면 비정규직인 강사의 계약기간은 몇 년으로 하는 것이 적정할까. 그리고 강사의 시수는 몇 시간이 적합할까. 강사의 시수 문제는 전임교원의 책임시수 조정과 맞물려서 진행돼야 한다. 강사의 계약기간과 책임시수가 어떠하건,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재임용 기회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대학이 행정적 부담을 이유로 시간강사의 교원으로서의 권리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또 다시 침해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대학을 여전히 기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원의 임무는 교육, 지도, 연구이다. 이 셋을 분리해서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기형적인 교원을 낳게 될 것이다. 강사도 학과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가능해야 하고, 교육과정 운영권과 강좌개설권을 가져야 자신의 전공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있다. 강사들의 연구 활동을 지금처럼 사적인 행위로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서는 그 활동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대학들은 강사의 연구 활동과 학생 지도에 대해 충분한 보수를 지급하지 않을 것이다. 돈은 적게 주고 일은 많이 시키려 할 것이고, 채용 과정에서도 학생지도와 연구실적을 요구할 것이다. 강사의 임무를 나눌 것이 아니라 임무의 적정 수준을 만들어야 한다.

교원으로서 지위를 가진 강사를 고용할 경우 인건비는 상승할 것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 지원 없이는 강사 고용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대학에 맡겨둘 경우 시장 원리에 의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에서는 한국연구재단에서 기본급의 성격을 가진 연구비를 모든 강사에게 지원할 것을 제안한 바가 있다. 한국의 사학재단 실정을 감안할 때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는 시간강사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하다.

강사법의 입법 목적은 신분 보장, 고용 안정, 처우 개선이었다. 강사법은 이 셋을 하나로 묶지를 못했고, 이 때문에 셋 중 하나를 우선시하는 입장들도 나왔다. 그러나 이 셋은 함께 가야 한다. 신분 보장과 고용 안정, 그리고 처우 개선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로 보장할 것인가가 강사법 개정의 쟁점이다. 강사의 고용은 대학에서 하므로 대학이 강사를 고용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대학이 자신들이 처한 현실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감시해야 한다.

 

 

이상룡 부산대 강사·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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