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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
  •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 승인 2018.03.05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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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요즘 각 대학들은 신입생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주변에도 자녀를 새롭게 대학에 보낸 지인들이 많다.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어떠했든 일단 자녀가 대학에 안착한 것에 안도해 하는 눈치다. 그러면서도 자녀의 진로에 대한 걱정이 많다. 특히 취업이 어렵다고 하는 기초학문 계열에 입학한 자녀들을 둔 부모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런 부모들과의 대화 속에서 늘 봉착하게 되는 근원적 질문이 ‘왜 대학에 가는가?’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스타벅스의 점원으로 일하거나 우버(Uber) 택시 운전을 한다? 우리나라 대졸자의 얘기처럼 들리지만 미국의 대졸자들이 처한 현실을 꼬집어 하는 말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등록금과 졸업 후 갚아야할 대출금을 생각하면 암울한 현실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졸자의 40%가 굳이 대학학위가 필요 없는 직종의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듯 미 연방준비은행(FRB)이 실시한 가계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가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대비 금전적 효용이 마이너스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졸자 중 3분의 2가 대학에 진학한다고 한다. 30여 년 전 고졸자의 절반정도만이 대학에 진학하던 것과 비교하면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그들이 비싼 학비를 들여서라도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결국 고용시장에서의 상대적 우위 때문이다. 특히 경제 침체기에 대졸자들의 실직률은 고졸자에 비해 낮으며, 경제가 회복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도 대개는 대졸자에게 기회가 돌아간다고 한다. 대학졸업장이 지출 대비 경제적 효용이 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직장을 유지하는 데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현실도 마찬가지이다. 한 취업포탈의 조사에 따르면 대졸자 중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는 경우는 30%가 채 안된다고 한다. 대학졸업장에 걸맞은 직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높은 대학진학률을 탓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에서 일자리에 비해 대학진학률이 높다는 의견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전제로 깔려 있다. 젊은이들이 너무 좋은 직장만을 찾아다닌다는 생각, 대학답지 못한 대학이 너무 많다는 생각 등이 이러한 주장의 근저에 깔려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 자국민들의 대학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을 볼 때 대학진학률이 너무 높다는 주장은 대학교육이 갖는 미래적 가치를 간과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오바마 전대통령은 대학교육이 결코 사치가 아니며 21세기 지식기반경제 하에서는 고등교육이 필수적이므로 국민 모두가 비용 걱정 없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첨단과학기술 및 지식 기반 경제체제하에서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고등교육을 육성해야 한다는 점, 둘째 고등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전이 한국에서 실현되려면 몇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첫째, 철저한 고등교육의 질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경우 대학설립인가의 기준이 너무 낮은데다 인증평가도 유명무실하다. 한차례 구조개혁평가가 있었지만 법적인 근거도 취약할 뿐 아니라 고통분담을 통해 결과적으로 구조개혁을 지연시킨 점도 있다. 둘째, 고등교육 비용에 대한 국가부담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재정 확충 방안도 필요하겠지만 입학자원의 급감이라는 파고를 슬기롭게 헤쳐 가는 가운데 비용대비 효과를 극대화해야한다. 셋째, 선택과 집중 방식의 재정지원방식에서 탈피해 교육여건을 폭넓게 개선함으로써 이른바 명문대학의 풀을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어느 대학을 졸업하든 그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고등교육의 토대를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 

한편 고등교육은 미래 소득의 증진이나 국가경제 발전과 같은 경제적 가치 이외에도 자신과 자녀의 건강, 결혼의 안정성, 지적 성장 및 인간관계의 성숙 등 돈으로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복지의 효과도 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미래사회에서는 대학교육이 국민모두가 누릴 필수 공공재가 되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김영석 편집기획위원/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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