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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기원부터 최신 생명과학 망라해
생명의 기원부터 최신 생명과학 망라해
  • 김재호
  • 승인 2018.03.05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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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_ 『물질에서 생명으로』(노정혜 외 지음, 반디, 2018.01)
「렉처 사이언스」 다섯 번째가 책으로 나왔다. 책을 통해 정확한 답을 얻기 보단 물질에서 생명이 어떻게 태동했는지 그 과정과 방향, 조건과 진화의 흐름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생명이 진화하듯이 생명의 정의 역시 바뀌고 있다. DNA의 유전정보는 RNA를 통해 단백질로 전달된다고 간주되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생명과학의 중심 원리(센트럴 도그마)는 수정·보완되고 있다. RNA가 DNA를 만들어내는 역전사가 이뤄지고, 단백질에서 RNA, DNA로 가는 방향 역시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유전자가 모든 걸 결정하는 게 아니라 획득형질이라는 후천적 요소에 의한 생명의 변화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 ‘2017 봄 카오스 강연(3월 15일 ∼ 5월 24일)’이 『물질에서 생명으로』(노정혜 외, 반디, 2018.01)로 묶여 나왔다. 렉처 사이언스 다섯 번째인 이 책은 총 10강으로 생명이 물질에서 비롯됐는지, 과연 그 조건은 무엇이었는지 알아본다. 생명의 탄생, 근원, 진화, 소멸에 이르기까지 질문은 끝없이 이뤄진다. 최신 생명과학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게 『물질에서 생명으로』의 장점이다.  
 
1강 ‘생명체의 탄생’은 서울대 노정혜 교수(생명과학부)가 맡았다. 생명의 특징은 △유전(증식) △대사 △반응 △진화다. 대사는 한 에너지를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체 진화의 뿌리를 찾아가다 보면 루카(LUCA : The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를 만난다. 루카는 모든 생물체의 조상이자 최초의 생명체다. 역추적으로 알아낸 유전자의 개수는 355개. 이를 통해 알아낸 바는 루카는 수소와 이산화탄소와 질소만 있으면 필요 영양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뜨거운 곳에 살았을 독립영향생물이었다는 점이다. 생물학적 진화는 무기물에서 유기물로, 유기물에서 생명체가 탄생한다. 

과학자들은 원시 대기에서 무기물이 유기물로 합성되고, 유기물이 농축된 원시 수프에서 여러 화학 반응으로 자가 복제하는 분자가 생겼으리라 가정한다. 최초의 유전물질, 즉 생명체는 RNA였고, RNA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RNA를 주형으로 DNA가 생기면서 안정화된 유전 정보가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 이로써 원핵세포가 진핵세포로 진화할 수 있게 된다. 굉장히 작은 원핵세포는 염색체를 둘러싼 막이 없기 때문에 ‘원핵’이다. 진핵세포는 핵막으로 둘러싸인 핵과 미토콘드리아, 세포 골격 등이 있다.

패널토의에서 서울대 신민섭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생명을 정의할 수 없다기보다는, 생명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면서 정의가 계속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지구의 입장에서 보자면 생명의 가장 큰 역할은 물질이나 에너지의 흐름을 매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이 탄수화물을 섭취 후 산소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로 산화시키는 것이 매개의 사례다. 1강의 패널토의에선 생명의 정의 가능성과 조건, 인공지능과 합성생물학, 바이러스 등을 논의했다.

최초의 생명체 '루카'의 출현

2강은 포스텍 조윤제 교수(생명과학과)가 ‘DNA : 생명체의 번식과 다양성의 열쇠’를 설명했다. 조 교수는 DNA의 발견과 유전자의 복제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 발전한 ‘후생유전학’은 유전자가 있어도 항상 발현되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라며 “생명의 다양성은 유전자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 환경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습니다”라고 밝혔다. 인간의 유전자는 2만 1000개 정도다. 이로써 단백질이 딱 이만큼 생긴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2만 1000개의 단백질에 다른 화학물질들이 붙어 더 많은 단백질이 생성되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인간은 DNA 구조물인 염색체(DNA를 고도로 응축된 구조로 만든 것)가 23쌍 있다. 세포분열시 염색체가 유전물질을 전달한다. 조 교수는 사람의 탄생이 2의 23제곱인 약 70조 가지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염색체끼리 오버랩(교차)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70조 이상의 가능성이 생긴다. 요컨대, 생명체의 다양성이 발생하는 이유는 △유전자의 변이 △단백질의 변형 △감수분열 △스플라이싱이다.

3강은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생명과학부)가 ‘리보핵산 : 최초의 생명 물질로부터 메신저까지’를 알아봤다. 김 교수는 리보핵산, 즉 RNA(Ribo Nucleic Acid)가 약, 백신, 진단 분야에 활용가능 하다고 강조했다. RNA는 단시간에 합성 가능하고 이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RNA는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창문이자, 생명공학의 강력한 도구다”라고 적었다.

패널토의에선 RNA가 DNA보다 먼저였을지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단국대 정선주 교수(생명융합학과)는 “RNA가 여러 가지 유전물질 혹은 효소로서 하던 기능을 현생 세포에서는 DNA에 유전물질의 기능을, 단백질에 효소의 기능을 넘겨준 거라고 봅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빛내리 교수는 책에서 최초의 유전물질로서의 ‘RNA 기원설’로 설명했다.

환경에 영향을 받는 후생유전학의 가능성

4강 ‘단백질 : 3차원의 마술사’부터는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사람은 100만 개의 서로 다른 단백질 조합체다. 예를 들면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경우 백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구조를 정확히 알아냈기에 개발됐다. 생명에 안전성을 제공하는 건 DNA고, 역동성을 부여하는 건 단백질이다. 5강은 ‘탄수화물의 달콤하고 끈적끈적한 비밀’이다. 세포막에는 여러 단백질이 박혀 있다. 단백질은 홀로 존재하지 않으며 여러 물질들이 붙어 함께 한다. 대표적 물질은 탄수화물이다. 어떤 단백질의 경우 탄수화물이 가득 붙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를 연구하는 분야가 당생물학이다. 당생물학에선 세포막의 특정 당사슬을 인식해 붙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독극물의 활동을 제한하는 연구를 한다.  

6강은 ‘세포막 : 경계와 소통’이다. 세포막의 지질 분자는 물을 좋아하는 부분과 물을 싫어하는 부분으로 나뉘며, 이중으로 결합해 막을 형성한다. 이러한 지질 분자들은 매우 유연하며 모세혈관을 지나는 동안 모양이 구겨지더라도 다시 원래 모습이 된다. 지질 막은 우리가 먹는 지방에 의해 만들어진다. 돼지고기 비계 등 상온에서 고체인 포화지방산을 먹을 경우 세포막은 유연하지 못하고 뻣뻣해진다. 반면 상온에서 굳지 않는 올리브유 같은 불포화지방산을 먹는다면 유연한 막의 세포를 가질 수 있다. 세포들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라도 세포는 건강해야 한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외부 물질이 침입했을 시 꼼짝없이 당하고 심지어 암세포가 자라날 수도 있다. 

7강은 ‘우리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이다. 우리 몸속 ATP의 총 무게는 50g이다. ATP가 계속해서 만들어져야 생명이 유지된다. 청산가리는 ATP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억제하여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만든다고 좋은 건 아니다. 과학자들은 원숭이 두 마리 중 하나는 먹을 것을 제한하고 나머지는 마음껏 먹게 하였다. 그 결과 음식이 제한된 원숭이에 비해 마음껏 먹은 원숭이의 털이 더 빠지고 허리도 많이 굽었다. 많이 먹을 경우 ATP가 많이 생기지만 그만큼 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도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8강은 ‘우리 몸에 들어오는 외부 물질 : 약인가, 독인가?’이다. 보톡스는 단 500g 만으로 70억 인구의 반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아주 소량으로는 미용 효과가 있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고사리의 경우 타킬로사이드라는 발암물질이 들었다. 다행히도 뜨거운 물에 팔팔 끓일 경우 비빔밥, 육개장, 빈대떡 같은 음식에 넣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보톡스나 고사리 같이 자연적인 물질 외에 인공 외부 물질인 신약이 6,000개 있다.
  
9강 ‘게놈으로 읽는 생명 / 유전자가위로 유전자 수술하기’에선 생명을 계산 가능의 측면에서 접근한다. 복잡하게 꼬여 있는 DNA를 생각하자면 3차원인 우리 몸 안에 또 다른 차원이 있다고 여겨진다. 10강 ‘이상한 나라의 바이러스’는 바이러스가 진화한 이유와 예방법을 담고 있다. 바이러스가 진화한 이유는 지구 온난화와 자연 개발 등으로 야생동물과 사람이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예방법은 집단 면역이다.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있더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많다면, 이들이 장벽이 되어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이 다소 안전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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