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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과에 대한 사랑과 열정
가정교과에 대한 사랑과 열정
  • 이은희 원광대·가정교육과
  • 승인 2018.03.05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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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중학교 가정시간, 우리 담임선생님.
“앞으로 가정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다.”
1990년 사범대학 입학 원서 쓰던 날, 우리 부모님.
“가정선생님이 가장 잘 맞는 것 같구나.”
2018년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졸업식 날, 우리 제자들.
“한여름의 태양과 같은 정열로 가정교과를 사랑하는 교수님”
가정교과를 만나고 사랑하게 된 것은 이렇게 운명적이었다.

가정교과는 선생님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철부지 여학생에게 꼭 달성해야 하는 미래였고 부모님의 자랑이었고 제자들의 희망이었다. 가정교과는 1955년 제1차 교육과정부터 현재까지 필수교과이며 국민 모두가 배워야 하는 기본교과이다.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정교과는 현재와 미래의 삶에서 개인과 가족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건강과 안녕을 유지하며 가정생활의 행복감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자신과 가족, 지역사회, 자원, 환경과의 건강한 상호작용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자립적인 생활능력과 실천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 자신과 가족의 행복한 삶, 안전하고 건강한 삶, 균형 있고 조화로운 삶을 이뤄나가는 데 중점을 두는 교과로 제시되고 있다.

그동안 가정교과에서 다루는 ‘가정의 안녕과 복지 증진’에 대한 개념과 이를 위한 수단, 조건 등은 변화되어왔다. 응용과학이 중요시되었던 시기에는 교과내용도 물리적인 가정생활환경 개선을 추구했다.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내용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됐고, 그 후 가정생활을 중심으로, 인간과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는 측면으로 변화됐다. 오늘날 가정교과의 주된 관심은 기술적, 이론적 질문의 차원을 넘어 가족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정당한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천적 질문에 중점을 두게 됐다.

이것은 가정교과의 학문적 성격이 발달 초기부터 가정생활 향상을 위한 실천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천교과로서 가정교과는 단편적인 지식 전달과 개발, 그와 관련된 기술을 습득하는 측면에서 벗어나 개인이나 가족이 가정 안에서 생활하면서 직면하는 문제, 즉 실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과라는 것이다. 여기서 실천의 개념은 기술적인 측면이나 실용화를 강조하는 좁은 의미가 아니라,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행동하는 사람의 의도와 가치 판단, 도덕적 타당성이 포괄적으로 다루어지는 과정을 포함하는 의미다. 가정교과에서 다루는 실천적 문제는 특정한 상황에서 ‘무엇인가?’와 ‘무엇이어야 하는가?’의 불일치로 생겨나는 가치와 관련된 질문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개인이나 사회집단의 행동의 방향을 고민하는 질문이다. 이 때 행동은 도덕적으로 타당해야 하고, 습관적인 반응이 아닌 반성적 사고에 의한 가치판단에 근거해야 하고, 행동의 결과는 자신과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자신과 타인의 행복을 모두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이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늙어간다. 아무리 사회정책이 잘 되어 있어도 ‘家庭’ 만큼의 이상향은 없다고 본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우선 문제의 본질에 올바르게 접근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유토피아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를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이 해답이다. 어느 측면에서만 주목을 끄는 해결책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주도할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가정교과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 줄 수 있다고 본다. 

저출산·고령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중심에는 가정교과가 있다. 가정교과는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사회인 가족을 지속가능한 과제로 보고,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보다 실천적인 문제 해결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교과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에서 벗어나 올바르게 인식하기 위한 소통, 통섭이 지금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하다. 오늘도 나의 가정교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계속된다.

 

이은희 원광대·가정교육과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원광대 교수·학습개발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교육부 제2기 인성교육진흥위원회 위원이다. 저서로는『인성교육과 도의실천』, 『예비교사를 위한 가정교과교육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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