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20 (토)
도톰한 갓과 자루에 담긴 향미
도톰한 갓과 자루에 담긴 향미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8.02.26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94. 표고버섯
표고버섯. 사진출처=위키백과

세상에, 이 세한 추위에 표고버섯이라니!? 집사람이 춘천중앙시장에서 표고버섯을 한보따리 사왔다. 글방베란다에서 햇볕을 씌워 오라면서, “볕을 봐야 비타민 D가 만들어진다”고 턱하니 한 말씀 덧붙이신다. ‘가정주부는 음식 과학자’라더니만….

먼저 버섯 갓(umbrella) 밑자락에 붙은 도톰한 버섯자루(擔子柄)를 잘 드는 칼로 똑똑 따서 따로 널어 말리고, 갓은 가끔 가다가 뒤집어 주고, 한 이틀만 볕을 쐬어도 알맞게 꺼들꺼들 마른다. 버섯자루는 길이 3〜6cm, 지름 1cm로 흰색 원기둥꼴로 갓에 비해 꽤나 질긴 편이다. 물론 버섯소쿠리는 유리창바깥, 한데 시렁(선반)에 두니 유리는 자외선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표고버섯(shiitake mushroom)에는 비타민 B1, B2, B12 등 여러 비타민과 칼슘, 칼륨 등 많은 무기염류가 들었지만 남달리 비타민 D가 있다. 버섯에 들어있는 에르고스테롤(ergosterol)은 스테로이드(steroid)물질로 햇빛자외선을 받아 비타민 D2(calciferol)로 바뀌므로 프로비타민 D(provitamin D)라 한다. 이것은 뼈 만드는 데 꼭 있어야 하는 비타민이 아닌가. 사람 피부에 있는 에르고스테롤도 자외선을 받아 비타민 D가 되기에 흔히 ‘햇빛 비타민(sunshine vitamin)’이라 부른다. 겨울에도 하루에 15분 넘게 해바라기를! 

그런데 식용버섯의 서열을 일능이, 이표고, 삼송이로 매겼다. 그런데 能耳가 제일 먼저인 것은 맛도 맛이지만 약효 덕분이라 하고, 실제로 향미는 능이나 표고보다 송이가 낫다. 하지만 표고가 송이보다 윗자리인 것은 아마도 표고는 쉽게 사먹을 수 있지만 송이는 워낙 귀족이라 표고 뒤에 두었을 것이란다. 

그렇다면 버섯(mushroom)은 어떤 생물일까, 식물일까? 요새 와서 보통 生物界를 박테리아(세균)가 속하는 모네라(monera)계, 원생동물과 원생식물을 포함하는 원생생물계(protista), 버섯이나 곰팡이의 균계(fungi), 나무나 풀의 식물계(plantae), 사람을 비롯한 동물계(animalia) 등 五界(five kingdoms)로 나눈다. 하여 버섯은 효모나 곰팡이들과 함께 당당히 菌類에 들고, 생태계에서 세균과 함께 썩힘(분해자)에 중요하다.

표고버섯(Lentinus edodes)은 담자균류, 느타리버섯과에 속하고, 동아시아가 원산지로 한국·일본·중국·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넓은잎나무인 밤나무·졸참나무·상수리나무 등의 밑둥치나 枯木에 자라고, 인공재배도 많이 한다. 자실체(버섯)는 초여름과 가을에 나고, 적정온도는 10~25℃이다. 집사람이 사온 것도 온실에서 기른 것이렷다!

표고 갓은 지름 3〜6㎝로 표면은 흑갈색의 가는 솜털이 난 껄끄러운 비늘조각으로 덮여 있고, 때로는 터져서 흰 살이 보이기도 하며, 어린표고는 둥글넓적한 찐빵 닮았지만 다 자라면 납작해진다. 그리고 뒷면은 흰색으로 수많은 미세한 주름이 져있으니 그 속에는 홀씨(胞子,spore)가 들었다. 

표고버섯의 한살이(生活史)는 다른 버섯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표고버섯 갓 아래 째진 잔주름들에서 감수 분열하여 수많은 홀씨가 생기고, 포자는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만나면 싹을 틔워 팡이실(菌絲)이 되며, 균사끼리 접합(conjugation)한 균사들이 얽혀서 일정한 모양을 갖추니 그것이 우리가 먹는 버섯(字實體)이다. 

표고버섯은 오래 전부터 자연환경과 비슷한 조건에서 인공재배를 해왔다. 늦가을에 20〜25년생 밤나무·떡갈나무·졸참나무·상수리나무 같은 생나무를 잘라 다음해 봄까지 자연 건조시킨 뒤 일정한 길이로 잘라서 곳곳에 칼자국을 내어 씨균(種菌)을 밀어 넣는다. 이렇게 차곡차곡 포개(재워)두었다가 기온이 따뜻해지면 알맞은 습기가 도는 수풀에 엇걸어 세워둔다. 포자를 심고 나서 2년째에 표고가 생기고, 5〜6년간 따먹는다.  

표고는 달달 볶거나 튀겨 구이·탕·부침 등으로 먹고, 특히 잡채나 불고기에 많이 들어간다. 버섯을 작은 조각으로 얇게 저며 썰어 한소끔 데치거나 볶은 다음 부추나 당근 따위의 채소를 섞어 나물로 무치면 미끈미끈, 쫀득쫀득하면서 야들야들한 식감이 일품이다. 표고버섯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두드러기 나므로 삼가야지만 보통은 날걸로 기름장에 찍어먹기도 한다. 또 표고를 국물을 우려내는 데 쓰니 표고버섯의 특유한 감칠맛은 핵산조미료성분인 구아닐산(guanylic acid)에서 난다.  

예부터 표고버섯은 동맥경화·혈압조절·감기예방·골분강화·철분보충·여성냉증치료·미용·성인병예방·항암 등의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오늘날 알려진 것으로, 표고버섯에는 에리타데닌(eritadenine)이 있어서 핏속의 콜레스테롤 값(12%)을 내리고, 혈압을 낮추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의 예방에 엄청 좋다고 한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또 표고버섯에서 추출한 악성종양치료제인 레티난(lentinan)은 특별히 위암치료제로 인정을 받고 있고, 표고에 풍부한 셀레늄(selenium)은 암을 예방하는 항산화제(antioxidant)가 많기로 이름이 났고, 또 표고버섯의 특유한 향을 내는 렌티오닌(lenthionine)은 항균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걸게 든 식이섬유는 변비예방에 좋다한다. 그런데 설밑에 경기고등학교 제자가 귀하기 짝이 없는 마른백화고(표고갓등이 쩍쩍 갈라져 하얀 살이 들어나는 것이 흰 꽃처럼 보임) 한 상자를 보내 주어서 잘 먹게 생겼다. 참 고마울 따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