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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연구를 지속하기에는 너무 짧은 '3년'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연구를 지속하기에는 너무 짧은 '3년'
  • 김유진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 승인 2018.02.26 11: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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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학위 과정 동안 그렇게 간절했던 박사 학위를 2013년 2월 받게 됐지만, 그 기쁨도 잠시, 학위 과정이 편했음을 느끼게 된다. 지도교수님이 수주한 연구과제의 재료비와 인건비로 내가 하고 싶었던 연구를 편하게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말을 따라야 할지, 연구를 내가 과연 지속할 수 있을지 다양한 혼란의 시기에 한국연구재단 리서치펠로우 공고를 찾게 됐다. 과제 준비를 통해 내가 해 온 ‘인삼 사포닌 생합성 경로 유전자의 특성 검정’ 연구를 되돌아보고, 단기 및 장기 연구의 필요성, 방향 및 실험을 재원에 맞춰 ‘발현체학 및 대사체학 분석을 통한 인삼 사포닌 생합성의 이해’ 계획을 수립하고 3년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독립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스스로 연구 방향 및 연구비 관리를 통해 5여 편의 논문을 출판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며, 연구윤리를 포함한 총괄적인 책임감을 키울 수 있었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양한 연구과제 기회가 주어졌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었기에 감사하다. 학위 기간에 같이 일하던 박사님의 소개와 도움으로, 2010년 한독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을 받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선진 연구시설과 자율적 연구자들 및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2014년 지원 받은 한중 신진연구자 교류 사업은 중국 상해교통대학교에서 대규모 연구그룹의 성장 요인과 시스템을 배우고, 필자의 연구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그 방문이 기회가 되어 지속적인 공동연구를 할 수 있었고, 한국연구재단 한중공동연구사업을 지원해 중국 측에서 지원을 받아 ‘인삼식물의 발달’ 연구를 중국 시스템을 이용하여 진행했고, 3편의 논문을 공동 출판했다. 꽃의 발달 연구를 통해 웅성불임주 및 하이브리드의 생산이 국가의 작물 육종 및 생산량 증가에 중요한 일임을 깨닫고, 현재 ‘고려인삼의 생식적 발육의 이해 및 조절’ 과제를 새로 제안해 과제를 주관하고 있다. 미래 학문후속세대들에게 다양한 기회와 함께 연구를 즐기다 보면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전해주고 싶다. 

일부 사업에서는 연구지원 이후 성과가 우수한 상위 과제를 선발해 3년간 추가 지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리서치펠로우 사업에는 적용되지 않아 아쉽다. 연구를 지속하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길지가 않기에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열정과 희망을 놓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 제도가 확대되기를 조심스럽게 제언해본다. 중국은 박사 후 과정에 대한 지원을 학교와 국가 차원에서 해 주고, 연구교수부터 전임으로 대우를 해주어 박사학위를 마치고 지속적인 연구의 기회가 많은 것을 보며, 우리나라도 박사후 과정에 대한 처우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전임 연구원으로 5년차가 되니 내 능력에 의심이 들기도 하고, 몸이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기도 할뿐더러 주변의 시선도 신경이 쓰인다. 학위 이후에 더 많은 공부들은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해주고, 전임 교원으로의 벽이 너무 높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여성과학자들이 겪어야 할 학문과의 단절을 주변에서도 많이 보면서, 꿈과 목표가 가득했던 나의 자신감도 금이 가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 항상 좋은 사람이 있고 내 연구를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믿음과 희망을 놓지 않고 오늘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나는 앞을 걸어갈 것이다. 

 

 김유진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경희대에서 사포닌 생합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리서치펠로우 과제를 수행하며 관련 논문을 다수 출판했다. 현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로 식물생식세포의 발달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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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2018-02-27 22:35:50
박사님 , 자신의 꿈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좋은 연구로 꿈을 이루시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과학 발전에 기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뚝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