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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교육과 부동산은 문재인 정권을 집어삼킬까?
[딸깍발이] 교육과 부동산은 문재인 정권을 집어삼킬까?
  • 김종영 편집기획위원/경희대·사회학과
  • 승인 2018.02.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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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 편집기획위원/경희대·사회학과

 

적폐청산 A, 외교·안보 A, 국민소통 A, 교육 F, 부동산 F. 문재인 정권의 초기 성적표다. 이는 정치 A, 사회 F로 요약될 수 있다. 모든 것이 변했고,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정치와 국가가 변했지만 사회는 더욱더 악화됐다. 문재인은 정치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부정적이다.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는 아직도 요원하다.  

어릴 때는 무턱대고 맑스와 베버를 읽었다. 이제는 이들의 말이 하나씩 이해된다. 맑스는 왜 그토록 국가와 민주주의를 경멸했을까? 정치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그가 믿었기 때문이다. 맑스에게 중요한 것은 ‘사회’이며 정치와 국가는 부차적이다. 사회를 지배하는 계층이 국가를 지배하며 민주주의라는 정치를 통해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기에 그는 혁명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호했다. 따라서 맑스는 공산사회라는 유토피아가 오면 정치가 종말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국가와 정치의 자율성을 부정했다는 것이 맑시즘의 최대 약점 중 하나다. 하지만 정치가 기득권을 지킬 때 사회는 변할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은 여전히 타당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과 부동산 정책은 기존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강남 우파가 “땡큐 문재인!”을 외치며 환호하고 있다. 선거에서 졌지만 아파트 값이 수억 원 올랐다며 촛불을 조롱한다. 강남 좌파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선거에서 이기고 경제적 이득도 보았으니 일석이조다. 반면 비강남 시민들의 노동의욕은 땅으로 추락했고 박탈감에 의한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잘못은 문재인 정부에게 있다. 문재인 정부의 어설픈 교육 정책과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강남의 가치를 상승시켰다. 경제권력(돈), 지위권력(대학), 공간권력(부동산)의 삼위일체 독점이 강남이며 문재인 정부는 이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정치에서 누가 이기고 지든 사회에선 강남 우파와 강남 좌파가 항상 이긴다.

사회 불평등 해결을 위한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론’은 절름발이다. 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김상조와 장하성의 책들을 유심히 읽어보면 이들은 재벌개혁과 소득불평등 해소를 우선시한다. 이 점에 대해 찬성하지만 이들에겐 지위권력과 공간권력이 창조하는 ‘지위경제’에 대한 개념이 없다. 월 최저임금이 22만 원 오를 때 강남 아파트는 수억 원이 올랐다. ‘소득주도성장론’만으로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이보다 더 강력한 증거가 있겠는가. 사회적 지위의 중요성을 강조한 베버를 따라서 선진국의 신베버주의자들은 ‘성장의 사회적 한계’를 일찌감치 알아차렸다. 성장은 하는데 사람들은 왜 더 불행한가? 사회적 지위의 ‘희소성’ 때문이다. 소득은 올랐으나 자식을 명문대에 보낼 수도 없고 좋은 지역에 살자니 집값이 비싸다. 사회적 불평등은 소득으로만 해소할 수 없으며 이는 상당 부분 지위경제의 두 축, 곧 교육과 부동산과 연관된다. 최근 『땅과 집값의 경제학』을 쓴 영국 경제학자들이 주류경제학을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개혁을 통한 지위권력의 민주화 요구를 교육부는 묵살하고 있고 그렇기에 대표적인 진보적 교육단체인 전교조가 교육부를 맹비난하고 있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체제와 입시 개혁에 올인함으로써 수십 년간 반복한 과오를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강남 학군의 가치가 상승했고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문재인 자신이 교육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문재인의 전쟁터는 북핵과 적폐청산이며 일반 시민의 전쟁터는 교육과 부동산이다. 국가안보가 최우선 과제이지만 사회개혁을 미룰 수는 없다. 대통령이 교육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으니 교육개혁이 흐지부지되고 예산도 확보되지 않는다. 지방과 수도권 대학의 서열을 타파하는 대학통합네트워크라는 대학개혁의 비전을 실현하는데 최소 수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통령의 의지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 

서울 집값의 폭등은 올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지정하자는 헌법개정안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최근 출판된 김규원 기자의 『노무현의 도시: 세종시는 수도가 될 수 있을까』는 왜 세종시가 행정수도가 돼야 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행정수도로서의 세종시는 서울의 공간권력 독점을 다소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며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25만 인구의 세종시가 서울의 공간권력 독점을 견제하기 어렵다. 지방분권 강화를 헌법에 넣더라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점을 마강래 교수의 『지방도시 살생부』와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소멸』이 잘 보여준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핵심은 지방분권이 아니라 국가전략이다. 따라서 나는 이전부터 공간권력의 삼권분립을 위해 광주와 부산을 특별시로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세종이 노무현의 도시라면 광주와 부산은 문재인의 도시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권 초기 한국 정치는 진보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의 기득권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국가권력의 민주화보다 사회권력의 민주화가 더 어렵다. 더 이상 사회개혁을 미루다간 다시 성난 촛불이 일어날지 모른다. 사회를 우습게 보지마라. 사회는 정치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힘이 있다. 벌써, 촛불을 잊었는가?

 

김종영 편집기획위원/경희대·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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