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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올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교수, 올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민경찬 논설위원
  • 승인 2018.01.22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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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 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오늘 이메일을 열어보니 2018학년도 1학기 수업계획서 등재 요청 메시지가 와있다. 벌써 2017년도 2학기 강의를 종강한지 한 달이 지났고, 새로운 학기를 구체적으로 준비할 때가 됐다. 학생들의 강의평가 내용을 보고 학생들의 마음을 읽으며 보람을 느끼지만, 어떤 때는 가슴이 뜨끔한 메시지를 접하기도 한다. 그래서 학생들과의 더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방안들을 궁리해보기도 한다.

올 한해 우리 교수들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우리 주변 환경이 만만치 않다. 국내외적인 정치적, 경제적 어려움들로 인해, 국민들 마음이 편치 않은 가운데, 대학들은 곧 다가올 정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평가 준비에 예민해져 있다. 대학들은 오랫동안 재정적으로 어려워지기만 했는데, 입학전형료, 입학금 폐지라는 새로운 환경에 불만이 커지면서도, 정부의 평가와 지원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정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대학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는 ‘진단과 지원’의 개념으로 대학의 자율적인 발전을 돕겠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결국은 획일적인 지표 중심의 평가로서, 대학 정원을 줄이고 재정지원과 연계한 점에서 또 다른 ‘구조조정’, ‘대학 줄 세우기’라는 차가운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에도 전국에서 대학관계자들이 대강당에 모여 교육부 담당자의 “편람” 설명을 경청했다.

년 초부터 대학에서는 많은 교수들이 평가에 대비한 준비 작업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것이다. 입학정원 감축과 등록금 동결, 대규모 교수 충원 등으로 재정 압박이 더해지기에,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일반 교수들도 평가지표에 반영되는 각종 자료제출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 양적 성과 중심의 대학 환경이 개선되기 어려움을 다시 확인하면서 말이다.

올 1학기 수업계획서 제출에 이어, 곧 새 학기가 다가온다. 우리는 새로운 기대를 가지고 캠퍼스로 돌아오는 학생들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 개설한 과목의 강의시간에 충실한 것으로 충분한가? 사실 교육은 ‘한 사람’의 변화가 본질이며,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국가의 미래 생존도 교육에 달렸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모두는 대학 운영, 평가 자체를 위해 동분서주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다행스럽게 “잘 가르치는 대학”들을 비롯해 많은 대학들이 대학의 본질을 찾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학생성공’을 대학의 중심에 놓기 시작했다. 대학 고유의 인재상을 정립하고, 이러한 인재로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역량들을 제시하며, 교양, 전공, 비교과 교육과정 모두 기대하는 역량들과 매칭해 그 역량을 실질적으로 함양시켜 나가는 것이다. 즉, ‘역량의 함양’ 중심 교육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또한 융합전공, 여러 학습경험 등으로 다양한 학습모델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육의 질을 관리하며, 거꾸로 교육, 학습공동체, 캡스톤 디자인 등 교육방식도 체험중심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으며, 인재양성은 더욱 중요한 미래 생존전략이 되고 있다. 그런데 대학 주변은 구조조정, 재정확보이야기만 들리고,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내용’에 대한 논의는 잘 안 보인다. 그러면 미래 준비는 누가 관심가지고 책임질 것인가?

교수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지식의 창출과 전수는 교수들의 몫이다. 사실 인재양성은 교수가 강의실에서 자율적으로 설계하며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올해도 주변이 부산스럽겠지만, 새 학기 맡은 강좌에서 학생들에게 어떠한 역량들을 담아줄 것인지 정하고, 새로운 교수법, 학습법도 배워보자. 교실에서부터 변화의 힘을 만들어가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덕분에’ 잘 성장하게 됐다고 감사하는 제자의 모습에서 교수로서의 보람을 기대하자. 두 주 전 한 제자가 불쑥 찾아와 학과에 2억원을 기부했다.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 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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