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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善本에 관한 합의 부족 … 학자-번역가 소통 ‘플랫폼’ 필요”
“善本에 관한 합의 부족 … 학자-번역가 소통 ‘플랫폼’ 필요”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7.12.18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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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자 애리조나대 교수가 본 ‘한국 고전번역의 쟁점과 난제’

지난 8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 ‘한국고전 영문번역 국제학술회의’에는 모두 일곱 명의 ‘한국학자’가 발표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고전번역에 상당한 내공을 축적한 한국학자들이다. “한국고전의 영문번역은 한국학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임을 인식하 고 한국 고전번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에서는 한국고전의 영문번역의 현황과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향후 다양하고 충실한 번역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라고 말한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의 환영사에 이들 ‘한국학자’ 들을 앞자리에 내세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조숙자 애리조나대 교수의 발제문 「단편화된 서사와 고민 많은 번역가: 한국고전번역의 쟁점과 난제」 가운데‘한국 고전의 영문번역의 현황과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판단되는 주요 부분을 발췌했다.

정리 윤상민기자 cinemonde@kyosu.net

 

대부분의 전근대 허구적 서사들은 여러 다른 판본들을 가진다. 『사씨남정기』 나 『최문헌전』 같은 몇몇 작품은 한문판과 국문판을 둘 다 보유하고 있는데, 각판본은 주제 관련, 문학성, 줄거리 전개 측면에서 뚜렷이 구별된다. 이런 작품들을 번역하는 데 있어 판본 선정이 매우 중요한데, 왜냐하면 그것이 언어적으로 새로운 청중들에게는 근본적으로 원작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통속소설의 번역을 시도할 때 이러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특히 원고의 형태로도 회람되고 인쇄본으로도 남아있는 이야기들, 그리고 가끔 작가미상이나 정확한 시대가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들은 번역을 위한 핵심 텍스트 선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임정지는 마이클페티드(Michael Pettid)의 영역본 『운영전』에 대한 논의에서 그의 번역이 근거로 한 UC버클리대 동아시아 도서관 아사미 문고 판본이 이상적이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번역가의 정확하고 세심한 작업에도 불구하고 그 번역이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버클리 판본보다 국립도서관 판본이 더 적합하다고 제시하는데, 왜냐하면 국립도서관 판본이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 사용돼왔을 뿐만 아니라 사건들의 연결이 더 명확하고 원문의 질이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들이 ‘국립도서관 판본’을 번역에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판본으로 지정하기에 충분한 건 아니다. 어떤 것이 더 나은 판본인가를 밝히는 것이 이 논문의 목적은 아니지만, 이 사례는 무엇이 원문에 적합한 판본을 구성하는지에 관한 학자들과 번역가들 사이의 합의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근대 한국어 번역물 부족하다

한국 고전을 번역하는 초기단계에서 종종 일어나는 또 다른 문제는 번역 참고서 부족인데, 특히 근대 한국어 번역물이 부족하다. 근대 한국어 번역물은 의미를 나타내는 이상언어의 이정표가 될 뿐만 아니라 원문의 의미 탐색을 수월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의 영역본 『조웅전』은 이헌홍(고려대민족문화연구소, 1996) 판본과 조희웅(지식을만드는지식, 2009) 판본을 참고했는데, 이 둘은 서로 다른 이야기 해석의 본보기로서 도움이 됐고 이전학자들이 번역하기 어려웠던 용어들의 출처를 찾게 해 줬기 때문이다. 이 두 판본이 가졌던 오류와 실수를 정정함으로써 내 번역물은 그것들을 넘어설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참고 문헌을 발견하면서, 나는 더 정교한 문맥과 이야기의 심도 있는 평가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대안적인 해석들을 선보일 수 있었다. 『조웅전』과 달리, 대다수의 한국 고전 이야기들은 근대 한국어판을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 내가 『유소랑전』을 번역했을 때는 『조웅전』 번역에 도움을 줬던 그런 종류의 보충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 실제로, 근대 한국어판의 부족 또는 부재는 종종 번역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번역물의 질적 수준은 오로지 번역가의 근면성과 기량에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뿐만 아니라, 외국어 번역물의 문학적 요소에 대한 많은 관심에 비해, 근대 한국어 번역물에 대한 질적, 양식적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이상적으로, 근대 한국어 번역물은 반드시 그 정서적 내용과 문학적 가치를 다른 나라 언어로의 번역 시도 전에 완성해야 한다. 고등의 문학적 요소를 지닌 근대 한국어 번역물은,  학계 외부의 전문 번역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한국고전의 외국어 번역 수준을 질적·양적으로 모두 향상시킨다. 『조웅전』과 같이 확실한 원본이 없는 이야기를 번역할 때 몇 가지 다른 난관에 봉착한 적이 있다. 이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전근대 문학작품 번역가의 힘든 임무를 밝히고 또 한편으로는 향후 더 나은 번역물 제작을 위한 논의를 고무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 『조웅전』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어떻게 구어의 흔적을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오래 고심했다. 텍스트의 특히 반복되거나 누락된 부분들은 직역이 거의 불가능했다. 원문의 분위기와 운치를 전달하는, 독자가 읽기 편한 번역물을 만드는 것은 세심하고 주의깊은 판단을 요했기에 번역에 대한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번역가의 벅찬 임무

(1) 사례에 따라 직접적 또는 알기 쉽게 바꾸어 쓴 설명적 해설을 통해 원문에서 나타나는 모든 의미를 전달했다. 고정된 용어와 확실한 문장들은 글자 그대로 직역된 반면에, 그렇지 않은 구절들은 현대의 독자에게 텍스트의 의미를 충분히 전하기 위해 의역했다. 각 문장을 직역한 것은 전근대 한국 통속소설의 화법 형식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그저 텍스트가 자꾸 반복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직역과 의역의 조합은 동아시아 문학적 전통에 푹 빠져있는 연구자들에게 한국과 동아시아의 향수 어린 상상력을 촉발하는 사이 원문 고유의 문학성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된다. (2) 특정 맥락에 따라 반복되는 단어나 표현들에, 특히 ‘공자’ 같은 존칭이나 ‘백골난망’, ‘남가일몽’ 같은 관용구나 숙어를 번역할 때, 약간씩 다른 영어 번역을 적용했다. (3) 원문에서 불필요하거나 가독성을 저해하는 의례적 반복구를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4) 원문에 없던 추가 부분을 나타내기 위해, 예를 들어, 다른 판본으로부터 복원된 구절을 표시하거나 독자가 알 필요가 있는 단어를 삽입했을 때, 대괄호를 사용했다. 대괄호는 또한 식별되지 않는 이름, 장소, 시간을 묘사하거나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요약하는, 예를 들어 ‘모월 모일’, ‘이러구러’, ‘이리이리’, ‘여차여차’ 등의 환언된 표현들을 나타낼 때도 쓰였다. 필요한 경우 독자의 맥락적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런 표현들을 더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5) 마지막으로, 로마자 표기법과 중국어로 된 지명에 한글로 토를 다는 문제, 이 진부한 사안에 대해 언급할 필요성을 느낀다. 나는 미국 학술출판계에서의 표준편집지침을 따르기로 했다. 예를 들어, 나는 매큔-라이샤워(McCune-Reischauer) 표기법을 사용하는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중국어 병음을 표기할 때 유용할뿐더러 서구학계에서도 널리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한국어 또는 중국어 로마자 표기를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했다. 중국 고사를 한국어로 각색한 『왕십붕기우기』와 『왕경룡전』을 번역할 때, 이름과 지명은 음독하고 본문은 훈독했다. 반면에 『조웅전』과 『유소랑전』 은 중국을 배경을 하고 있지만, 이야기 속의 이름과 지명을 훈독했다. 식별 가능하거나 다른 판본에서 이미 쓰인 이름과 지명에 대해서는 한자 원문을 포함했다. 또,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본문에서 명백하게 인용한 부분에서는 한자 원문에 대한 정보도 제공했다. 물론, 저자가 해설에서 모든 현대 중국의 지명을 훈독하였고 간체도 같이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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