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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학생부종합전형 놓고 팽팽 … “사회 프레임 개선이 먼저다”
수능, 학생부종합전형 놓고 팽팽 … “사회 프레임 개선이 먼저다”
  • 한태임 기자
  • 승인 2017.12.18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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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입제도 개편 위한 ‘제1차 대입정책포럼’ 개최
2018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한 수험생이 입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한태임 기자

2021학년도 수능 개편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교육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대입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지난 12일 열린 제1차 포럼은 ‘함께 만들어가는 대입제도 개편’이라는 취지에서 고교, 대학, 학부모·시민 단체 등 다양한 교육주체들이 갖고 있는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도 참석해 “소통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다수의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구체적인 제언들이 잇따랐다. 수능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을 놓고 이견도 많았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장(숭실고 교사)은 2022학년도 수능 전교과에 9등급 ‘절대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별력 보완을 위해 동점자 처리에 한해서는 서열화된 점수(원점수, 백분위, 표준점수 등)를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영어와 한국사를 제외하고 상대평가로 치르는 현행 수능평가 방식이 과도한 경쟁을 조장하며, 깊은 사고력·문제해결력·창의성이 필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오직 변별을 위한 시험이라고 지적했다.

수능을 ‘상대 평가’로 해야 한다는 정반대 의견도 있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더라도 대입 경쟁이 존재하고 선발요소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수험생 간의 상대 평가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원점수와 백분율에 따른 상대 평가제를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대표는 “수능이 가장 공정한 대입제도”라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축소 및 폐지하고 수능 정시비중을 확대할 것을 제언했다. 현행 학생부종합전형은 정성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객관성·투명성·공정성이 결여돼 있고, 부모의 능력 혹은 고교 유형에 의해 대학 합격과 인생의 성공이 결정된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으며, 고교 1학년 때 우수한 내신 성적을 거두지 못한 학생들에게 만회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능보다는 ‘학생부종합전형’에 힘을 실어주는 의견도 있었다. 백상철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충북지부 회장(진천고 교사)은 “공정한 전형이라고 주장하는 수능에서 사교육은 없는지, 수능 선택과목에서 유불리가 존재하는 수능은 공정한 평가인지 묻고 싶다”면서 “서울대 등 세칭 일류대학들이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면 과연 농어촌 등 지방 학교의 학생들이 이들 대학에 진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고교다양성·지역균형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향후 대입 체제를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으로 하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 두 개의 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대학트랙의 ‘다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와 청중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은 “학교교육 현장에서 각 학생들의 특성과 경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활용될 수 있도록 전형의 다변화가 담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형 유형을 ①학생부교과전형 ②학생부종합전형 ③수능 ④논술 및 적성 ⑤실기 등 5개 트랙으로 유지하되 그 특성을 분명히 구분해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오현 서울대 교수(독어교육과)는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접근했다. 권 교수는 “원인이 교육에 있다면 교육개혁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그 원인이 사회적인 인식이나 문화적 요인에 있다면 엉뚱한 입시제도 개편에 예산을 쏟기보다는 사회 프레임을 개선해 가는 데 정책적 힘과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리 사회는 주로 ‘비교’에 의거해 가치 판단을 내리고, 자신의 소유·희망·성취를 다른 사람과의 상대적 위치 속에서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 자기주도적인 진로선택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사회적 인식구조를 고쳐나가지 않는 한 어떠한 대입제도 개편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수능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을 놓고 패널 간 이견이 많았지만 의견이 동일한 지점도 있었다. 교육정책 수립부터 평가에 이르기까지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 대입 제도는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미래사회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교육부는 대입정책포럼에서 나온 의견과 전문가들의 자문을 수렴해 정책자문위원회의 개편안을 보완한 뒤에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내년 8월에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태임 기자 hantae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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