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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취업준비기관?…“대학은 우리가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사실 인식하는 장소”
대학이 취업준비기관?…“대학은 우리가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사실 인식하는 장소”
  • 윤상민
  • 승인 2017.12.1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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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   사진 제공=한국CSR연구소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 사진 제공=한국CSR연구소

 

“대학은 민주시민으로서 기본적인 소양을 형성할 수 있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유연한 역량과 공동체적이고 개체적인 통합역량을 키워주는 곳이어야 합니다. 특정한 기능, 당장 사용가능한 기술보다는 전반적인 인식력과 포괄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종합대학의 역할 아닐까요? 대학은 자신 말고 자신을 둘러싼 곳을 인식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합니다.”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은 지난 13일 ‘2017 대한민국 사립대 사회책임지수’를 발표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교수의 논문 성과나 학교 시설, 취업률을 중심으로 해온 기존의 대학평가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그의 당당한 선언 뒤에는 수년간 대학평가를 위해 고민해온 시간이 켜켜이 쌓여있다.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에서 수년간 대학평가를 했고, 이전 기자생활을 하던 일간지에서도 10년 넘게 대학평가지표개발 연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에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 기준’을 적용한 사회책임 수준평가다. ISO26000을 직접 적용해 평가한 최초의 평가다.

“10여년 전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 200여 명이 모여서 한국을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든다는 목표로 부분별 지속가능성평가 항목과 지표를 만들어 기업, 공기업, 지자체를 평가했죠. 당시 대학평가는 정 반대였어요. 신자유주의적이면서도 민주시민육성을 위한 교양을 도외시하는 대학 풍토를 조장하는 역할을 하기에 사회책임 개념이 들어가는 대안적 평가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CSR연구소의 ‘대학 사회책임지수’가 탄생한 배경이다.

한국CSR연구소의 평가지표의 특이점이자 강점은 전문대의 평가지표와 사립대의 그것이 다르다는 점이다. 그 이유에 대해 안 소장은 “전문대는 성과중심적인 평가지만 사립대는 대학 태도와 사회적 관계에 초점을 맞춘 평가”라며 “사립대의 경우 자원봉사, 지역사회 관계 등이 지표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는 A+부터 D-까지 12개 등급으로 나뉜다. 학생이 학점을 받듯이 대학들도 같은 방식으로 평가를 받아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기존의 대학평가에서 중요시됐던 항목인 취업률이나 논문 평가가 제외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안 소장은 “현실적으로 취업률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만 취업성적을 중심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며 “취업률은 대학이 풀어가야 할 과제고 우리의 대학평가는 대학의 근본적인 기능과 공동체 사회에 맞춰 평가함으로써 대학이 올바른 방향으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학평가는 입시당사자인 고등학생과 그의 보호자인 학부모가 가장 필요로 하는 자료다. 한국CSR연구소는 기존 대학평가들과 차별점을 가진 이 대학평가를 앞으로도 계속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대학과 교수가 학생들의 개별 역량을 키워주는 의무는 하지만, 학생들에게 어떤 학교가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봉사하는지, 또 어떤 학교가 대학 내 비정규직 비율을 줄이는 상생의 노력을 실천하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 빅데이터로 자녀의 일자리를 고민하는 학부모와 당장 높은 취업률 숫자 앞에 망설일 수밖에 없는 고등학생들에게 이 새로운 대학평가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안 소장의 대답이 단호하다.

“취업이 안 되는 게 교육이나 대학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요. 그건 우리 사회가 일자리를 못 만들어내고 문과생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를 줄여가는 사회의 문제인 거지 교육의 문제로 돌리면 안 되죠. 대학교육의 본령이 있는 거고 사회취업은 또 다른 층위가 있는 거예요. 대학교육이 그 안에서 망가지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 기사는 <대나무>33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윤상민 학술문화부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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