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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3개국과 공동연구…“한국인의 미생물균총 특징 규명하겠다”
세계 43개국과 공동연구…“한국인의 미생물균총 특징 규명하겠다”
  • 최성희
  • 승인 2017.12.11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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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 참여한 신학동 세종대 교수

 

신학동 세종대 교수(식품생명공학전공)
사진제공=세종대

0.1mm도 채 안 돼 보이는 미생물. 인간은 수십 만 종의 미생물들과 함께 살고 있다. 대장균, 식중독균 같은 유해기능을 가진 미생물이 있는가하면 프로바이오틱스 같은 유익한 기능을 하는 미생물도 있다. 지구상 존재가 확인된 종 만해도 약 30만 종.

미국, 유럽, 일본 등 43개국 160개 연구소 500여 명의 연구원들이 미생물을 규명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제법 규모가 큰 이 프로젝트명은 ‘지구 마이크로바이옴(이하 미생물균총) 프로젝트(Earth microbiome Project, 이하 EMP)’. 이 프로젝트로 규명된 미생물은 27만751종이다. 2010년 7월부터 7년에 걸친 이 프로젝트의 연구결과는 지난 달 23일 <네이처>에 실렸다. 신학동 세종대 교수(식품생명공학전공)팀은 2014년 10월부터 국내 연구진으로서 유일하게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고 성과물을 냈다(「지구의 미생물 다양성을 다중스케일로 보여주는 표준화 카탈로그 제시 연구(A communal catalogue reveals Earth’s multi-scale microbial diversity)」, <Nature> 551, 2017.11.23).

그간 미생물균총 연구들은 실험의 계획부터 진행방식,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이르기까지 그 방법이 모두 달랐다. 이에 따라 개별 결과를 통합해 분석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신 교수는 이 프로젝트 연구를 통해 미생물균총에 대한 약 100여건의 개별 연구들 사이의 비교분석이 가능함을 규명해냈다. 미생물연구의 통합 분석체계를 마련하는 세계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해 연구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이다.

우선 본 프로젝트에서는 시료를 보관하는 조건부터 통일하는 작업을 했다.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미생물균총 시료를 모아 모두 영하 80℃에 보관해 유지했다. 미생물균총을 규명하는데 기준으로 삼은 것은 ‘16S rRNA’, 단백질을 합성하는 리보솜을 구성하는 생체분자다. 이 생체분자는 그 염기서열이 미생물균총마다 다르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염기서열을 읽어내는 실험 방법과 정리 방법을 모두 표준화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신 교수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 식품생명공학을 전공하면서 발효미생물, 위해미생물, 식품 미생물분야를 연구했다. 미생물분야로 더 깊이 들어갈수록 미생물의 기능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점점 커졌다. 그가 연구를 통해 알아 갈수록 깨달은 건 미생물이 인간과 밀접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미생물은 신 교수가 애정을 갖고 연구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그의 연구분야는 기초과학 분야이다보니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시료 채취부터 분석방법까지 실험설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연구결과를 내기까지 신 교수팀도 지난 3년간 혹독한 실험과정을 거쳐야 했다. 특히 어렵게 확보한 시료를 영하 80℃에서 보관하고, 분석 전까지 녹지 않게 유지하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한 번 녹은 시료를 다시 얼리면 분석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일한 조건에서 다시 시료를 채취해 대체할 수도 없었다. 운반과정에서 온도상승으로 녹은 시료들은 분석과정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신 교수는 실험 내내 시료의 운반과 보관과정에서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신 교수팀은 국내에서는 유일한 EMP 참여 연구진이다. 그는 국내에 우수한 연구진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미생물연구를 지속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기초과학의 특성이기도 한 ‘불안정한 연구 환경’은 학문후속세대의 유입과 지속을 어렵게 만든다. 신 교수는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장기적으로 전문적인 연구 인력을 확보할 지원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그는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유지와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이공계 분야의 안정적인 연구 환경의 구축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생물학연구 분야는 연구자가 지닌 통찰력도 요구되는 학문분야다. 분석방법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기에 연구자가 연구의 트렌드를 읽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신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자로서 항상 통합적인 시각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새롭게 개발되는 분석방법을 ‘어떻게 하면 자신의 연구에 적용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늘 고민하며 실험을 이어간다고 귀띔했다.

신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지구 전체를 덮고 있는 미생물 연구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인만이 가진 미생물균총의 특징을 규명해나갈 계획이다. 이는 한국인의 독특한 식문화와 주거 환경에 따른 장내 미생물균총을 규명해내는 일이기도 하다. 인체 미생물균총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나의 연구 성과가 질병 완화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며 연구에 대한 포부를 내비쳤다.
      
최성희 기자 is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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