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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식물과 쓰레기로 썩어가는 국토
외래식물과 쓰레기로 썩어가는 국토
  • 강병화 고려대 명예교수
  • 승인 2017.12.04 17: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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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강병화 고려대 명예교수·자원식물학

붉은불개미, 소나무재선충, AI, 구제역같은 외래해충과 병균에는 국가와 국민들의 관심이 많지만, 국토를 시나브로 썩히고 있는 덩굴식물의 만연과 식물 속으로 버리는 쓰레기는 직접적이고 신속한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우리의 식물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은 비단 외래식물 만은 아니다. 조림사업의 성공으로 산림이 울창해지면서 큰키나무 아래서 자생하고 있는 초본식물 중에서 멸종하는 종류가 많아지고 있고, 국토개발을 위해 토목공사가 이루어진 강변과 도로변 및 생활주변에는 자생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전국의 들과 산에 자생하는 초본류의 종류도 시나브로 변하고 있다. 수질오염과 토양오염 및 식물생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관할 지방자치단체별로 시행하는 방법보다는, 각 강의 수계별로 중앙정부가 주축이 돼 관리해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사료된다. 상류에서 버려진 쓰레기와 각종 폐수로 오염된 물을 가둔 하류의 보와 댐에서 맑은 물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각종 덩굴식물과 외래식물 및 각종 쓰레기와 각종 폐수로
국토가 썩어가고 있는 것은,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이 썩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중학교부터
‘환경’과 ‘인성’교육이 없고, 대학입시전략만 있을 뿐이다.

각종 덩굴식물(가시박, 칡, 환삼덩굴 등)과 외래식물 및 각종 쓰레기(생활쓰레기, 산업쓰레기, 바캉스쓰레기, 음식물쓰레기 등)와 각종 폐수(공장폐수, 축산폐수, 생활하수 등)로 국토가 썩어가고 있는 것은,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이 썩었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가 잘못됐다기보다는 실천하는 사람들이 적고, 학교에서 교육이 잘못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중학교부터 ‘환경’과 ‘인성’ 교육이 없고, 대학입시전략만 있을 뿐이다. 대학에서도 주변 환경에 대한 교육이 없고, 대학교수들은 SCI논문이 나오기 어렵고 국가에서 개인에게 연구비를 주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에 식물과 환경 및 자원식물에 대한 연구를 기피하고 있다. 환경과 인성에 대한 교육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마음이 순수한 어린이들이 배워서 어른들을 변화시켜야 국토와 국가의 앞날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1947년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촌에서 중학교까지 다니면서 “사람이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라는 친구들의 물음에 명확한 대답을 못하는 먹거리가 부족한 환경에서 자랐다.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1965년 고려대 농학과에 입학하였다. 1983년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니 우리나라는 쌀 자급률의 달성과 공업화의 영향으로 이농현상이 가속화돼 농촌의 일손부족과 자연환경의 오염이 문제가 되고 있었다.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는 자원식물에 대한 기초조사가 없고 유전자원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야생자원식물을 조사하고 종자 수집을 정년 때까지 계속했다.

우리나라 식물 3천630종을 현장과 문헌으로 조사한 결과, 2천270종은 약으로 쓰이고, 그 중에서 1천646종은 먹거리로 쓰이고 있었다. 재직 시절 초본식물을 중심으로 채종해 ‘고려대 야생자원식물종자은행’에 기증한 1천700종에 속하는 7천점의 종자는, 우리나라에서 채종이 가능한 약 2천종 초본자원식물의 85%에 해당하는 귀중한 자료다. 2012년 정년 후 지금까지 6년간 764일의 야외조사에서 관찰한 결과, 생육환경변화 및 덩굴식물과 외래식물의 만연으로 채종한 식물의 50% 이상이 발생하는 장소를 다시 찾기가 어려웠다. 이미 확보한 종자를 확인하고 다시 채종해 연구하고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선진국은 돈이 많은 나라가 아니라 먹거리가 안정되고 자연환경이 깨끗해 사람들이 살고 싶은 나라다. 학회 참석이나 자원식물 조사 차 여행한 나라 중에서 유럽의 스위스와 독일에는 생활 주변에 쓰레기 투기가 없었고,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의 거리가 부러울 정도로 청결했으며, 가장 대표적인 선진국들이었다.
 

 

강병화 고려대 명예교수·자원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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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우 2017-12-09 01:30:58
멋있습니다 교수님^ㅁ^!!
환경과 인성에 대한 교육이 일찍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제가 조금 더 일찍 입학해서 교수님 강의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