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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지속형·사회활동가형·인생2모작형·은둔형 … 평생 쌓은 학문적 資産이 사라지고 있다
연구지속형·사회활동가형·인생2모작형·은둔형 … 평생 쌓은 학문적 資産이 사라지고 있다
  • 한태임·윤상민 기자
  • 승인 2017.11.2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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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 2020년부터 ‘교수 은퇴’ 증가 ② 퇴임 교수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정년퇴임한 교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교수신문>은 2020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할 교수 정년퇴임을 두고, 두 번째 기획으로 은퇴한 교수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조사했다. 인문·사회·이공·예체능 분야에 몸담았던 30명의 퇴임 교수(퇴임 1년차부터 8년차까지)를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

첫 번째 유형은 ‘연구지속형’이다. 대부분의  퇴임교수들이 속한 유형이다. 박광주 전 부산대 교수는“현직 때보다는 속도가 느려지지만 시간표에 맞춘 강의로부터 해방됐다. 여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현재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전공 분야를 바꾼 교수도 있다. 경영학을 가르쳤던 김철교 배재대 명예교수는 정년퇴임과 동시에 문학을 공부해 이달 말 박사학위 논문 마지막 심사를 앞두고 있다. 노인복지학을 가르치던 한형수 전 서울시립대 교수는 10년간 조사한 삼국지 인물 3천 명에 대한 저술을 이달 말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두 번째 유형은 ‘사회활동가형’이다. 재직 시절 대외적인 보직을 맡았거나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해온 교수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시민단체 대표를 역임할 정도로 왕성하게 시민활동을 해온 임종대 전 한신대 교수는 퇴임 전후를 비교해보면 달라진 점이 없다. 오히려 시간적 여유가 생겨 지난해 촛불집회는 한 번도 빠지지 않아 참여연대에서 개근상을 받을 정도였다. 황진수 전 한성대 교수는 학장, 처장, 대학원장, 총장대행까지 여러 보직을 두루 거쳤다. 보직의 특성상 관계, 학계, 언론계와 대외적인 교류가 많았기에 그에게 역시 정년퇴임은 큰 의미가 아니었다. 현재 공공기관을 비롯해 23곳에서 자문 및 운영위원으로 봉사하며 재직 시절보다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전공과는 상관없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제2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유형도 있다. 세 번째 유형인 ‘인생2모작형’이다. 정년퇴임까지 재무회계를 가르쳤던 정헌석 전 성신여대 교수는 요즘 학생들을 상담하러 다닌다. 딱딱한 숫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학생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코칭’을 하고 있다. 김민환 전 고려대 교수는 아예 섬으로 내려갔다. 신문방송학과에 재직했던 그는 보길도에서 2년 반 만에 첫 소설을 탈고했다. 5쇄를 찍은 첫 소설 덕분에 지금은 자전적 연애담을 담은 두 번째 소설을 준비 중이다.

네 번째 유형은 ‘은둔형’이다. 설문에 응한 30인 외 교수들 가운데 답을 꺼리던 대다수 교수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학교와는 담을 쌓고 사회활동에 참가하지도 않으며 은둔자처럼 고독하게 혹은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유형이다. ‘연구지속형’ 과 생활패턴은 유사하나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학문 연구의 연장선상에 있는지 여부도 파악되지 않는 대부분의 교수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에 대해 성낙도 전 충남대 교수는 “지식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퇴임교수를 국가가 호명해 헌신할 기회를 줘야한다”고 제언한다. 퇴임 교수들의 지적자산이 대학 혹은 사회적으로 환원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태임·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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