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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같이 달라붙어 童心 괴롭히던 풀
억척같이 달라붙어 童心 괴롭히던 풀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승인 2017.11.14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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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88. 도깨비바늘
도깨비바늘.             사진출처=국립생물자원관
도깨비바늘.                                                       사진출처=국립생물자원관

 

 

오늘따라 오후 산책하느라 자드락길(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언덕배기에 난 좁은 길)을 괜스레 천방지축으로 쏘다녔더니만 도깨비바늘열매가 언제 어디서 붙었는지도 모르게 바짓가랑이에 바글바글, 어마어마하게 달라붙었다.

이처럼 마뜩찮고 꺼림칙한 녀석들이 언제 몰래 망나니도깨비처럼 온통 억척같이 달라붙는다하여 도깨비바늘(鬼針草)이라고 부르게 됐다한다. 바지자락에 붙은 그놈들을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떼어내느라 한바탕 생난리가 났다.

도깨비바늘은(Bidens bipinnata)은 국화과식물로 열대미국대륙이 원산지로 우리나라 전국에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원줄기는 길길이 자라 85cm나 되는 것이 네모지고, 털이 조금 나며, 초원이나 묵정밭·물가·길가·밭가 등 척박한 땅에서도 곧잘 자란다. 이 외에서 비슷한 종인 털도깨비바늘·울산도깨비바늘·흰도깨비바늘 등이 있고, 동아시아·북아메리카·유럽·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한다.
 
도깨비바늘(Spanish needle) 잎은 마주나고, 11~19mm로서 양면에 털이 다소 있으며,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진다. 잎은 긴 타원형의 잔잎(leaflet)이 3장이거나 5장이고, 잔잎이 끝부분에 달리는 홀수깃꼴겹잎으로 잔잎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잎자루는 길이 3.5~5cm로 위로 갈수록 짧아지고, 털이 많아서 반드르르하지 못하고 까칠까칠하며, 푸석푸석한 느낌을 준다.

꽃은 8~9월에 피고, 지름 6~10mm로 줄기나 가지 끝에 한 송이씩 달리며, 노란색으로 지름 6~10mm이고, 꽃대는 길이 1.5-8.5cm다. 꽃은 가운데 여러 개의 자잘한 꽃이 모여 나고, 둘레에 노란색의 혀 모양의 커다란 꽃잎 5장이 붙었다.
 
도깨비바늘은 다른 국화과식물처럼 얼핏 보면 꽃 모양이 머리를 닮았다해 頭狀花(flower head)라 부르고, 코스모스나 국화들도 어김없이 숱한 특징을 다 같이 지니고 있다. 즉, 가장자리에 혓바닥 닮은 샛노란 꽃잎 5장이 둘러 나있으니 그것을 舌狀花라 하는데 비록 곱고 아름답지만 꽃술이 퇴화해 씨를 맺지 못하는 不稔性으로 中性花 또는 無性花라 부른다.
 
그리고 꽃송이 중앙에는 영 꼴같잖고 볼품없는 오돌토돌하고 잔 꽃이 무더기로 나있으니 이것이 꽃술이 있어서 씨를 맺고, 관 모양을 하기에 管狀花라 부른다. 예쁜 꽃은 불임성이나 못 생긴 것들은 稔性으로 종자를 만들어낸다.
 
그럼 씨도 맺지 못하는 주제에 혀꽃은 왜 있단 말인가? 그렇다. 일례로 해바라기는 꽃송이 둘레에는 수 십장을, 코스모스는 8장의 예쁘고 커다란 혀꽃을 피워서 벌, 나비 같은 곤충을 끌어들인다.
 
열매는 9~10월에 가지 끝에 맺고, 처음에는 몽당 빗자루 모양이었다가 여물면서 길쭉한 씨앗들이 불꽃이 터지듯 사방팔방으로 퍼지면서 여무는데 씨앗길이 12~18mm, 폭 1mm로 길고 가는 억센 바늘 꼴이다. 무엇보다 도깨비바늘의 열매씨앗이 특징적이다! 얇게 길쭉하고, 빳빳한 네모 진 흑갈색의 씨앗 끄트머리에 사방으로 퍼진 4개의 짧은 껄끄러운 까끄라기(awn)가 있다. 돋보기로 보면 자잘하고 앙상한 까끄라기에는 아래로 향한 화살 꼴을 하는 많은 미늘(barb)이 한가득 나 있다.

까끄라기는 꽃받침이 변한 冠毛이고, 열매가 여물면서 날카로운 가시로 바뀐 것으로 털이나 옷 따위에 찰싹찰싹, 대롱대롱 들러붙게 돼있다. 다부지게 붙어있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건드리면 오히려 속으로 파고 들어가 아리게 찌르는 구조로 돼 있어서 말 그대로 도깨비바늘이다. 쓱 스치기만 해도 이들 씨앗은 잽싸게 사람 옷이나 동물 털에 붙여 멀리 옮긴다. 또 이들과 비슷한 도꼬마리열매에도 또한 미늘갈고리가 달린 까끄라기가 있다.

앞에  말한 갓털이란 씨앗 맨 끝자락에 붙은 솜털 같은 것으로 민들레씨앗에 붙은 하얀 보드란 털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새의 머리에 길고 더부룩하게 난 털도 갓털 또는 도가머리라고 한다. 아무튼 식물들도 후손을 멀리 퍼뜨리려고 별의 별 수단을 다 쓴다. 갓털 하나만해도 민들레나 버들강아지는 씨앗 끝자락에 가벼운 솜털을, 도깨비바늘이나 도꼬마리는 썩 잘 달라붙는 바늘가시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들 말고도 종자를 산지사방으로 멀리멀리 퍼뜨리기 위해 괭이밥·봉숭아·콩들은 스프링처럼 꼬투리를 탁 터드려 씨앗을 흩어지게 하고, 단풍나무 열매는 팔랑개비처럼 뱅뱅 돌아 멀찍이 날리며, 감·딸기·포도 따위는 그 것을 먹는 동물 몸에 들어가서 배설물로 나오고, 연꽃이나 야자나무들은 씨앗을 물에다 띄운다.
 
도깨비바늘의 순이나 어린잎을 이른 봄에 뜯어서 쓴맛을 우려낸 다음에 나물해서 먹고, 全草는 약용하니 여름과 가을 사이에 뽑아 햇볕에 말린다. 알칼로이드·타닌·사포닌·플라보노이드 등의 성분이 들어있어서 벌레에 물렸거나 피부질환·해열·이뇨·해독·감기·기침·천식·거담·학질·황달들에 쓴다. 특히 간 조직에 작은 덩어리가 만들어져서 섬유조직으로 바뀌어 간 기능이 저하되는 간섬유증을 치료하는 데 쓴다한다. 이렇듯 사람들이 수많은 동식물들에 여러 가지 신세를 지건만 바보처럼 그 고마움을 모르고 산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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