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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중시 교수 수요 늘어…‘독립성’ 확보가 관건
전문성 중시 교수 수요 늘어…‘독립성’ 확보가 관건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3.05.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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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사외이사 겸직 교수

지난 3월 교육공무원법의 개정으로 교수들의 사외이사 활동이 합법화된 가운데 5월 12일 현재 상장회사와 코스닥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교수들은 모두 3백50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장회사 사외이사가 2백여명, 코스닥에 소속된 사외이사가 1백50명 수준이다. 지난 3월 교수들의 사외이사활동에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지난해 교수신문이 상장회사만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2백1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인원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대학별로는 연세대가 2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서울대 27명, 한양대 22명, 고려대 21명, 서강대 15명, 성균관대 13명, 중앙대 11명, 한국외국어대가 10명이었다. 특히 연세대의 경우 28명 가운데 6명의 교수들이 2개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곳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교수들은 한양대 4명, 고려대, 서울대가 각각 3명이었다.

경영·경제학  교수가 절반 넘어
지난해 상장기업에 사외이사로 등록된 교수들은 서울대가 27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연세대 24명, 고려대 18명, 한양대 14명이었다.

기업별로는 박내회 서강대 교수(경영학), 안병우 인하대 교수(경제학)가 삼성물산, 박인주 서경대 교수(회계학)가 삼성엔지니어링, 배영길 부경대 교수(법학), 정갑영 연세대 교수(경제학)가 삼성SDI 사외이사로 올라 있다. 또 SK 케미칼에는 강호상 서강대 교수(경영학), 현진해 고려대 교수(의학)가, SK증권에는 길재욱 한양대 교수(경영학), 임채운 서강대 교수(경영학), SK텔레콤에는 김대식 한양대 교수(경영학), 남상구 고려대 교수(경영학), (주)SK에는 김중환 한국외국어대 교수(산업공학), 박흥수 연세대 교수(경영학)가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구자윤 한양대 교수(컴퓨터)가 LG산전과, LG전선 두 곳에, 김영찬 중앙대 교수(컴퓨터)와 송병락 서울대 교수(경제학)가 LG전자, 정구현 연세대 교수(경영학)가 LG전선, 천진환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가 LG-Caltex 가스에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

학문분야별로는 경영·경제학을 전공학 교수들이 55.5%로 과반수를 넘었으며, 공학 전공 교수들은 27.3%를 차지했다. 특히 서강대 경영·경제 전공 교수 가운데 13명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어 재직 교수 가운데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렇다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교수들의 성적은 어떨까. 지난달 참여연대는 전직 고위 세무공무원의 기업 취업 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직업윤리 개혁방안을 국세청 세정혁신추진위원회에 제안했다. 국세청 출신 인사들이 사외이사 등으로 취업해 기업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오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일부 기업들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거액의 추징금을 내게 됐거나 기업 매각 과정에서 세금 경감을 위해 국세청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사외이사제도가 취지와는 반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취지 무색케하는 ‘친분’ 위주
교수들의 경우 전직 국세청 관료처럼 기업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구조적으로 사외이사의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의 권한이 기업운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사외이사 선임은 대주주나 경영인이 자신들과 인맥관계에 있는 이들을 지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난 2월 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이 선호하는 사외이사 추천방법은 ‘최대주주 및 주요 주주의 추천으로 이뤄진다’는 답변이 76.0%에 달했다. 또 그 결과 55.6%가 친분관계로 인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사외이사의 선임권이 견제해야할 최대주주에게 있다보니 참여하는 교수들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명한 경영에 일조하기보다는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들이 반대의견을 내서 기업의 주요한 안건에 제동을 건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교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재계에서는 교수들이 사외이사를 명예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박근용 간사는 “집중투표제 도입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지만, 사외이사들의 책임의식 결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초점 : 사외이사 무엇을 하고 어떤 대우 받나
‘투명한 경영’ 감독…거마비부터 수억원 옵션도

사외이사는 IMF 경제위기 이후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편방안으로 도입됐다. 독립적인 외부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여함으로써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투명한 의사결정과 감독·감시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경영민주화와 효율적인 내부견제기능을 수행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즉 이사회 등에서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 대표이사의 선출, 대표이사의 업무집행에 대한 감독 등 경영의사결정과 함께 경영진의 업무집행에 대한 감독·감시 기능을 수행한다.

사외이사제도는 1998년 주식을 상장한 법인에 대해 총 이사수의 4분의 1 이상을 선임하도록 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에는 사장규모 2조원 이상의 대형상장법인에 대해 이사수의 2분의 1 이상으로 의무화했고, 2001년에는 등록법인(코스닥)에 대해서도 의무화했다. 특히 금융기관과 대규모 공개기업의 경우에는 전체이사의 2분의 1 이상을 선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독립성과 투명성이 필요한 사외이사는 특정한 능력보다는 대주주와의 특수관계 등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업무를 감시·감독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해야하기 때문에 이에 필요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상장회사협의회는 사외이사의 ‘적극적 자격조건’으로 △상장법인의 임원으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 △공무원 5급 이상의 직책으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 △국내·외 대학에서 경영, 경제, 법률 또는 관련기술 분야를 5년 이상 강의한 전임강사 이상의 교직원 등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격요건을 채울 수 있는 이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인 인력풀보다는 대주주와의 개인적 친분관계에 의해 선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수들은 영리활동이 금지돼 있지만, 사실상 사외이사제도 도입과 함께 참여해 왔다. 결국 지난 3월 정부는 뒤늦게 교육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해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의 경우 대학의 인사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고 경영활동을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보수도 주어진다. 그 금액은 기업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 워크 아웃된 기업에 봉사차원에서 참여한 경우 거마비도 챙기기 어렵지만, 대기업이나 은행에 참여하게 되면 수 천만원 이상을 받기도 한다. 여기에 수억원에 달하는 스톡옵션은 별도다. 지난해에 각 은행들은 사외이사들에게 1천8백만원에서 4천2백만원까지 지급했으며, 제일은행은 2억원 이상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회사협의회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상장회사들은 사회이사에게 평균 1천6백18만원을 지급했다.

사외이사가 받는 보수는 많든 적든, 전문가로서 사업에 조언을 한 대가가 아니라, 사외이사로서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회사의 주인인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한 수고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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