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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의 변신, 빠른 추격자에서 시장 선도자로
전문대의 변신, 빠른 추격자에서 시장 선도자로
  • 노경호 대림대 세무회계과
  • 승인 2017.11.06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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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문대를 생각한다

각 분야의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평생직업교육제도가 사회적인 호응을 받으며 평생교육기관으로서 발전, 정착돼 가고 있다. 전문대는 2-3년의 짧은 기간 동안 기초학습능력과 전공학습능력 두 가지를 다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대에서는 기초학습능력과 전공학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 이외에 학생지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대의 현장중심형 인력양성기관과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발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고학력 지향의 국민적 의식구조는 전문대를 일반 4년제 대학과 차별화된 교육기관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일반 4년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낮은 학력수준 학생이 차선책으로 진학하는 교육기관이라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전문대 입학생 중 일부 학생들이 일반 4년제 대학에 재진학을 위해 자퇴를 하거나 군복무 후 복학을 하지 않아 전문대의 충원율이 하락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최근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대학 지원자수의 감소추세는 전문대 입학 커트라인의 지속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전문대의 충원율 하락 현상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먼 지방 전문대로부터 수도권 전문대로 도미노 현상처럼 밀려오고 있다. 전문대 위상 제고를 통한 충원율 제고를 위해 평생지도교수 제도를 학내에 도입해 학생의 입학, 학업, 졸업 및 졸업 이후까지 학생을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평생지도교수제의 핵심은 학생 상담에 있다. 학생 상담을 기존의 면대면 직접 상담 방식과 더불어 카카오톡, 페이스북, 이메일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방식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대림대에서는 ‘대림대학교알리미’라는 스마트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학생상담과 지도 및 정보제공을 통해 학생의 만족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켰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취업률에서 나타난다. 최근 5년간 전문대의 취업률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70%에 육박하고 있다. 실무와 취업 중심의 교육을 통한 직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전문대로 유턴 입학생도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 대학 환경에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맞춰 전문대들도 전략 패러다임을 원점부터 다시 점검하고 재설정해야 한다. 과거에 예측했던 것보다 외부 환경이 더 격변하고 있다. 전문대들이 잘못 대응하면 완전히 좌초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최근 대학환경에 ‘삼각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첫째, 출산율 하락에 따른 저성장이다. 고도성장은 이제 불가능하고 최악의 경우 장기 침체 및 침몰로 빠져들 수 있다. 둘째, 경쟁이 초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학사학위과정 및 산업체 위탁교육에 있어서도 일반 4년제 대학과 전문대의 독자적인 영역이 무너지고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됐다. 또한 외국 대학과의 글로벌 경쟁도 불가피한 초경쟁 환경이 현실로 다가왔다. 셋째,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21세기 지식 기반 경제의 도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지식기반 경제의 도래는 기존 직업의 소멸과 새로운 직업의 탄생을 가져온다. 따라서 전문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변화하는 사회에서 지속적인 직업교육을 통한 산업인력의 확보를 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영국의 교육제도는 초등학교, 고등학교, 칼리지, 유니버시티로 구분돼 칼리지(College)가 한국의 전문대의 역할을 독자적으로 차별화해 담당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거의 모든 직업교육기관의 교육비용은 국가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 교육제도는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커뮤니티 칼리지가 한국의 전문대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주정부 지원에 의해 등록금을 거의 받지 않거나 매우 저렴하다.

전문대의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시장 선도자(first mover)로의 변신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빠른 추격자 전략이 유효했다. 최근 전문대에서는 입학 경쟁률이 높은 항공서비스과, 간호과, 호텔조리과 등의 학과를 카피(copy)하며 빠른 추격자로서 신설해 치열한 경쟁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학에서는 원가우위전략을 목표로 입학전형료 면제, 등록금 인하,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절감 등의 노력을 빠른 추격자로서 따라하기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식의 원가 경쟁은 경쟁우위 확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장 선도자로서 차별화 전략으로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하다. 차별화 전략을 위한 첫 번째 노력으로 교육부의 대학교육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전문대와 일반 4년제 대학을 영역 없는 무한경쟁 체제로 나아가기보다는 영국의 칼리지,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와 같이 일반 4년제 대학과 완전 차별화된 실무 전문인력 양성기관 및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대학정책을 변화시켜야 한다. 둘째, 전문대 스스로 차별화된 특성화학과를 개발 및 선정해 시장 선도자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셋째, 전문대만의 차별화된 학생 상담지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기초학습능력이 낮은 입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습능력과 전공실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실무중심 교육과정개발과 학생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평생지도교수제도를 지속적으로 개발·도입해야 한다.

향후 전문대를 일반 4년제 대학과 완전 차별화된 현장실무자 양성 및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제고와 고등직업교육의 역할을 강화하도록 국가와 대학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노경호, 대림대·세무회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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