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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리포트]영문학계 보부성에 생긴 작은 균열
[해외통신원리포트]영문학계 보부성에 생긴 작은 균열
  • 김수한 중국 통신원
  • 승인 2003.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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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젊어진 중국 지도부

전쟁으로 인해 과학기술계는 뒤통수가 더욱 따갑게 됐다. 미국 버지니아텍에서는 페미니스트들이 나서 과학의 폭력성을 짚어내는 여러 행사들을 열어 주목을 끌었다. 중국의 후진타오 내각이 서열주의를 깨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회전반의 낙후된 구조를 21세기형으로 바꿔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걸 알려주는 김수한 통신원의 글은 대중국 관계에서의 실마리를 던져주고 있으며, 영문학계에서 벌어진 작은 소동을 소개한 이택광 통신원의 글은 영국문화계의 아기자기한 재미와 함께 문학이라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들게 한다.

영국 계관시인 앤드류 모션이 선정한 필수도서목록에 학계 발끈
영문학계 보수성에 생긴 작은 균열

영국의 계관시인 앤드류 모션이 선정한 9권의 필수독서목록에 대한 찬반논란이 봄을 맞이하는 영국 문화계를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문예창작 교수이기도 한 모션은 ‘가디언’지에서 요즘 학생들이 취업전쟁 때문에 도대체 문학서적을 읽을 기회가 없는 것을 한탄한 나머지 이런 필수독서목록을 선정하게 됐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그가 선정한 필수독서목록은 로런스 스턴의 ‘트리스탄 샌디’, 조지 엘리어트의 ‘미들마치’,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에블린 워의 ‘한 줌의 먼지’, 그레이엄 그린의 ‘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스위프트의 ‘워터랜드’, 그리고 샐먼 루시디의 ‘한밤중의 아이들’이다.

모션의 도서선정 기준은 19세기 이래로 영문학에서 정전화된 이른바 ‘고전’만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데에서 일단 테리 이글턴 같은 비평가로부터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이글턴은 이 목록에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나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이 빠져 있다는 것에 다소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9권의 도서 모두가 골고루 선정됐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알리 스미스와 같은 소설가는 이 목록에서 실비아 플라쓰나 버지니어 울프 같은 여성작가들에 대한 배려가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흥미로운 사실은 모션의 선정도서 가운데에서 공통적으로 문제 있는 것으로 지적된 작품이 모더니즘 최고의 걸작이라고 아낌없이 칭송되는 조이스의 ‘율리시즈’였다는 것. 전기작가인 브렌다 매독스는 차라리 조이스의 초기작 ‘더블린 사람들’을 선정하는 것이 오히려 더 교육적인 것이 아닌가하고 반문하면서, 조이스의 초기작이야말로 후기작의 맹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욱 명료한 산문문장들을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것 같다는 촌평을 내리기도 했다.

작가인 마이클 무어콕은 목록 뒷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을 것 같다면서, 에블린 워와 그레이엄 그린이 고전이라면, 도대체 앵거스 윌슨까지 고전으로 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노골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비평가인 알렉스 클락 또한 도리스 레싱이나 아이리스 머독이 이 목록에 빠져 있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를 비쳤다. 그는 ‘워터랜드’를 집어넣고, 윌리엄 골딩이나 존 파울즈, 앤서니 파웰, 그리고 뮤리엘 스파크를 빼놓은 모션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목록에 대해 이의를 던졌다.

대중에게 뒤통수 맞은 명망가들

정작 이 목록의 선정자인 모션 또한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이러저러한 심사가 없을 리가 없었다. 모션은 이 목록을 선정하게 된 까닭이 지극히 실용적이었음을 먼저 밝히면서, 모션은 영국의 대학교육이 수준 높은 문학작품 읽기를 갈망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오직 실용학문의 쳇바퀴 경쟁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어떻게 생각하면, 모션은 이런 대학문학교육의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 논란을 자처한 것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재빨리 모션의 목록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묻는 난을 따로 신설해서 문학교육과 영문학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피려고 시도하고 있다.

한편 이런 시도에 대한 몇몇 독자들의 반응은 충분히 흥미를 자아내는 바가 있다. 낫찰스(Notcharles)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독자는 모션의 말은 그냥 좌절한 학교 선생의 넋두리 같으며, 이 세상에는 영문학을 능가하는 수많은 문학들이 존재하고, 영국학생들은 그 문학들도 마땅히 읽고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주장해 논란 많은 모션의 독서목록이 처해있는 딜레마를 적확하게 드러낸다. 이런 독자의 주장은 1960년대를 전후해서 제기되기 시작했던 영문학에 대한 반성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계는 교양주의를 통해 대중을 고전 속으로 불러들이려고 하는 반면, 독자는 먼저 앞서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이택광 영국 통신원 / 셰필드대 박사과정

중국 제10기 전국인민대표회의 스케치
10년 젊어진 중국지도부, ‘사유재산보호법’ 처리 관심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0기 1차 회의가 지난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약3천명의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마지막 전체회의를 갖고 1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중국 전역 32개 省과 자치구, 직할시 등에서 선출하는 대표들로 구성되는 중국 헌법상 최고 의결기구인 전인대는 임기 5년으로, 전체회의에서는 국가주석, 국가 군사위원회 주석, 행정부인 국무원의 총리 및 각 부의 장관 등 주요 인사를 선출하며, 헌법의 개정과 집행, 감독, 기본적인 법률의 제정과 개정 기능도 갖고 있다. 또 국가경제와 사회발전 계획을 심의하고 비준한다. 

우선 이번 대회에서는 당에서 사전에 제출한 인사 안을 토대로 후진타오 공산당 총서기를 신임 국가주석으로, 우방궈와 원자바오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각각 전인대 상무위원장, 국무원 총리로 선출했다. 이번 인선과정을 통해 나이와 학력을 중심으로 한 세대별 권력 승계라는 중국 특유의 지도부 교체 방식이 점차 중국정치의 규범으로 정착됨을 알 수 있다.

특히, 후진타오 중심의 제4세대 지도자는 나이가 전임자들인 장쩌민, 리펑, 주룽지 등보다 무려 15세 정도나 어리다. 부총리를 비롯한 국무원 각 부장들의 면면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60대 이전에 부장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이번에는 몇 부처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원이 50대로 확인되고 있다. 최고 지도부를 비롯해 부장들의 대부분이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갖춘 것은 다름 아닌 이같은 세대교체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임 장쩌민 국가주석이 국가중앙군사위원위 주석직을 유지함으로써 세대 교체의 실질적 의미는 많이 반감됐다. 비록 후진타오가 당과 국가의 최고위직에 올랐지만 완전한 권력장악은 아니고 과도정권의 수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이는 군부 기반이 약한 후 총서기가 체제 안정 속에서 경제발전과 체제개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뜻도 있다고 한 서방 외교소식통은 분석했다.

한편,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세계무역기구(WTO)가입과 시장경제체제 지속발전이라는 대내외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무역, 경제, 국유자산 관련 부서의 구조조정과 통폐합을 골자로 한 국무원기구 개편안을 승인했다.

중국이 실업과 거품경기를 넘을 수 있을까

국무원이 초안을 작성하고 당중앙위가 심의해 전인대에 제출한 행정관리 기구개편안을 보면, 투명하고 깨끗한 정부를 모토로 건전한 금융감독체제를 만들기 위해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과 분리해 국가은행감독관리위원회를 신설하게 된다. 또 대외무역경제합작부의 대외 교역 기능과 국가경제무역위원회의 국내 교역 관련 업무를 통폐합, 국내외 무역을 종합적으로 감독하는 상무부를 새로 출범시키고 국유재산관리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신설된다.

개편안은 또 미국의 식품의약청(FDA)과 비슷한 내용의 식약품 감독국과 기존 국가 계획 생육위원회의 기능을 확대 개편, 국가계획인구생육위원회를 신설토록 하고있다. 개편안에 따라 국무원 기구는 판공청을 제외하고 기존의 29개에서 28개로 줄어든다.

23개 부처로까지 통폐합이 예상됐던 당초의 대대적 개편안에 비한다면 이번 내용은 다소 미진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같은 기능을 하는 국무원 내의 상무부를 비롯해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국, 은행감독원, 국유자산관리위원회를 대거 신설한 것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 체제를 맞이해 정부의 경제, 사회 시스템을 21세기의 틀에 맞추겠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외에 이번 대회는 전인대 입법기능의 강화를 위해 상무위원회에 20인 이상의 특별위원을 포함시킨 것과 사유재산 보호법, 소득세법 등 사회 전반의 욕구를 반영하는 법안 입법이나 개정에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앞으로 전인대는 작년 11월에 열린 16차 당대회 이념과 정책을 현실에 옮기고 공산당 권력 기반을 굳히기 위해 경제발전과 함께 사회보장 체제강화, 고용창출, 노동자·농민의 불만 해소 방안마련에 주력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 같은 노력들을 통해 과연 소기의 목적을 완벽하게 거둘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후진타오 체제하의 신 정부가 과도체제로 평가받는데다, 실업, 부동산 거품, 국유기업개혁 부진 그리고 농민문제 등이 향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수한 중국 통신원 / 중국사회과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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