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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터뷰]『한국사회의 교육열』(교육과학사 刊)펴낸 오욱환 이화여대 교수
[저자인터뷰]『한국사회의 교육열』(교육과학사 刊)펴낸 오욱환 이화여대 교수
  • 이옥진 기자
  • 승인 2001.0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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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19 00:00:00
"공격적 평등주의가 교육열 부추긴다"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인 교육열이 학계에서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교육학계에서 드문 시도를 한 셈이다. 하지만 언론과 학계 모두에서 그다지 주목받고 있지 못하다. 이는 나 자신의 콤플렉스와도 관련된다. 지적 작업을 하고 있다는 나 자신도 학문적인 배경에서는 자신 없다. 미국의 이론에는 능통하지만 우리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교육열의 기원을 소급해 올라가고 있는데.
“사회적인 분석이 깊어지면서 자연히 역사적·비교문화적 연구로 확장된 셈이다. 조선시대는 사학이 관학보다 발달됐다. 관학은 빈약한 국가 지원에 의해 운영됨으로써 부실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었지만 사학은 각 가정이나 가문이 교육을 통해 자제들을 입신양명하게 하려는 절실한 필요와 자율적 통제 가능성 때문에 적극 지원함으로써 활성화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조선 초기 건국이념이 강하였던 시기에 두드러졌으며 중기 이후 가속화되었다.”

△관학, 즉 공교육을 강화한다면 교육열이 잦아들 것이라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공교육 강화가 교육열을 감소시키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역할분담은 교육열과 무관한 문제이다. 원인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교육열을 내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이 ‘평등주의’ 확산이라고 했는데.
“우리나라의 계층질서는 끊임없이 무너져왔다. 양반을 돈주고 살 수 있었던 시대를 거치기도 하지 않았는가. 일제도 조선의 정통성과 관계있다는 이유로 양반계급을 허물어버렸다. 그 공백을 ‘실력’이 메운다. 일제시대는 일본어구사능력이 ‘출세’, 즉 계층이동의 도구가 됐다. 일제시대 최고의 명예는 경성제대나 일본의 대학을 졸업해서 고등고시 합격하는 것이었다. 미군정시대는 마찬가지로 영어로 출세하게 됐고. 우리는 교육을 통해서 출세한 사례들을 무수히 본다. 한국인들 가운데는, 이모나 삼촌이 지지리도 못났다가 서울서 공부하고 혼자 유학갔다와서 화려하게 변신한 ‘실증적 사례’를 가진 이들이 많다. 긍정적으로는 숙명을 거부하는 능동적 삶이지만, 부정적으로는 ‘너랑 나랑 다를 게 뭐냐’는 식의 공격적인 평등주의이다.”

△교육이 출세, 정치 등 다른 목적에 종속되는 것이 문제인가.
“가령, 군부독재시대에 나온, ‘한국은 인적자원 밖에 없다’는 말은 교육이 국가부강을 위한 도구라는 뜻이다. 박정희 정권의 정통성이란게 반공과 가난으로부터의 탈출 두가지뿐인데, 소위 ‘잘 사는 방법’이라는 것이 인재양성이었다. 당시 중등교육의 성장과 타이밍이 맞았는데, 저가·대량생산의 산업과 교육수준이 맞아떨어지는 인력이 생산되었다.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호소력있는 것이 교육이다. 누구나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다. 자녀교육과 관계없는 부모 있는가. 한국교육에 염증을 느낀다면 이민을 가면 되긴 된다. 하지만 자녀가 외국의 교육을 받고 ‘한국적 출세’를 하리라는 기대는 두고 떠나라.”

△입시제도가 교육열을 부추긴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도는 언제나 그 자체로 일장일단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경우, 문제는 오히려 진득하게 지속하지 않는데 있다. 더군다나 교육정책을 누가 결정하고 끌고 나가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아무데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교육을 진단하고 지향점을 찾는다면.
“우리나라의 교육을 생각하면, 딱 하나의 사닥다리가 하늘 끝까지 놓여있고 줄줄이 올라가는 그림이 연상된다. 사다리가 두 개만 되도 좀 편하지 않겠나. 지금의 교육은 하나의 잣대로 틀지우는 체제다. 살벌한 시스템이다. 所要학파를 보라. 공자와 그 제자들을, 혹은 엄마와 옹알이하는 아이를 보라. 어디 그들에게 공부가 ‘공포’와 관련있는가.”
이옥진 기자z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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