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0:30 (목)
[반론] 법학교수 변호사자격 요구(교수신문 3월 31일자)에 대해
[반론] 법학교수 변호사자격 요구(교수신문 3월 31일자)에 대해
  • 김주원 대한변협 사무총장
  • 승인 2003.04.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등권 침해소지 많다 … 법학교육 정상화 시장논리로 풀자”

▲김주원 (대한 변협 사무총장) /
최근 법학교수들이 변호사자격을 부여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법학교수들에게만 예외를 인정해 자동으로 변호사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대한변호사협회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법학교수들은 변호사자격이 없기 때문에 법학계와 법조실무계가 단절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법조실무계는 법학계의 연구성과를 실무에 참고하고 있으며, 법학계는 법조실무계에서 형성된 판례 기타 해석론을 열심히 연구하고 비판하고 있다. 법조실무가들은 학계로 열심히 진출하고 있고, 학계에서 이루어지는 세미나, 학회에 열심히 참가하고 있고, 법학저널에도 열심히 논문 등을 발표하는 등 법학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법률실무가와 법학자는 다르다”

법학교수들은 선진국에서는 법학교수에게 변호사자격을 부여해 법조실무가 하기 어려운 전문적 법학연구의 성과를 법조실무에 제공함으로써 법조의 일각을 담당케 한다는 주장하나 이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 미국의 경우는 법학교수에게 따로 변호사자격을 부여하고 있지 않고,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자격시험에 스스로 합격해 변호사, 로클럭 등 일정한 경력을 거친 후 교수로 임용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에는 가장 우수한 사람들이 교수가 되거나 법조실무에서 우수한 업적과 경력을 갖춘 사람이 교수직에 취임하기 때문에 설사 시험을 거치지 않더라도 이들에게 변호사자격을 부여하는 데 대해 아무런 사회적 반대여론이 없지만, 한국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사법시험 합격자수가 소수여서 사법시험합격이 조선시대 과거합격과 동시되던 시대에는 변호사 자격의 취득이 부와 권력의 지름길이었고, 이로 인해 일부 대학에서 고시시험 위주의 법학교육을 강조한 것이 법학교육 파행의 원인이지, 사법시험만이 법조실무가 되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이 그 원인은 아니다. 사법시험 합격자수의 과소로 초래된 법학교육 파행 현상은 사법시험 합격자 수의 대폭적인 확대로 점차 해소되고 있다.

많은 학생이 사법시험에 몰리는 현상은 사법시험 합격자가 사회적으로 우대되는 풍토가 없어지지 아니하는 한 다른 어떠한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법학교수들에게 변호사자격을 부여함으로써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법률실무가와 법학자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법률실무가는 기본적으로 쟁송에 관여하고 국가사법기능의 운영에 직접 당사자로 참여하는 사람들이고, 법학자들은 제3자적 견지에서 사법기능을 관찰해 문제점을 파악해 보다 바람직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위 사법기능의 관여자가 될 장래의 법률실무가 및 장래의 법학자를 키우는 사람들이다.

법학교수의 변호사 자격부여에 의해 무역, 보험, 조세, 해운 기타 전문분야에 대한 국내 법조실무계의 국제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주장도 억지이다. 현재 기성 법조인 뿐 아니라 매년 많이 배출되는 신규 법조인들은 자신의 전문분야를 갖기 위해 대학원 진학, 관련 학계의 학회 참석, 연수회 참가, 논문 발표 등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키우고 법학계의 연구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법학교수들은 법학교수들에 대한 변호사 자격 부여가 법조일원화라고 주장하나 이는 잘못된 견해이다. 법조는 법조자격 취득자로 구성됨을 당연한 전제로 하며, 법조일원화란 재야법조에 기반을 둔 재조법조의 구성을 의미한다. 법학교수들의 주장은, 법조일원화의 논의가 아니라, 법조편입가부의 논의에 불과하다. 즉 법조일원화 논의 이전에 그 전제가 되는 법조편입이 가능하도록 자격을 달라는 요구에 불과하다.

법학교수들에 대한 변호사자격 부여가 법률시장 개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이 된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곤란하다. 법률시장 개방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법률실무가들이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매년 배출되는 법조인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므로 사실 그냥 내버려두어도 각자가 생존을 위하여 노력을 하지 아니할 수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한 법학교수들의 기여는 이처럼 준비하는 기존의 법률실무가들을 이론적으로 무장시키고 도와주는 것이다.

형평성 원칙에 반하는 주장

과거 공무원 등에게 변리사, 세무사, 공인노무사 등의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던 제도가 폐지됐는데 이처럼 제도가 바뀐 것은 장기간에 걸쳐 시험준비를 하는 수험생과의 형평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단지 법학교수라는 이유만으로 변호사 자격을 부여한다면 이는 일반 사법시험수험생들의 헌법상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는 법률일반에 관한 사무를 종사하는 법률전문직이고, 그 자격 취득 관문인 사법시험은 다양한 법과목 시험으로 구성돼 있고, 사법시험 합격 후 2년에 걸쳐 피말리는 연수과정을 거친 후 수료시험을 통과해야만 변호사자격이 부여된다. 그런데 법학교수들에 대해, 위와 같은 험난한 과정을 전부 면제하고 변호사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형평성과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법학교수들은 대체로 한, 두 과목의 전공과목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법학교수, 전공외 전문지식 결여

따라서 자신의 전공과목 외의 법률분야에 대해서는 전문적 지식을 결여하고 있고, 소송실무를 포함한 실무교육은 전혀 받은 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률일반에 관한 사무에 종사하는 면허에 해당하는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쟁송, 즉 남의 싸움의 해결과정에 개입함으로써 수입을 얻는 직업이다.

이에 비해 법학교수는 상아탑에서 고고하게 연구작업에 몰두하고, 학생들에게 이론과 도덕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즉 변호사와 법학교수는 그 직무의 성격뿐 아니라 요구되는 자질이 전혀 틀리다. 법조실무에 종사하다가 법학교수로 전업하는 분들을 보면, 이처럼 남의 싸움 속에서 사람에 시달리는 것을 싫어하는 이들이 많다. 법학교수들이 남의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제3자적 견지에서 이들을 관찰하고 연구논문 등을 통해 비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각자의 역할 분담을 제대로 하고, 법조실무, 그리고 법학의 발전의 위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김주원(대한변협 사무총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