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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학교수들은 왜 변호사 자격증을 요구하나
[기고] 법학교수들은 왜 변호사 자격증을 요구하나
  • 정용상 / 부산외국어대·법학
  • 승인 2003.03.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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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익적 법무서비스 기능 확장…사법개혁 시발점 기대

지난해 7월 한국법학교수회에서는 일정한 경력을 갖춘 법학교수에게 재직중 개업을 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변호사자격을 부여하는 변호사법개정청원을 법무부에 했고, 대한변호사협회는 금년 2월초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낸 것이 계기가 돼,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우리나라 법조계의 발전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조계가 진정으로 국민의 권리보호에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을 다 갖추고 있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고, 국제법률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폐쇄적인 법조계의 독과점 구조

우리나라의 법조계는 선진국에서는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법조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대단히 폐쇄적인 독과점적 구조를 갖고 있다. 오로지 시험에 의해서만 법조진입이 가능하며, 또한 현행법상 변호사를 제외한 그 누구도 실제사건에 접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것은 사실상의 불공정경쟁구조이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국가의 부담이 된다. 국민의 권익신장을 위한 최고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에 법학자가 참여하지 못함은 물론, 헌법소원을 헌법전문가인 헌법 교수조차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국민이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듯이, 권리보호를 위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일상에서 쉽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조의 문턱을 낮추어 국민의 법조접근용이성을 제공하고, 법조진출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통해 경쟁적으로 국민의 수요에 맞는 양질의 다양한 전문적 법률서비스를 맞춤식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급자중심이 아닌 수요자중심의 종합적 사법개혁이 절실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법제도에 영향을 끼친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심지어 필리핀 등 세계 어느나라도 법학자를 배제한 법조일원화체제를 갖고 있지 않다. 세계화시대를 맞으면서 국민의 다양한 전문법률서비스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계와 실무계의 단절현상을 극복해, 학계의 전문적 연구성과가 실무계에 구체적·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구축돼 이론과 실무를 접목시킬 때 시너지효과는 극대화 될 것이며, 고품질저비용의 법률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다.

곧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세계적인 전문 변호사들이 국내시장으로 몰려올 것은 자명한 일이므로, 법학자와 법실무가가 연합군이 된 실질적 법조일원화전선을 구축해 국제경쟁력을 키워 국익을 도모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법조일각에서는 법학자의 법조진출을 반대하는 이유로 실무경험의 일천함, 다양한 법률지식의 결핍, 수임경쟁의 격화, 형평성 위배, 연구자가 실무계 진출은 외도라는 등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것은 순전히 편견이며 이기적 항변에 불과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교수는 강의와 연구 그리고 사회봉사의 3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강의와 연구를 통한 성과를 사회에 환원해야할 사회적 책임을 국민으로부터 명령받고 있다. 연구자로서 안주하는 것은 명백한 책임회피이다.

법학교수들, 연구성과 사회에 환원해야

이번 변호사법개정청원안 내용은 “부교수 또는 교수로 5년 이상 재직한 법학교수”에게 “재직중 개업을 금하는 조건”으로 변호사자격을 부여하도록 돼 있다. 최소한 25년 이상의 법학공부를 계속한 교수들이 해당된다. 이러한 연구과정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현행법학교육이 판례중심·사례중심으로 이루어진지 이미 오래이고, 법학자의 대부분이 준사법기관적 성격을 띈 국가 또는 사회의 관련위원회에서 이미 실무적 기여를 하고 있다.

전문적 지식만을 갖고 있으므로 변호사적격이 없다는 것은, 마치 국민건강을 위해서는 일반의사만 필요하고 전문의가 필요없다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이다. 법률시장도 병원의 전문의처럼 전문영역별로 서비스할 수 있는 법조시스템이 오히려 국민에게 효율적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국제경쟁력 배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법학교수는 개업을 금하므로 영리목적의 법무 활동은 불가하기 때문에 수임경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학자에게 자격부여를 해야할 필요성이 있음은 영리성을 추구하지 않는 사회공익적 법무서비스기능을 확장한다는 점이다. 무료변론, 기업의 법률자문, 국제적 법률구조기구 및 단체 참여, 외국투자자문, 외국법정에서의 참고인진술 등을 통하여 법조직역확장에 기여하고, 국민의 권리보호와 국익증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특히 송무에 전념하는 변호사업무의 특성상 신경쓸 수 없는 외진 영역이나, 초전문적인 법지식을 요구하는 전문법역의 국제소송사건 등에 법학자가 기여하므로 인해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법조계의 위상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영리목적 법무활동’ 은 엄격금지

법학자가 함께하는 진정한 법조일원화는 국민정서상 딴 세상에 있는 법조계를 국민앞에 낮고도 가깝게 자리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할 것이며, 법률시장개방시 국제경쟁력배양과 국익을 지킬 수 있고, 대학법학교육의 정상화를 통하여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에도 기여할 것이며, 사법시험제도개선의 모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국익우선 국민우선의 종합적인 사법개혁의 시발점이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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