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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드라마 ‘아줌마’와 우리시대의 교수
[기자수첩] 드라마 ‘아줌마’와 우리시대의 교수
  • 김재환 기자
  • 승인 2001.0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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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19 00:00:00
“교수집단을 이렇게 매도해도 되는 겁니까? 우리 나라 교수는 모두 돈으로 교수되고, 표절이나 일삼고, 가정파괴범에 파렴치범, 성차별주의자입니까?”
지난주 편집국으로 걸려온 어느 교수의 항의 전화다. 아시다시피 이 항의는 최근 교수사회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MBC 드라마 ‘아줌마’를 겨냥한 것이다. 이 드라마는 뇌물과 청탁으로 교수 자리에 오르고, 바람을 피우다가 이혼을 당하는 사이비 지식인 ‘장진구’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된 뒤, 편집국에는 “아이들 보기 창피해서 교수노릇 못하겠다”는 등의 항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이 드라마가 인사청탁, 뇌물, 표절 등 교수사회의 이면에 감추어진 비리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MBC의 ‘시사매거진 2580’은 이례적으로 이 드라마가 지식인 사회에 미친 파장을 진단하는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분명, 우리 사회에서 교수는 여전히 명예와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지식인’이다. 다시 말해 우리사회에서 교수는 ‘명예’를 부여받고 있는 일종의 ‘특권층’인 것이다. 이 드라마의 성공비결 중의 하나는 교수라는 ‘특권층’의 비리와 문제점을 폭로함으로써, 시청자에게 일정한 ‘해방적 효과’를 누리게 한다는 데 있다.
교수라는 ‘특권층’에 덧칠된 ‘신비주의’를 벗겨내는 것은 부당한 ‘권위’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우리신문 ‘신문로세평’에서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교수사회의 자성을 말한 것은 이 드라마 같은 현실이 교수사회에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당한 권위를 비판하고, 교수의 ‘권력’을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고 또 타당한 일이다. 하지만, 드라마와 현실은 분명 다르다.
드라마에서처럼 “책 한권 읽지 않고, 강의 한번 하지 않는 무늬만 교수”인 ‘속물’이 우리시대의 전형적인 교수라 말하긴 어렵다. 이 드라마 식으로 교수를 희화화하는 것이 특권층의 부당한 권위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원로 영문학자의 말을 빌면, “거리의 장삼이사가 베토벤의 어깨를 치면서 ‘안녕하슈 노형’ 하고 수작을 부리는 것”이 민주화는 아닌 것이다. 그것은 여전히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학문적 고뇌로 밤을 지새는, 족벌사학의 횡포로 내몰린, 돈 안되는 기초학문을 붙들고 있는 우리시대의 교수에 대한 ‘모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재환 기자 weibli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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