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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직속 독립기구로 대학 ‘기억창고’ 만들자
총장 직속 독립기구로 대학 ‘기억창고’ 만들자
  • 박찬승 충남대
  • 승인 2003.03.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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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고] 대학기록관을 만들자(下)-대학기록관의 목적과 전망

대학기록관은 한마디로 대학의 여러 정보 요구에 부응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대학기록관은 대학의 행정, 교수와 학생의 연구·교육·학내외활동, 기타 대학사와 관련된 중요 자료들을 수집해 보존하는 곳이다. 

기록학에서는 대학기록관의 설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대학의 역사적, 법적, 재정적, 행정적 가치의 기록을 평가·수집·정리·보존해, 이용 가능하게 만든다. △대학의 효율적인 기록관리를 촉진하고, 더 나아가서 행정 능률의 개선에 도움을 준다. △창조적인 교육과 학습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교육사, 대학사, 지성사, 지역사 연구자들에게 연구 자료를 제공한다. △대학의 기원, 목적,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촉진한다. △대학구성원으로 하여금 대학의 역사에 대한 이해와 자부심을 갖게 한다. 

이와 같은 목적 위에서 대학기록관에서 수집, 보존하는 주요 기록은 다음과 같다. △대학의 설립, 발전과 관련된 주요 문서, △대학이사회의 회의록과 기타 관련 문서, △대학교수회, 학생회의 회의록, 기타 관련 문서, △총학장의 주요 업무기록, 총학장과 정책입안자간의 교환문서, 대학본부에서 출판하거나 미출판한 각종 보고서, △학적부, 장학금 수여, 징계 등 학생들과 관련된 기록, △교수 및 직원의 인사기록, 예산과 재정 보고서, △대학의 교육과 관련된 출판물. △이름, 직함, 소속부서가 실린 교수, 직원, 학생의 인명록, △학생·교수·교직원 단제, 동문회의 신문, 소식지, 기타 공식 발행물, △학생단체, 교수단체의 성명서, 포스터, 대자보, 기타 대학구성원의 의사표시물 등, △퇴직 교수의 강의노트·연구자료, 총장의 비망록, 동문의 회고록, 증언테이프 등 개인기록, △각 연구기관의 주요 출판물, 교수들의 주요한 연구 업적, 석박사 학위논문, 학부생의 수상 논문, △대학사를 보여주는 각종 박물자료 등. 이상에서 본 것처럼 대학기록관은 대학의 역사와 관련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자료를 수집, 보존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대학기록관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우선 기구상으로 도서관이나 박물관 산하에 들어가면 안 된다. 반드시 총장 직속의 독립기구가 돼야 한다. 도서관이나 박물관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학기록관에는 관장(교수) 1명과 기록관리 전문가인 아키비스트 수 명이 배치돼야 한다. 그밖에 이들을 도와줄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필요하다. 공간은 사무실, 문서고, 열람실, 교사전시실 등 4개 이상의 공간을 갖춰야 한다.

최소 4개 이상 공간 갖춰 열람 가능케

교사전시실이 왜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전시실은 주요 기록물이나 박물류를 전시해 학생들이 수시로 들어와 보도록 함으로써 학교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공간이다. 대학사편찬실도 가능하면 기록관 안에 둬 대학사와  대학사자료집을 편찬을 맡도록 해야 한다.

자료의 수집을 위해서 아키비스트들은 대학의 모든 기관과 접촉을 갖고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아키비스트들은 수집된 자료를 검토해 보존 연한을 정하고, 파일에 자료에 대한 설명을 붙여 상자에 넣고, 상자를 종류별로 분류해 문서고에 보존한다. 기록보존의 궁극적 목적은 열람자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어떤 기록들이 보존되고 있는지 인터넷 등을 통해 홍보하고, 열람자가 찾아오면 친절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대학기록관의 기록 수집과 관련해부딪치는 난제는 행정문서에 어느 정도까지 손을 댈 것인가 하는 문제다. 국공립대의 경우에는 ‘공공기관의 기록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각 대학에서 생산되는 행정기록 가운데 영구기록은 정부기록보존소로 모두 넘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부기록보존소측과 협의해 가능하면 대학측에서 영구기록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므로, 영구기록으로 분류된 행정문서는 대학기록관에서 인수 보존하고, 보존연한이 차서 대학본부에서 폐기하는 기록도 인수 검토해 영구보존 가치가 있는 기록은 보존해야 한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보자. 대학기록관은 단순히 대학사 편찬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는 곳이 아니다. 행정에 도움을 주고, 학자들의 연구에 도움을 주고, 대학구성원들로 하여금 대학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며, 대학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미래를 전망하게 하는 곳이다.

이런 점에서 대학기록관은 ‘대학의 기억창고’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대학기록관이 없는 대학은 ‘기억창고가 없는 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한국의 대학에서도 도서관, 박물관과 함께 대학기록관이 필수라는 생각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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