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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惡役’을 자임한 까닭은
‘惡役’을 자임한 까닭은
  • 교수신문 기자
  • 승인 2003.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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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개혁과 통합을 위한 교수모임' 이기영 교수

“새 정부에 참여하는 대신 중립으로 무장한 감시자, 비판자의 역할을 맡겠다” 지난 12일 대표자회의를 갖고 이같은 입장을 밝힌 ‘개혁과 통합을 위한 전국교수모임(이하 ‘교수모임’)’은 지난 대선 당시 부도덕한 집단과 절대 타협하지 말 것, 평화적 남북관계를 구축할 것 등을 주장하며 노 후보에 대한 뜨거운 지지를 표명한 단체로 전국 교수 1천1백여명이 회원으로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감투 대신 악역을’ 자청하고 나선 이들의 목소리를 새로 상임대표를 맡은 이기영 동아대 교수(51세,사학과·사진)를 통해 들어보았다.

△ ‘교수모임’의 성격을 비판자, 감시자로 명확히 선 그은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수구세력의 엄존 등 열악한 상황에서 개혁을 이끌어내기 위한 지지와 비판활동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해산 대신 존속을 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더욱 ‘설득력’을 높이려면 객관성,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감한 사안에 대한 교수들의 발언이 ‘정치적’인 것으로 폄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탈정치’를 택하게 됐습니다. 한편 大義를 위한 모임이라는 점에서도 객관적이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 가장 중요한 개혁 대상은 무엇(어디)이라고 보십니까.

개인적으로 지역주의와 연고주의 및 부정한 돈에 토대를 둔 보스 중심적 패거리 정치, 그리고 소유주의 사적 욕심으로 공공성이 저해되고 있는 교육과 언론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가운데 특히 정당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이 선행돼야 다른 모든 개혁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개혁의 철학은 극심한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고 사회의 각 부문에서 공공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설정돼야 할 것입니다.

△ 개혁 감시를 위해 준비중인 일정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개혁의 방향과 과제에 대한 학술회의를 전국 교수모임 차원에서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고, 1년에 1~2회 정도 새 정권의 개혁에 대한 평가작업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수시로 전국대표자회의를 통해 개혁 문제와 대안적 정책을 수시로 논의할 것입니다.

△ 최근 마감된 인수위 활동, 그리고 학자들의 정치참여를 어떻게 보십니까.

평소 사회적 문제의식과 개혁의지가 강하고 전문지식도 갖추고 있는 분들이 참여해 밤잠이 모자라도록 열심히 활동했다고 들었습니다. 다소 혼선이나 행정상 문제가 있었더라도 개혁을 추구하는 새 정부의 정책적 방향과 과제를 제시하는 데 다른 어떤 집단보다 적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 지식인이건 아니건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치를 국민의 것으로 만들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삼아야 합니다. 맡은 바 본분을 다하면서도 북핵 문제 등 간과하기 어려운 중대사안에 대해서는 수구세력에 대항하는 ‘개혁’의 논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이러한 ‘교수모임’의 존재자체가 개혁세력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역대 어느 정부보다 학자들의 참여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새 시대에 ‘바람직한 지식인 像’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상하시는지요.

각자 위치한 곳에서 우리 사회의 개혁과 통합에 이바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서 보았듯이 출세주의, 이기주의, 기회주의의 성공 시대는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또 지금은 체념하고 침묵하고 방관하고 냉소할 수밖에 없는 군사독재 시절도 아닙니다. 그러나 아직 국민의 뜻이 올바르게 반영되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이론과 관념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남보다 더 알고 사회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받은 것이 있다면 그만큼 사회를 위해 환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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