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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합의' '민간주도'의 개혁시대 열자
'국민합의' '민간주도'의 개혁시대 열자
  • 김영래,장성호
  • 승인 2003.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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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사회가 진단한 새정부 개혁과제

인수위의 행보가 다소 더디고 힘들어 보인다. 행정적 적응기의 현상이기보다는 개혁 대항세력과의 샅바싸움에서 힘을 너무 소진시키고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도 이 사회가 변화의 비등점에 도달하지 못해서일까. 개혁은 아이디어의 문제이기보다는 파워게임의 지형도로 살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 같다. 앞으로 5차례에 걸쳐 총 10개분야의 시급한 개혁 아젠다들을 검토할 생각이다. 이미 나왔던 제도개선의 아이템들을 나열하기 보다는, 고착된 힘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여우같은 지혜’를 보여줄 수 있는 지면이 됐으면 한다. [편집자주]

[정치개혁 분야]
국민이 全權 갖는 제도입법 시급…정치권 의지가 개혁 최대 변수

김영래 / 아주대·정치학, 한국NGO학회장

 
변화와 개혁의 21세기는 정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제는 낡은 정치 청산을 위한 정치개혁이며, 이는 금년도 정치권의 최대 화두다. 정치개혁은 지난해 12월 19일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낡은 정치 청산을 강조하는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이후 주요 정당은 물론 시민단체의 금년도 최우선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지식인을 상대로 ‘교수신문’이 조사한 새정부의 최우선 과제도 정치개혁이다.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축배의 잔을 비우기도 전에, 그리고 한나라당은 패배의 쓴잔을 추스르기도 전에 당내 개혁세력으로부터 불어 온 개혁 요구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주당의 개혁 세력은 당내에 설치된 정치개혁 특위를 통해 당원구조부터 바꾸는 풀뿌리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의 승리가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노무현 후보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혁성향에 대한 국민적 지지라고 보고 있다.

‘정치제도개혁 국민위원회’ 구성하자

한나라당도 정치개혁을 주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선의 패배는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당 지도부의 구시대적 정치행태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는 개혁세력은 한나라당의 환골탈태를 주장하고 있다. 당내 개혁세력은 ‘국민 속으로’라는 이름 하에 발기인 대회를 열고 대의원 구조의 개편을 포함한 주도세력의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정치개혁연구실(실장 : 임혁백 고려대 교수)을 설치했으며, 10대 국정과제에 정치개혁이 포함돼 개혁작업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양당이 당내에 정치개혁 특위를 구성해 연초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위는 개혁을 위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취임 이전에 각 정당은 정치개혁안을 확정,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게 되며, 새로운 정치환경에 따른 정국을 운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국민적 기대만큼 정치개혁이 될 것인지 의문이 된다. 이미 대통령 선거 이전 학계, 시민단체, 그리고 중앙선관위는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을 통한 정치개혁을 주장했으며,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도 이를 지지했으나, 대선 전에 입법화되지 못했다.

완전 선거공영제, 정당구조의 슬림화,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 등을 위한 정치관계법 개정이 입법화되지 못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각 정당의 당리당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정치권이 대선 승리를 위해 유권자의 관심을 최대한 유도할 수 있고 더구나 차기 집권 세력이 결정되지 않아 정당간의 이해가 비교적 첨예화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정치개혁을 위한 입법화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이미 대선이 끝난 지금 정치권이 정치개혁에 얼마나 박차를 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개혁은 정치인 스스로에 의해 추진되기 힘들다. 지난 2000년 총선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스스로 의원수 조정을 하지 못해 결국 학계,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전권을 갖고 의원수 조정을 했던 사례를 참고해야 된다. 따라서 앞으로 정치개혁은 총선 직전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와 같이 정치인 중심이 아닌 학계나 시민단체 대표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정치인의 이익보다는 공공이익을 위한 정치개혁을 전권을 가지고 추진해야 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인터넷시대를 상징하는 2030세대의 승리라고 할 정도로 인터넷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 6월 붉은 악마의 함성, 12월의 SOFA개정을 위한 촛불시위로 이어지는 인터넷시대는 지금까지 정치를 외면했던 시민들을 정치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했다. 일방적인 의사전달이 아닌 쌍방향 의사교환을 통해 정치를 시민 스스로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해 준 것이 이번 대선이 준 교훈이다.

따라서 정치개혁도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정치구조나 의식을 변화시키는데 초점을 두어야한다. 즉 이-폴리틱스(e-politics), 사이버-폴리틱스(cyber-politics)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치개혁이 돼야 한다. 이-폴리틱스와 사이버-폴리틱스는 보스정치, 지역주의를 타파시키고 또한 고비용의 정치를 저비용의 정치로 전환시킬 수 있다. 이는 시민 스스로 자발적 참여를 통해 정치의 국외자가 아닌 참여자며, 동시에 주인이 되는 정치를 의미한다.

‘이-폴리틱스’ 정당구조 개혁이 최우선

이런 방향의 정치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정당개혁이다. 지금과 같은 고비용·저효율에 의한 정당구조는 개혁돼야 한다. 저비용·고효율을 위한 정당구조로의 개혁을 통해 낡은 정치를 청산해야 된다. 중앙당을 폐지하거나 또는 축소해 국회를 중심으로 한 원내 정당화를 추구해야 된다.

대선에서의 국민경선제 도입과 같이 당원이 직접 공직자를 공천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에 의한 당의 의사결정구조가 이뤄져야 되며, 하향식의 지배구조가 아닌 상향식의 정당구조를 통해 지도부와 당원간의 정체성을 지닌 정당체제를 형성해야 된다. 진성당원에 의한 밑뿌리가 튼튼해야 실질적인 정당 민주화가 이뤄질 수 있다.

정치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정치자금 역시 개혁돼야 한다. 정경유착에 의한 정치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정치자금 실명제를 도입해야 된다. 선거자금을 비롯한 모든 정치자금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단일은행계좌를 사용해야 되며, 이는 일반인에게 공개돼야 한다. 이번 ‘희망돼지’ 기부와 같은 소액정치자금 기부가 활성화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된다.

정치개혁의 기본적 틀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정치권에 제안됐기 때문에 개혁 내용보다는 정치권의 개혁 의지가 더욱 문제다. 정치권이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을 외면하고 또 다시 구태의연한 권력다툼이나 한다면 그 정당이나 정치인은 오는2004년 총선에서 엄정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된다. 새해와 더불어 한국정치의 개혁바람이 정당구조 개혁으로부터 출발하기를 국민들은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

[남북평화 분야]
미국과 협력, 북한 이끌어야…남북 교류·지원체제 정비 필요

장성호 / 평화운동연합 사무총장·정치학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대통령 선거기간과 당선 이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할 것이라고 누누이 밝혀 왔다. 지난 5년 동안 김대중 정부가 추진해 온 햇볕정책은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성과를 가져왔지만 방법론적인 측면과 북한의 태도 등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돼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북한 정책의 가장 큰 틀인 일관성에 관해선 차기 정부도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하며 이런 일관된 대북 정책이야말로 남북 신뢰구축과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을 비롯한 각 국에도 정책 추진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또한 북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핵개발 재개 선언과 관련해서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최우선시 하면서 기존의 불협화음과 상호불신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국제법 무시한 북한에 분명한 목소리 내야

햇볕정책 추진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었던 정부 위주의 일방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좀더 개방적이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와 국민의 이런 쌍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국민적 합의는 대북 지원과 대화에 있어서 정당성과 투명성을 담보해 줄 것이다. 사회적 공감을 바탕으로 한 대북 정책은 햇볕정책의 여러 문제점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며, 여기에 중요 사안에 대한 국회의 동의라는 정책적인 부분까지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북한 핵개발 재개와 관련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위기를 노 당선자는 북한과 미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북한에 대한 획기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체제유지와 경제문제를 비롯한 현안과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핵문제의 투명성에 관한 북한측의 성의 있는 답변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조정안을 마련해 이 문제를 일괄 타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협상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새 정부는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북한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원만을 요구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핵을 매개로 흥정하는 식의 위험한 발상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압력에 함께 동참해야 하며, 이번 핵문제 해결뿐 아닌 향후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일본-러시아 등과 같은 주변국들에 대한 외교적 협조와 공조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이는 그 동안의 대미 일변도의 북한문제 해법에서 나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변 강대국들의 의견과 조언에 좀더 주의를 기울여 북한의 책임 있는 태도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으로도 유용할 것이다.

또한 사회전반에 걸친 자주외교의 디딤돌 역시 이번 북한의 핵사태 해결을 계기로 다시 세워야 한다. 구체적으로 수평적인 한미관계를 재정립하고 요구할 것을 요구하되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는 상호주의적인 관계개선을 모색함과 동시에 군사동맹국인 미국과 사회, 정치적인 동반자 관계를 새롭게 제시하고 미국뿐만이 아닌 동북아 이해국들인 중국-일본-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다자협력체제를 구성함으로써 항구적인 한반도의 평화를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나아가 현재의 북한과 유엔 사이의 정전협정을 남북한 당사자를 주파트너로 주변 이해국들이 협조 및 감독하는 평화협정으로 개정하는 문제 또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 새 정부는 미국과의 협력을 긴밀하게 유지하면서도 중국-일본-러시아와 협력하는 신 4강 외교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으며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을 최대한 이용한 동북아 경제 및 정치 공동체 형성을 주도하도록 해야한다.

경제 분야는 민간업체로 주도권 넘기자

기존의 경제협력은 계속 유지 발전시키되 남북한이 서로 상호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는 향후 북한의 경제개혁과 더불어 나아가 남북 경제공동체를 구성하고 실현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또 현 정부에서 시작했던 경의선 복원과 개성공단, 금강산 육로 관광 실현 등과 같은 남북경협의 가시적인 성과가 새 정부 초기에는 반드시 그 열매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남북한의 신뢰 구축과 남북경협의 미래에 있어서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그리고 민간업체가 주도권을 갖고 남북경협 사업을 추진하되 정부가 교류 활성화와 각종 정책적인 여건과 지원 등 제도적인 장치의 마련에 보다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정부간 경협 프로젝트는 정치적인 입김과 외부 주변요소에 대한 영향에 따라서 변화되기 쉬운 측면이 없지 않으나 이런 자율적인 민간차원의 교류는 그에 대한 눈치가 필요 없이 계속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크기 때문이다. 또 인도적 차원의 평화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를 선정해 북한과 민간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할과 남북한 학자들이 자유롭게 만나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도움을 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만하다. 덧붙여 장래 통일조국의 인프라 구축이라는 대의 명분을 갖고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역시 고민해야 한다. 물론 그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원 마련 방안과 건설 이후 남북한이 이 시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연구 역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경의선 복구되면 북한은 이를 통해 막대한 중계료를, 남한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은 수출 물류비용에 대해서 적지 않은 편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의 새 정부는 결국 여러 특수성을 가진 북한과 주변 4대 강대국들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나아가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평화통일의 기틀을 만드는 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기존 남북한 교류협력법 등과 같은 교류 및 지원 체제를 새롭게 정비함과 동시에 북한의 실질적인 정책 변화까지 유도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대북한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지금의 노무현 당선자의 판단이 향후 대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북한도 아니고 북한의 요구상대인 미국도 아닌 바로 한국의 새로운 정부의 판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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