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정점으로 대학사회 구조가 서열화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돈’ 없고 ‘학생’ 없는 지방대는 퇴출의 위협 속에 우울한 내일을 그릴 수밖에 없다. 이미 거역할 수 없는 속도로 대학가에 몰려오고 있는 ‘시장의 논리’. 올해 달라지는 교육 관련 법령 및 제도들을 크게 묶어주는 것도 이 ‘시장의 논리’가 아닐까. 주요 쟁점별로 2003년부터 달라지는 대학가의 모습을 조망해 본다.
산학협력단 설립 운영
올 하반기부터 대학내에 산학협력단의 설립·운영이 가능해져, 대학들이 교비로 수익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법안인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계류중이지만, 올해 초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대학내에 법인 형태의 산학협력단을 설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학부지 내에 산업체 등과 연계된 ‘협동연구소’를 설립·운영할 수 있고, 각 대학이 교육과 관련된 기업을 직접 운영할 수 있는 ‘학교기업제도’도 도입된다. 말하자면, 대학이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등록금이나 기타 수입을 이용해 합법적으로 영리활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대학의 ‘영리기구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만만찮기 때문. 지난 해 9월부터 교수노조, 교육학생연대, 진보교육연구소 등 교육단체들은 이 법안이 “대학의 기술·지식·인력을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거세게 반발, 향후 이 법률안 통과를 둘러싼 갈등도 예상된다.
경제특구 내 외국대학(원) 설치
국가가 지정한 경제특별구역에 초·중등학교, 대학(원) 등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이 자유로워진 점도 올해 달라진 것 중의 하나다. 내국인의 외국교육기관 입학도 전면 허용됐다. 지난 해 11월 ‘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 이들 외국교육기관은 국내 부실 대학(원)의 설립을 제한하는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교육공무원법에 적용을 받지 않으며, 오히려 ‘자금 지원 및 부지 공여’ 등 각종 특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법의 취지는 외국 자본을 끌어들인다는 것. 그러나 오는 3월 ‘도하개발아젠다(DDA)’ 서비스 협상 중 교육 서비스 분야에 우리나라가 개방계획서를 제출하기 전에 개정된 것이어서, 일각에서는 “영리를 추구하는 외국 교육기관의 국내 진입이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층적으로 진행되는 냉혹한 국내·외 대학 경쟁이 올 대학가의 큰 흐름이라고 한다면, 그와 별도로 추진되고 있는 여성교수채용목표제는 대학가의 또 다른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교수 채용 목표제
여교수 채용 확대를 희망하는 대학에 한해, 올해 증원되는 국공립대 교수 1천명 가운데 약 20% 정도가 우선적으로 배정될 전망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달 26일 “3년마다 산업대와 교육대를 제외한 대학들은 여교수 신규채용목표를 포함한 계획을 수립·공표한 후 매년 그 실적을 제출해야 하며, 대학의 계획과 실적을 평가해 행·재정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 개정안을 올래 초 임시 국회에 상정해 3월까지 법률 및 시행령 개정 작업을 마친 뒤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교수 사외이사 겸직 자율화
한편, 올 3월부터는 그간 논란을 빚어왔던 대학 교수의 사외이사 겸직 허용 여부가 대학 자율에 맡겨진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수의 사외이사 겸직을 허용하는 교육공무원법이 지난 달 5일자로 개정 공포됨에 따라 구체적 실행방안을 규정한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학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는 대학인사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있으며 세부 시행규정은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 외에 대학가에 달라지는 내용으로, 국립대 등록금 자율화, 산업대 교직과정 설치, 전문대 수업연한 단축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수업료 및 입학금 자율화는 국립 산업대에서만 적용돼 왔다. 개정된 ‘학교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2003학년도 신입생의 등록금은 대학의 장이 교육여건과 경제적 사정의 변동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또한 지난 8월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됨에 따라, 산업대는 필요에 따라 정교사, 특수 교사 등을 양성할 수 있는 교직과정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수업연한이 2년 내지 3년으로 제한돼 있던 전문대는 고등교육법시행령 개정에 따라, 2년제의 경우 6개월, 3년제의 경우 9개월까지 수업연한을 단축할 수 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