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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보고서 : 유네스코 주최 ‘인문학의 새로운 방향에 관한 국제심포지엄’
학술대회 보고서 : 유네스코 주최 ‘인문학의 새로운 방향에 관한 국제심포지엄’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01.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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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방향을 논의하는 것은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한번도 가본적인 없는 ‘새로운’ 방향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체 어디까지가 인문학인지, 어떻게 변해야 인문학의 특성을 잃지 않고 범위를 확장해 나갈 수 있을는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질문들을 만나다 보면 자칫 어디에 서 있는지 그 위치까지도 잊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인문학이제는 변해야 한다’라는 선언 아래, 지난 12일부터 이틀동안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사무총장 김여수)가 주최한 ‘인문학의 새로운 방향에 대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21세기 인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대 주제로 한 이번 심포지엄은 세계화와 인문학, 정보통신기술과 인문학, 생명공학과 인문학, 21세기 교육에서 인문학의 역할, 이렇게 4개의 소분과로 진행됐다. 빠르게 변해가는 과학의 변화에 발맞춘 인문학의 연계를 살펴보고, 인문학의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이번 학술대회의 의도. 매들린 캐비니스 국제철학인문학협의회 회장, 야코 힌티카 미국 보스턴대 철학과 교수, 프랑수아 드 베르나르 파리 8대학 교수와 소흥렬 포항공대 교수, 유초하 충북대 교수, 정대현 이화여대 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최재천 서울대 교수, 김남두 서울대 교수 등 국내외 학자 30명이 참석했다. 종합 토론 시간에는 차인석 서울대 명예교수, 박이문 연세대 특별초빙교수, 김우창 고려대 교수 등 학계 원로들이 참석했다.

소흥렬 교수는 기조 발표문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서 “문화창조를 주도해 온 종교, 철학, 문학 등은 현재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통제할 능력이 없다”라며 “이들이 지배해 온 전통적인 문화는 과학이 참여해 새로운 문화로 발전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에서 과학문화로의 전환처럼 과학에 대한 이해가 바뀜과 동시에 인문학과 과학의 조우를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힌타카 교수 또한 ‘인간의 얼굴을 가진 인식론’이라는 발표에서 “논리 실증주의를 대체했던 쿤, 콰인 등의 철학자들은 개념이 모순된다는 사실을 넘어서 인간적 성찰이 부족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영미 분석철학의 경우, 철학함에 있어 인간이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는 반성이다. 그 밖의 발표들도 인문학이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는 일치점을 보이고 있었다.

작가 얼 쇼리스의 화상 발표 또한 관심을 끌었다. 뉴욕 맨해튼의 로베르토 클레멘테 가족보호센터에서 ‘클레멘테 인문학 과정’ 창설한 그는 빈민에게 윤리학, 예술, 역사, 문학, 논리학 등을 가르쳐 삶의 변화를 끌어냈다. 1년간의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진학과 취업을 한 것이다. 고대 아테네에서 인문학이 시민들에게 성찰적 사고를 제공했듯이 현대 사회에서도 그 역할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각 분과에서 개별 연구자들의 발표가 있었다면, 마지막 종합토론 시간은 발표자 전원을 위한 자리였다. 종합토론의 주제가 ‘인문학의 새로운 방향’이니 이 자리를 위해서 이번 행사가 준비됐다고 해도 과언을 아닌 듯했다. 김여수 사무총장은 “심포지엄 동안 인문학의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많지 않았다”라며 진전된 논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박이문 교수는 “인문학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라며 인문학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학문의 기능 측면인지 목적 측면인지, 아니면 어떤 학문 분야까지를 말하는지 불분명해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주장.

그러다 보니 또 다시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개념을 명료히 하자니 그 작업에서부터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인문학의 방향성에 대한 규정도 제시됐다. 메타 과학에서 인문학과 과학이 조우할 수 있다는 주장이나, 인문학의 위기는 전문가 내부의 문제일 뿐 생활세계 내부에서는 이미 사유가 기술 속에서 이뤄진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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