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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터뷰 : 『정당사회학』 번역한 김학이 동아대 교수
저자인터뷰 : 『정당사회학』 번역한 김학이 동아대 교수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1.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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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정당사회학 분야의 고전인 로베르트 미헬스의 『정당사회학』(한길사 刊)이 번역, 출간됐다. 제아무리 혁명적으로 출발한 민주주의라도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과두제로 보수화한다는 점을 묘파하고 그 점을 경계하면서 민주주의 정당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계몽적 주장을 담고 있다. 보수정당 개혁이 화두인 한국정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 책의 번역은 김학이 동아대 교수(사학과)가 맡았다. 그는 독일사를 전공하다가 1910년대 파시즘 현상에 관심을 뒀고, 그러다가 미헬스와 조우하게 됐다.

△역사학자로서 정치사회학 고전을 번역한 소감은 어떠신지.

“우선 고전을 번역한다는 사실 자체가 흥분을 줬습니다. 역사가인 저 개인에게 가장 기뻤던 것은 1913년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정당의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보다는 정당의 메커니즘에 대한 당대 지식인의 ‘목소리’를 들었으니까요.”

△저자의 파시즘 경도는 이론에서도 래디컬한 측면을 의심케 합니다.

“미헬스는 당대에 새로이 등장한 세 가지 학문의 접경에 있었던 사람입니다. 기존의 학문인 역사학 이외에 새로이 등장하고 있던 사회학, 정치학, 심리학을 결부시켰으니까요. 그러니 때로는 논지의 전개가 모호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그가 심리학의 논거를 선호했기 때문에 비합리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탈리아 파쇼당에 입당한 것은 당대 지식인들의 세기말적 고민에서 찾아야 합니다. 카리스마적 지도자에 대한 기대는 사회주의에 실망했거나 사회주의에 적대적인 부르주아 지식인이 부르주아 사회를 거부할 경우 나타났던 현상입니다.”

△정당보수화를 막기 위한 미헬스의 제안은 무엇입니까.

“미헬스 스스로가 자신의 연구를 민주주의에 대한 절대적 비판으로 보는 것을 거부합니다. 그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민주주의를 비판했다는 것이죠. 이 책의 결론 부분에서 미헬스는,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 끊임없이 비판하는 열정과 상상력만이 민주주의가 보수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혀놓았습니다. 저는 거대한 기획이 없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그리고 끊임없이 추구되는 풀뿌리 민주주의만이 정치의 경직성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의 이중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미헬스가 민주주의가 과두화되고 보수화된다는 이중성을 강조하면서, 그래도 민주주의 만한 것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 개인으로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끊임없이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대중의 참여라는 것 외에는 비어 있습니다. 정의라는 개념이 비어있는 것과 유사한 것이죠. 그 내용을 채우는 것은 해당 사회의 담론인데, 문제는 민주주의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이런 태도가 수동적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미헬스는 대중들의 주체적 정치판단에 회의적이었습니다. 대중을 지나치게 몰개인화시키는 것도 엘리트의식의 소산 아닙니까.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1900년경 대중이 탄생했을 때 그 의미는 이중적이었습니다. 대중이라는 현상에는 혁명적 다수와 몰개인적 다수라는 두 측면이 아우러져 있었죠. 사실 두 측면 모두 지식 엘리트들에게 공포를 안겨줬습니다. 세기말의 증후들이 나타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지요. 지금은 혁명적 다수로서의 의미는 많이 퇴색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수’야말로 사회적 변화를 비로소 가능하게, 혹은 정당하게 만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게다가 현재의 대중은 과거처럼 엘리트와의 교육적 차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현재의 대중에게는 창조적 개인이란 측면과 몰개인적 다중의 측면이 함께 있죠. 따라서 대중에 대해서 그리 비관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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