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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소 신설하고 출판계 自强 모색 … 정부 입김 강한 콘텐츠 정책 우려”
“정책연구소 신설하고 출판계 自强 모색 … 정부 입김 강한 콘텐츠 정책 우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7.10.16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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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하나되는 출판계’ 추진하는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한국출판계를 움직이는 협의체에는 양대 산맥이 있다. 하나는 한국출판인회의, 다른 하나가 이보다 이르게 출범한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다. 재밌게도 지난 2월 22일 제9대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출신인 윤철호 사회평론 대표가 제 49대 출협 신임회장에 당선됐다. 그의 ‘출협’ 진출은 출판계 내부에서도 화제가 됐다. 범우사 윤형두, 민음사 박맹호, 청림출판 고영수에 이어 ‘인문사회 단행본’ 출판사 출신이라는 점, 직전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이라는 점, 그가 선거 공약으로 ‘하나되는 출판계’를 외쳤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출협이라는 공룡 조직 회장에 당선됐지만, 윤 회장의 앞에는 험로가 펼쳐져 있다. 디지털시대로 진입하면서 종이책이 점점 디지털에 밀려 주변화 되고 있는 추세다. 몇몇 출판사들이 발 빠르게 ‘미디어 그룹’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도 윤 회장은 출판을 ‘사양 산업’이 아닌 ‘미래 산업’으로 보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또다시 출협 내부를 발칵 흔들어 놨다. 이건 출협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출판계 전체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출협의 핵심 기능인 자체 조사연구를 담당할 새로운 부서로 ‘출판정책본부 정책연구소’를 출범시키겠다는 것. 사무국 역시 외부 전문인력을 영입해 환골탈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사무국장, 도서사업본부장, 출판정책본부장 등 핵심부서장을 공채 중이다. 과연 ‘윤철호 출협 체제’가 어떻게 출판위기라는 ‘고난의 험로’를 헤쳐나갈지 궁금하다. 11일 사간동 출협 회의실에서 윤 회장을 만났다.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사진·정리: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 출판인회의 회장이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에 당선된 건 70년 출협 역사에 처음이다. 한국 출판계가 안팎의 위기에 대응해 합리적 선택을 한 것 같다.
“1991년부터 출판을 해오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게 뭐냐면, 정부가 출판산업을 진흥하겠다고 약속 해놓고도 실제로는 제대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뭔가 출판계의 공통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었다. 한국출판인회의 일도 그래서 봤고, 그 연장선에서 공동의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출협 회장에 나섰다. 주변에서 출협이 보수적인 곳이고 출마를 해도 당선되기 어려울 거라고 만류했지만, 출판계는 이런 방향이니 같이 가자고 정부나 사회에 발언하려고 출마를 결심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100곳 이상을 직접 방문했고, 200~300곳 이상 전화통화 하면서 우리 출판계의 다양한 실상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분들의 지지를 받아 49대 회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 그만큼 출판계가 지금 절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출협이 공룡 조직인 것은 맞는 말이지만, 한편에서는 많은 부문들, 예컨대 만화, 교과서 등도 출협에서 이탈했다. 지금은 이들 전체가 연대해 출판 미래를 고민할 때다. 사실,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출판계의 분산화에 대해 고민을 좀더 하기 시작했다. 출판 문제를 출판 내부 논리로만 좁게 인식하면 직면한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어렵다고 본다. 정부의 문화정책 속에서 출판을 이해해야 한다. 문체부 쪽에서는 ‘출판’을 아주 오래된 낡은 구시대적 산업쯤으로 바라보고 정책을 짜는 것 같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출판이 사양산업이라는 논리도 여기서 나온다. 출판계가 이런 정부 논리에 좀더 과감하게 맞서서 자기 주도적 정책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출판은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다. 출판은 콘텐츠산업이다.”

△ 그렇다면 회장께서 좀더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출판은 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려면, 일단 출판사들이 좋은 책을 만들어야 하고, 콘텐츠를 혁신할 수 있는 조직혁신,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현재 출판계 내부는 리더십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출판계가 하나 되는, 따로따로 할 것도 있지만 모여서 해야 할 공동의 과제가 있고 그게 지금 부각된 상황이다. 힘을 모아서 해결할 것이 있다는 거다. 또 문화정책이 전반적으로 관주도적으로 흘러왔다. 과거 관주도 경제개발 체질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게 익숙한 거다. 문제는 상당히 섬세하고 디테일한 출판문화도 그런 방식으로 취급했다는 것 아닌가. 정부 관료들이 열심히 뛰고 있지만, 관료가 잘 할 수 있는 게 있고, 당사자인 출판계가 잘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겠나. 이제는 명실상부한 민간주도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있다.”

△ 그런 아이디어의 하나가 ‘출판정책본부 정책연구소’ 신설 같은 것인가.
“한국 출판산업이 살려면 미래를 지향하려면, 출판정책연구소가 제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에는 KDI, 재계에는 SERI같은 연구소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출판쪽에는 이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정부에도 없다. 물론 출판산업진흥원이 있긴 하지만 유명무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우리 출판계에도 없다. 그래서 정책연구소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출판계도 생각과 논리가 필요하다. 나는 ‘정책연구소’ 같은 기구를 한국 출판계가 만들지 못하면, 한국 출판은 자립할 수 없다고 본다.”

△ 꽤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출판관련 학회 말고 미디어 부문 전공 교수님을 소장으로 모시려고 물밑 논의 중이다. 활동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면 연구소가 출범할 수 있다. 올해 말도 늦었다. 연구원도 3명을 뽑았다. 정책본부장도 곧 합류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서두르는 건, 출판계가 자기 목소리 내려면 사무국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 홍보, 조직 관리 등이 긴밀하게 돌아가야 한다. 외부 전문가로 새롭게 환골탈태할 계획이다. 지금은 출협, 출판인회의 모두 사장들이 대외적 활동을 하고 있다. 이분들은 실무가 아닌 정무적 일을 해야 하는데, 현장을 누비고 있다. 전문적인 연구, 정책 제안에 박차를 꾀할 계획이다. 출판계가 정부에 돈 더 달라고 요청하는 게 아니다. 출판계 스스로가 출판문화정책 제안을 하고, 플레이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신설하고자 하는 ‘연구소’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런 심층적인 정책적 제안을 하게 될 것이다.”

△ 정부의 콘텐츠 정책이 출판계의 콘텐츠를 확대하고 북돋는 게 아니라, 출판을 그저 ‘미디어 관리의 일환’으로 취급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출판을 ‘콘텐츠 중심 산업’으로 이해하고, 이를 장려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오늘날 사회는 더깊은 지식사회로 건너와 있다. 대학은 지식을 생산하고, 이를 출판을 통해 사회로 환원한다. 그러니까 출판은 지식의 생산 → 유통 순환의 전진기지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이 순환고리를 분리해, 각각 따로 떼어놓으려고 한다. 지식의 자연스런 발전적 순환이 가로막힌 셈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출판은 규모가 작고 영세하기 때문에 ‘눈치’를 안 본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라면, 정부가 그러겠나. 출판산업에 대해선 이런 눈치마저 없다. 이런 인식의 기저에는 출판을 구시대의 낡은 유물로 취급하는 시선이 잠복해 있다. 그러니 출판에서 만화, 전자책, 웹소설 등 콘텐츠적인 부문을 따로 떼어내 금을 딱 그어놓고 제멋대로의 정책을 추진한다. 출판은 연계성이 강한 미래적 산업이다. 출판에는 콘텐츠의 무한 확장성이 내재해 있다. 이런 이해가 필요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내가 보기에 정부는 콘텐츠 전체를 보지 못한다. 다른 산업에서도 그렇겠지만, 출판계 역시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려면, 기존 기업이 순차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소설, 학술서 내던 데가 대중서도 내다가 애니매이션도 하고 좀더 확장적 발전을 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방향으로 가는 ‘기회’조차 막아버리고 있다. 문체정부에선 출판을 구산업으로 취급한다. 구산업이니, 새로운 산업(콘텐츠산업)에서 출판은 빠져, 이런 모양새다. 그런데 이게 말이 안 되는 게, 실제로 민음사, 창비, 위즈덤하우스 등 덩치 큰 출판사들이 지금 콘텐츠영역을 확장하고 있지 않나. 거기에 미래가 있다고 판단한 거다. 그런데도 출판을 제쳐놓고 다른 회사들만 키우려하니까 자꾸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가 출판 따로 콘텐츠 따로 하니 답답하다. 출판을 미디어, 인문, 대학정책, 도서관 등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연계해서 협의할 수 있는 거버넌스도 짜야한다. 지금 그런 게 전혀 없다.”

 

△ 회장 임기가 3년이다. 일곱 달이 지났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인데, 역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듯하다. 어떤 일에 우선적으로 자원과 노력을 집중할 계획인가?
“무엇보다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출판산업진흥원 문제를 정상화하는 데 집중하겠다. 진흥원이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출판산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출판계는 출판산업진흥기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기금을 만들면 지금의 출판산업진흥원이 이걸 관리하게 된다. 그래서 출판산업진흥원 문제가 중요한 거다. 지금 진흥원 이사가 조직상으론 9명으로 돼 있는데, 이마저 5명밖에 없다. 주무부처인 문체부에선 ‘9명 이하라고 했지 언제 9명이라고 했냐’고 반문한다. 새정부 들어서고 도종환 장관 체제인데도 그렇게 말한다. 이사진이 출판 전문가로 구성되고, 진흥원이 순기능을 할 수 있어야만 한국 출판산업이 활력을 띄게 된다. 그래서 핵심 과제가 출판산업진흥원 정상화라고 말하는 거다. 그게 되면 재원을 만들 거고, 정책 협의나 법 개정도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지금 출판계가 얼마나 불쌍하냐면 진흥원에 어느 과장이랑 친하면 500만원이라도 받게 될까봐 인사가고 이런 수준이다.”

△ 출판을 사양산업이 아니라 미래가치가 있는 경쟁력 있는 산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낙관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출판이 사양산업이 아닌 건 전세계적 측면에서도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사양산업이어서 출판이 위축된 건 아니라고 본다. 인구문제가 제일 크다. 출판의 범주에 종이책만 들어가는 건 아니다. 게임, 웹툰은 모두 콘텐츠 생산범주에 들어간다. 창비나 위즈덤하우스, 삼성출판사 등 개별 출판사들이 종이책과 연합된 형태로 콘텐츠 쪽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종이 책 비중이 줄어든 건 맞지만, 이걸 이유로 사양산업이라고 규정하는 건 기본적으로 맞지 않다. 지금 출판 자체가 그런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들도 이런 것에 개념이 없다. 그러니 자꾸 출판에 투자하지 말라고 말한다. 출판=사양산업=투자 불가라는 등식이 이데올로기화 돼 있다. 예컨대 디지털 교과서 만든다고 얼마나 예산을 허투루 썼는지 봐라. 600억 투자했는데 남은 게 없지 않은가. 어떤 것이 좋은 데이터인지 아닌지 가려주는 게 편집자가 하는 일이다. 무엇이 이 사회에 필요한지, 아닌지 그걸 편집자들이 잡아주는 건데, 출판쪽에는 그런 투자를 하지 않는다. 출판=사양산업이라는 이데올로기화된 인식을 사회가 교정해야 한다. 출판을 콘텐츠산업으로 정당하게 인식하고, 육성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1991년 <사회평론>을 시작으로 출판에 뛰어들었다. 1999년부터 단행본 출판을 시작했다. 사회평론아카데미 등 학술 교양서 부문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을 지냈다. 단기필마로 ‘출협’ 회장 선거에 출마해, 하나 되는 출판계를 기치로 제49대 출협 회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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