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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준 높인 쿠바에서 배울 점
건강수준 높인 쿠바에서 배울 점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7.10.10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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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_ 건강불평등 고발하는 『건강 격차』

평등한 사회에서는 가난해도 병들지 않을까? 건강불평등 연구의 세계적 대가인 마이클 마멋 런던대 교수(공중보건학)는 저서 『건강격차』(동녘刊, 2017.9)에서 병을 고치는 것은 일시적 해법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이어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사회에서 발견된다면, 의당 그 요인을 고치는 일에도 의사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저서 일부를 발췌·요약했다.

정리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국민소득은 높지 않지만 건강이 좋은 국가도 있고 미국처럼 국민소득은 높지만 건강은 그에 비해 안 좋은 나라도 있다. 쿠바, 코스타리카, 칠레는 국민소득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높은 수준의 건강을 달성한 나라들이다. 코스타리카와 칠레는 소득 불평등이 큰데도 건강 수준이 높다.

쿠바에 가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쿠바에 대해 무엇을 떠올릴까? 소비에트 시절 기관원들이 똑같이 생긴 표준 러시아제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 사람들이 죄다 가난하고 걱정이 많고 두려워하고 누구와 무엇을 말할지에 대해 언제나 신경 쓰며 사는 것? 최근에 가봤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보건부에 강연을 하러 가서 보니 공무원들도 일제히 똑같은 옷을 입고 있지는 않았다. 화려한 패디큐어를 하고 머리도 멋있게 염색한 여성들은 중산층 남미 여성처럼 보였다.

유럽의 연구결과 통하는 사회주의 낙원나는 스트레스가 심장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보여 주면서 일터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한 가지 지표가 노력과 보상의 불균형이라고 말했다. 노력은 많이 들였는데 보상은 적게 받는 상황을 겪어 본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장내가 소란스러워지면서 앞다퉈 자기 이야기를 했다. 다들 겪어본 적이 있었고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어서 일터에서 지위가 낮을수록 노력과 보상의 불균형이 심하다는 유럽의 연구 결과를 보여 줬더니 다시 한 번 야단스럽게 동의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이런 현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쿠바가 계급과 위계가 없는 사회주의 낙원은 아닌 모양이다.

내게는 쿠바가 사회주의 낙원으로도, 공산주의에 찌든 불모지로도 보이지 않는다. 내게 쿠바는 놀라운 건강 수준을 달성한 가난한 나라다. 여기에서도 우리는 냉전 시기의 이데올로기 싸움을 넘어서야 한다. 쿠바 지지자들마저 열악하다고 인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쿠바가 이렇게 훌륭한 건강 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아보면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쿠바는 수입품을 모두 소련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소련이 붕괴하는 바람에 쿠바 경제도 같이 붕괴했다. 자동차와 농기계를 돌릴 연료가 없어서 말과 마차로 돌아갔고 소를 몰아 밭을 갈았다. 현대적인 발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지만 건강은 좋아졌다. 1950년대에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혁명 이전의 쿠바(1959년에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으로 정권을 잡았다)보다 나았다. 1910년에 아르헨티나는 1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부유한 나라였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벌어진 변화는 놀라울 뿐이다. 1955년에는 쿠바의 기대수명이 미국보다 10년이나 짧았지만 2011년에는 미국과 같아졌고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보다 길어졌다. 쿠바는 어떻게 해서 이렇게 좋은 건강 수준을 달성했는가? 쿠바 사람들은 잘 발달된 의료 시스템 덕분이라고 말한다. 또한 교육과 사회적 보호를 강조하는 분위기도 건강에 기여했을 것이다.

코스타리카의 건강 상태는 쿠바와 마찬가지로 기대수명이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코스타리카는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서 이렇게 좋은 건강 수준을 달성했는지 물어봤더니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은 1948년에 군대를 없앴다는 것이었다. “왜 우리가 군대를 가져야 하는가?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민을 억압하기 위해 군대를 갖고 있
다. 우리는 그 돈을 교육과 의료에 쓴다.” 쿠바와 강조점이 비슷하다. 남미 국가들의 취학전 교육 등록률과 6학년 시점에서의 읽기 점수를 보면 쿠바가 둘 다 가장 높고 다음은 코스타리카 그 다음은 칠레다. 소득이 더 높은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모두 이들보다 낮고 파라과이나 도미니카공화국은 아주 낮다.

솔직히 말하면, 쿠바, 코스타리카, 칠레가 매우 상이한 정치적 역사를 갖고 있고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보다 훨씬 낮은데도 어떻게 해서 미국 수준으로 높은 건강을 달성했는지 필자도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추측컨대, 칠레에서는 극빈층을 포함해 모두를 포괄하는 ‘솔리다리오’의 보편적 접근, 취학 전 교육과 학교 교육에의 높은 투자, 의료 서비스 제공 등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쿠바와 코스타리카에서도 이러한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

모두를 포괄하는 ‘솔리다리오’

사회는 중요하며, 사회의 중요성을 생각하기에 ‘원인의 원인’관점은 매우 적절하다. 아주 많은 연구와 실증근거들이 모든 영역에서 모든 사람을 사회에 포함시킴으로써 건강과 건강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그러기를 원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막대한 경제사회적 불평등은 사회 응집성 부족의 원인일 수도 있지만 징후일 수도 있다.

상위 1퍼센트의 소득만 치솟고 대다수 사람은 빈곤에 묶여 있는 상황을 우리가 왜 참아야 하는가? 응집성이 큰 사회라면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불평등은 모든 사회에 존재한다. 그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불평등의 정도와 규모, 또 불평등이 발생하는 이유와 그것이 위계의 아래쪽 사람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건강과 사회정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더 잘 할 수 있다. 수많은 증거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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