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6:25 (금)
“교수가 지칠 때까지 ‘소송 뺑뺑이’ … 정부, 국회가 도와줘야”
“교수가 지칠 때까지 ‘소송 뺑뺑이’ … 정부, 국회가 도와줘야”
  • 한태임 기자
  • 승인 2017.09.18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차 재임용 거부 받은 손병돈 수원대 교수

이인수 수원대 총장의 비리를 세상에 알렸던 손병돈 교수가 지난달 31일, 학교 측으로부터 ‘3차 재임용 거부’를 당했다. 이 총장의 횡령을 고발한 게 발단이 돼 2013년에 1차 부당해고를 당한 뒤로 벌써 3번째다. 손 교수는 지난 4년간 모든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단 한 번도 학교 문턱을 밟지 못했다.
“재임용 거부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수원대는 손 교수 해직 기간에 만들어낸 평가 기준을 강제로 적용하여 손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 인근 카페에서 손 교수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태임 기자 hantaeim@kyosu.net

 

△벌써 ‘3번째’ 재임용 거부다. 지난 1차, 2차 거부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음에도, 수원대는 또다시 재임용을 거부하고 있다.
“수원대가 교원소청심사위윈회(이하 소청위)와 법원의 결정을 계속 무시하고 있는 거다. 2차 재임용 거부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났을 때도, 수원대는 3차 재임용 심사를 곧바로 진행하지 않고 계속 미뤘다. 그래서 수원지방법원에 ‘재임용절차이행 가처분신청’을 냈었다.
재임용 절차를 이행하지 않으면 1일에 50만원 씩 손해배상을 하라는 내용인데, 이게 인용이 되니까 수원대가 곧바로 3차 재임용 절차를 진행했다. 그리고는 2차 때와 똑같은 이유로 재임용을 ‘거부’했다. 2차 소송에서 위법하다고 판결났던 재임용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거다. 2차, 3차를 계속 이런 식으로 하는 건 ‘고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

△ 수원대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떻게 되나. 4차, 5차 심사까지 가게 되는 건 아닌가.
“그럴 수도 있다. 지금 수원대가 하고 있는 게 ‘소송 뺑뺑이’라는 거다.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계속 괴롭히는 거다. 사학 비리 문제로 부당함을 겪은 교수님들과 말씀을 나눠보면 종종 나오는 얘기다. 일단 월급이 들어오지 않으니 경제적으로 위축되고, 자신감도 떨어진다. 게다가 소송이 걸려있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다. 이렇게 교수가 지쳐서 그만두도록 만드는 거다.”

△반복되는 사태를 결론지을 방법이 뭔지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일단 법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사립학교법」이 미비한 게 문제다. 예를 들어, 소청위 결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재단에 벌금을 부여하는 세부적인 시행령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없다. 그래서 지금 박주민, 유은혜 의원에게 사립학교법 개선안을 드려둔 상태다.
교육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금 교육부에서 대학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대학만 평가할 게 아니라 ‘학교 법인’도 평가해야 한다. 재단이 소청위 결정을 이행했는지 여부를 평가 항목에 넣자는 거다. 이렇게 하면, 재단이 소청위 결정을 무시하고 교권을 말살하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거다.”

△비슷한 상황에 있던 ‘상지대’는 최근 임시 관선이사가 파견돼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상지대 사례를 특히 눈여겨보고 계실 것 같다.
“그렇다. 상지대의 경우에는 교육부에서 발 빠르게 관선이사를 파견했다. 지금 수원대에도 문제가 많다. 이인수 수원대 총장이 1억 5천만 원 상당을 횡령해서 형사 1심에서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형사 2심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수원대 측에서는 이인수 총장이 무죄라면서 총장 재연임을 결정했다. 부당하게 학생들 교비를 횡령했던 총장이 어떻게 3차 연임을 할 수가 있나. 이런 사태들이 수원대 이사들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어찌 보면 이들이 ‘거수기’ 역할을 했던 거다. 총장이 원하는 대로 손만 들고 따라간 거다. 그래서 수원대에도 관선 이사가 파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장의 비리를 함께 밝혔던 다른 교수들은 어떤 상황인가. 당시 교수협의회 교수 6인(배재흠, 이상훈, 이원영, 이재익, 장경욱, 손병돈)이 부당한 처분을 받았었는데.
“상황이 전부 다르다. 일단 배재흠, 이상훈, 이원영, 이재익 교수 네 분은, 재임용 심사 기간이 도래하지 않은 상태에서 ‘파면’을 당한 경우다. 이후에 이분들은 파면 관련 소송을 진행했다. 배재흠, 이상훈 교수 두 분은 소송 중에 정년 시기가 도래해 정년퇴임을 했는데, 퇴임 후에는 소송에서 완승해 밀린 ‘월급’과 정신적 손해배상에 해당하는 ‘위자료’를 받았다.
이원영, 이재익 교수 두 분은 위자료를 인정받지는 못했고, 밀린 월급만 받았다. 두 분 모두 복직은 했었다. 그러나 이원영 교수는 복직 6개월 후 재임용 심사 기간에 재임용 거부를 당했고, 현재 소청을 넣어 행정 1심 진행 중에 있다. 이재익 교수는 내년 재임용 심사에서 더 이상 불명예스러운 일을 겪고 싶지 않다면서 8월 31일부로 사직했다.
장경욱 교수와 나는 한 날 한 시에 ‘재임용 거부’를 당했기 때문에, 함께 소송을 진행했다. 장 교수는 대법원 결정이 나온 뒤로 2016년 9월에 복직을 했지만, 대학 측에서는 각종 방법으로 장 교수를 괴롭히고 있다. 실기를 가르치는 교수인데 이론을 가르치라고 한다거나, 연구실을 전혀 다른 엉뚱한 건물에 놓는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재임용 거부에 맞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예전에는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도 했었는데, 그런다고 총장이나 이사들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더라. 결국 ‘법적 투쟁’밖에는 방법이 없다. 조만간 ‘정신적 피해보상 위자료 청구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법부 결정을 이행하지 않아 받게 된 피해를 보상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이다. 금전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든 학교가 잘못하고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이전에 배재흠, 이상훈 교수는 고운학원(수원대 재단)을 통해 위자료를 받았는데, 나는 교원인사위원회, 교원징계위원회, 이사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할 계획이다. 이게 만일 ‘인용’이 되면, 사립대학 교원인사위원회, 교원징계위원회들이 더 이상 함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될 거다.
국회나 교육부를 통해서도 계속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국회는 국정 감사 기간에 수원대 총장을 불러서 이 문제를 따져줄 수 있을 거다. 교육부 측에는 관련 ‘시행령’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려 한다. 당장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시행령은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바로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소청이나 교육부의 행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재단들을 계량화해서 평가해주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