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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호 새로나온 책
890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9.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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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안내

“오늘 우리가 눈여겨보는 데이터는 기존의 공식적 지식과 상징적 질서에서 논의됐던 최소 의미를 구성하는 의식 단위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인간 내면의 은밀한 감정과 표정의 비정혁적 흐름이 치환된, 특정 패턴 분석을 기다리는 새로운 형식값에 가깝다. 이들 데이터는 굳어져 공식화하고 객관화된 지식을 구성하는 요소라기보다는 끊임없이 갱신되고 조합될 운명의 불안정한 지위의 것이다. 데이터는 이전에 역사 속에서 배제됐고 한때 비가시적 영역으로 밀려나 암묵적 홀대를 받았던 것들이다. 데이터는 이제 자본의 가치 기제를 떠받치는 새로운 비물질 에너지인 동시에 대중의 사회적 지식 혹은 ‘일반지성(allgemeiner Verstand)’이고, 이는 사회적 가치의 무한한 복제와 공유의 힘을 지닌 것이기도 하다.”
―이광석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데이터 사회와 데이터 주체의 형성」, 『데이터사회의 명암』(조현석 엮음, 한울엠플러스, 2017.8) 중에서

 

■ 대서양의 두 제국: 영국령 아메리카와 에스파냐령 아메리카 1492~1830, 존 H.엘리엇 지음, 김원중 옮김, 그린비, 1,064쪽, 49,000원

트랜스라틴 총서 19권. 근대 초 히스패닉 세계 역사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에스파냐 근대사 연구를 이끌고 있는 존 H. 엘리엇의 저작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근대 초기의 아메리카에 세계 제국을 건설한 유럽의 두 나라 에스파냐와 영국이 신대륙을 발견, 정복, 식민화하고, 지배권을 공고히 하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그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에 이르는 과정을 비교사적 방법으로 고찰하고 있다. 북아메리카와 라틴아메리카가 같은 유럽 국가의 식민지로부터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쪽(영국인들이 건설한 미국)은 고도의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세계 최강국으로 발전해 간 데 반해, 다른 한쪽(에스파냐인, 포르투갈인들이 건설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왜 혼란과 정치적 독재 그리고 제3세계화 같은 반대의 길을 걷게 됐는가라고 하는 매우 흥미로운 의문에 대한 저자 나름의 응답이라 할 수 있다.

 

■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트리스탄 굴리 지음, 김지원 옮김, 이케이북, 504쪽, 19,800원

부제는 ‘우리 주변에 널린 자연의 신호와 단서들을 알아보는 법’이다. 날씨 예측, 자취 추적, 도심 산책, 해변 산책, 야간 산책, 그리고 수십 가지 분야에서 자연의 단서와 신호를 알아보고, 그것을 통해 상황을 예측하거나 추론하는 기술을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의 관찰력으로 세상을 보는 방식이 훨씬 더 근사해지도록 도와준다. 분명 자연은 간단하게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름 없는 것들의 연결 관계를 헤아리면 자연과 연결된 우리의 일상이 과학적이고 다채롭게 느껴진다. 전혀 달라 보이는 요소들을 한데 모아 새로운 추론을 하는 데서 진짜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다. 이 책 속에서 소개하는 수백 가지 자연의 흔적들과 친숙해지면 야외에서의 경험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고, 모든 것을 알게 될 때까지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주는 짜릿한 감각을 소중히 여기게 될 것이다.

 

■ 에노모토 다케아키와 메이지 유신: 幕末의 풍운아, 손일 지음, 푸른길, 720쪽, 42,000원

메이지 유신에 문화사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이 책의 본문은 3부로 이뤄져 있다. 제1부에서는 근세 일본과 네덜란드의 관계를 주로 문화, 과학, 외교의 관점에서 살펴보았고, 제2부에서는 페리 내항부터 하코다테 전쟁까지 막부 말기 에노모토의 풍운아적 삶을 그리고 있으며, 제3부에서는 메이지 초기 최고의 ‘관료’로서 활약하는 에노모토의 두 번째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제1부에는 해적왕 왕직, 사무라이 윌리엄, 나가사키 통사들과 네덜란드 상관장, 스기타 겐파쿠, 난학과 역법, 천문방 다카하시 부자와 이노 다다타카, 지볼트 사건, 아이누와 러시아 남진 등 수많은 에피소드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저자가 산지지형학을 전공한 지리학자인 바람에 막말에 ‘지질학’ 조사가 가능했던 희귀한 인물이자, 그의 관심사에 있던 여러 인물과 교차된 인물인 에노모토 다케아키를 통해 써내려간 720쪽짜리의 이 역사책은 메이지 유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며, 그동안의 일본사 연구에 대한 도전이자, 새로운 연구 방법론의 탄생이라 부를 만하다.

 

■ 엔지니어 정약용: 조선 근대 공학의 개척자, 김평원 지음, 다산초당, 316쪽, 18,500원

정약용을 실학자로 한정지어 바라보는 시각에서 과감히 벗어나 실천가로서 조선의 엔지니어로 재조명한 책이다. 정약용의 업적을 토목·건축·도시·기계·자동차·조선 공학 등 여섯 개 분야로 나누어 200여 개의 도판과 함께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정약용이 활동하던 시기에 태동하던 근대 공학의 움직임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저자는 정약용이 청년 관리 시절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던 엔지니어를 그의 직업으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한다. 스물여덟 살에 관직에 임용된 정약용은 한강 배다리 건설의 문제점을 해결해 정조에게 능력을 인정받았고, 이를 계기로 신도시 수원 화성을 설계하게 됐으며 거중기와 녹로 등 다양한 건설 기계를 발명했다. 저자는 17년 동안 정약용이 직접 쓴 묘지명부터 조선왕조실록까지 방대한 사료를 조사하고 한 번도 제대로 복원된 적 없던 한강 배다리 설계 추론, 거중기·녹로 모형 제작 등 인문학과 공학을 넘나들며 치밀하게 연구한 결과를 담았다. 이 책에 그려진 정약용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자생적으로 싹을 틔우고 있던 조선의 공학을 목격할 수 있다.

 

■ 한국 근현대 회화의 형성 배경, 정형민 지음, 학고재, 296쪽, 20,000원

서울대 미술관장과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한국이 중국과 일본, 그리고 서양 미술을 어떻게 수용하고 또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를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그 연구 결과 가운데 아홉 편을 추려 이 책에 담았다. 크게 1부에서는 마테오 리치가 중국에 머물던 명말 청초, 예수회 사제들의 선교활동에서 비롯된 중국의 근대화 과정부터 우리 문화예술의 바탕이 된 동서양 미술의 교류 양상과 역사를 다루고, 2부에서는 서양 미술 매체와 기법, 양식, 도상 그리고 미학이 유입되면서 전환기를 맞은 우리나라의 근대 미술론을 소개한다. 저자의 연구는 한국 근대 미술에서 모더니즘 수용, 아카데미즘의 정의, 누드화 전개, 일본 화단과의 관계 등을 새로운 각도에서 분석하게 하는 실마리가 되면서 앞으로 연구가 개진될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 한국의 불안정 노동자, 이승윤·백승호·김윤영 지음, 후마니타스, 226쪽, 15,000원

불안정 노동은 주로 고용계약 형태, 종사상 지위와 관련해 사용되면서, 표준적이지 않은 계약, 상용직이 아닌 계약, 무기 계약이 아닌 고용 형태로 정의돼 왔다. 그러나 최근 노동시장 변화의 중심에는 표준적 고용계약 관계의 틀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일을 포기하는 장기 실업자, 프리터, 니트 등 노동권 영역에서 포괄될 수 없는 인구 집단이 확대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불안정성은 다차원적이며, 성, 연령, 계급, 특정 인구 집단 및 직업 집단 등과 복합적인 상호 작용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저자들은 저숙련, 비정규직 위주로 확장되고 있는 서비스 부문의 노동 수요를 주로 충당하는 여성·노인·청년 등 노동시장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불안정성을 살펴보는 한편, 불안정 노동을 개인의 계급적 지위 구분에 기초해 분석한다. 어떤 계급들이 불안정 노동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프레카리아트화돼 가고 있으며 그 규모는 어떤지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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