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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다시 찾은 사할린 … 학문적 업적·뜨거운 우정 재확인
7년만에 다시 찾은 사할린 … 학문적 업적·뜨거운 우정 재확인
  •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 승인 2017.09.07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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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에서 빛낸 ‘제22회 수양개 국제회의’를 마치고

어렸을 때 우리에게 “樺太는 우리 동포가 징용가서 고생했고, 그들이 어려운 삶을 지탱하고 있는 곳”으로 기억된다. 몇 십 년이 지나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나아지고 역사의식이 생겨 그곳에 살고 있는 동포를 우리 고향에 부르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필자가 살고 있는 청주시의 오송과 제천에서도 현재 167명이 마을과 집단을 이뤄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역사와 고고학을 연구하면서 ‘화태’라고 불렸던 이 사할린 섬은 아시아 대륙과 일본 열도를 이어주는 징검다리일 뿐만 아니라 미주 대륙의 고인류 연구에 있어서 결정적인 지정학적 위치에 있음을 알게 됐다.

필자는 7년 전인 2010년 사할린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 설레는 마음으로 회의에 참가해 단양 수양개와 시베리아 출토 좀돌날 몸돌을 비교연구 발표했다. 발표 이외에 국제회의 조직자인 사할린 국립대 부총장(당시) A. 바질리에프 교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의 대화 중심에는 수양개 국제회의가 있었고, 앞으로 이 국제회의에 참가를 부탁하며 더 나아가 이 국제회의를 사할린에서 개최하는 문제까지로 발전해 서로 의기투합했다. 

‘수양개 국제회의’로 7년 만에 다시 찾은 사할린

사할린 지역은 구석기시대로 보면 시베리아의 캄차카반도와 일본의 북해도와도 연결돼 있어서 아시아와 일본의 구석기연구에는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 또한 미 대륙의 초기 인류 이주과정에 관한 연구의 중심에 있어, 일본과 미국 학자들이 집중적으로 이곳의 선사문화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 온 곳이기도 하다. 필자도 7년 전에 바질리에프 교수가 주최한 국제회의에 참가했던 터라,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수양개 국제회의 개최를 요청해 이 회의가 성사될 수 있었다.

이렇게 7년 만에 개최된 제22회 수양개 국제회의(‘수양개와 그 이웃들’)는 러시아 유즈노-사할린 시에서 사할린국립대와 한국선사문화연구원(원장 우종윤)의 예산으로 A. 바질리에프 교수와 필자가 조직해 지난 7월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진행됐다. 

지금까지 수양개 국제회의는 러시아 중부지방의 구석기문화의 보고인 쿠르타크가 있는 크라스노야르스크 시에서 12회(2007)와 17회(2012)를 개최된 바 있어, 실제로는 이번 사할린 국제회의는 러시아에서 열리는 3번째 회의다.

이 국제회의에는 러시아·일본·한국·중국·말레이시아·폴란드·체코공화국·노르웨이·우주베키스탄 등, 9개국에서 온 학자들이 3일(6일, 8일, 9일)에 걸쳐 32개의 학술주제를 발표했고, 이어서 사이사이에 세나야 유적과 올림피아5 유적을 답사하고, 사할린국립대박물관, 사할린전쟁기념관, 사할린지역박물관, 안톤 체홉 문학관 등을 방문했다.

기조강연의 첫 발표로 선정된 「수양개 왜 중요한가?(ⅩⅠ)」에서 이승원 실장(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우리 연구원 팀들의 연구로 진행된 단양 수양개 1지구 출토의 슴베찌르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당시 사냥 문화에 대한 특징을 살펴보았다. 이 연구는 작년(21회)에 발표한 수양개 6지구 4문화층 출토 슴베찌르개와의 비교연구도 겸해 그 발달과정을 규명하고자 했다.   

김은정 선생(조선대)은 새로운 분석방법으로 진안 진그늘유적·대전 용산동유적과 수양개 슴베찌르개의 제작기술과 사용 방법을 밝히고자 했다. 또한 오타니 카오루 선생(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필자와의 공동 발표로 아시아 후기 구석기유적에서 가장 많은 좀돌날 몸돌을 갖고 있는 수양개 1지구자료를 기준으로 시베리아의 출토 유물과 비교분석해 그 차이점을 밝혀내고자 했다. 수양개에 관한 이들 3편의 논문은 이번 학회의 주된 연구 결과로 지목됐다.

이어진 기조강연에서 배기동 교수(한양대·국립중앙박물관장)는 연천 전곡리의 아슐리안 문화를 50만 년 전으로 보는 흥미로운 견해를 제시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전곡리유적에서 확인된 2개의 화산층을 놓고 아래층의 화산층은 50만 년 전의 화산활동으로, 위층은 18만 년 전에 형성됐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전곡리문화의 시기를 50만 년 전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을 발표했다. 이 연대에 관해서는 여러 학자들도 대체로 수긍과 긍정을 표시했다. 

계속하여 J. 스보보다 교수(체코)는 유럽 아슐리안 문화의 팽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M. 마소이치 교수(폴란드)도 아프리카 수단에서의 최근 아슐리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구석기 문화의 주요 분야인 아슐리안에 관한 논문이 수양개와 같이 3편이나 발표된 것이다. 이것은 전 세계 구석기연구의 흐름과 일치하기도 한다.

최근 구석기 연구의 큰 관심사 중 하나인 초기 후기구석기(IUP)와 전기 후기구석기(EUP)의 문화시기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발표도 있었다. E. 리빈 박사의 북몽고 지역에 관한 발표였다. 이헌종 교수(목포대)와 이상석 선생(나주박물관)은 우리 연구원이 발굴한 수양개 6지구의 자료를 비교해 수양개의 위치를 크게 높이고자 했다.

새로운 구석기연구 분야인 ‘사용흔적’에 대한 연구에는 K. 아코시마 교수·홍혜원 선생(일본 동북대)과 E. 기리아 교수(우크라이나대)는 상호보완적인 연구방법을 제시해 좋은 대조를 이뤘다. 특히 기리아 교수는 이 국제회의의 다른 중심에 있는 H. 기무라 교수의 서랑이어서 많은 참가자들의 관심과 격려를 크게 받았다.

“청주 소로리볍씨는 세계에서 가장 이른 볍씨(Oryza)”

구석기 고고학자 이외에 고고지질학자로 학술상(11회)을 처음 받게 된 김주용 박사(한국지질자원연구원)는 금강-미호강 유역(KMRB)의 지질 분석결과를 모델로 제시했고, 이경우 선생(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여기에서 출토된 ‘청주 소로리 볍씨’가 절대연대로 1만7천 년 전이며, 전자주사현미경(SEM)으로 유봉돌기가 확인돼 분명히 볍씨(Oryza)이어서 세계에서 가장 이른 볍씨라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의 큰 특징 중의 하나인 사할린섬과 인접한 캄차카반도와 북해도의 공동 연구자료들과 관련해서는 I. 폰크라토바 교수를 비롯해 일본 소장 학자들인 D.나츠키, F.아카이, K.우치다 박사 등이 주요한 발표를 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북해도 시라다끼유적에서 출토된 흑요석의 분석으로 사할린과의 연계관계를 밝혀낸 기무라 교수(전 삿포로대)와 A. 바질리에프 교수의 공동 발표는 이번 학술회의의 백미였다. 이들의 엄정한 과학 분석과 흑요석 성분에 따른 분석자료는 참가한 여러 학자들에게 평생을 같이 연구해온 두 학자의 학문적 업적과 우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특히 기무라 교수는 1992년 일본 삿포로항의 개항 200주년을 기념해 국제회의를 개최해, 수양개 국제회의 조직에 큰 자극을 줬다. 그는 1997년 제2회 수양개 국제회의에 부부 동반으로 참가했다. 필자는 이번 사할린 수양개 국제회의에서 20년 만에 좋은 학문적 친구를 다시 만나길 기대했지만 불행스럽게도 기무라 교수는 얼마 전 낙상으로 운신이 불편해 참가하지 못했다. 필자뿐 만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이외에도 코스티엔키 유적출토의 고인류연구 발표(러시아, S. 바질리에프 교수 부부), 선사시대의 수몰유적에 대한 새로운 분석(노르웨이, O. 그론 박사), 중국의 민족학적 연구 현황(중국, 콩링유안 교수), 폴란드 신석기 유적의 대중 교육(폴란드, M. 바르자크 박사 후보생) 등의 발표는 이번 학술회의의 외연 확장을 위한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수양개 국제회의 성과와 새로운 과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국제회의에서 한국 학자들의 발표내용이 각 분야에서의 중심에 있었으며, 그 연구결과들은 다른 나라의 학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이번 학회에서의 큰 소득이라고 하겠다. 편 수중고고학, 대중고고학, 민족고고학, 고인류학 등은 우리 학술회의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보여주고 있어서 크게 주목된다.

가한 학자들은 이러한 연구결과에 큰 치하를 보내고 특히 일본 소장학자들의 뛰어난 업적들은 수양개 학술회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고 칭송했다. 내년 2018년 제 23회 수양개 회의를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7월 1일부터 7일까지 개최할 것을 승인하고 발표했다.

이처럼 수양개 유적을 빛내고자 만든 ‘수양개와 그 이웃들’ 국제회의는 각 주최(초청)국가들이 막대한 예산을 부담하면서까지 회의를 유치하고 있다. 24회(2019)는 미국 알래스카에서, 25회(2020)는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됐다. 그런데 26회(2021)는 이미 중국 길림대학이 선정돼 있음에도, 이번에 다시 중국 중경사범대학과 러시아과학교육대가 국제회의 개최를 요청해, 이에 대한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이와 같이 수양개 국제회의에 대한 다른 나라의 깊은 관심이 더욱 증폭돼 우리들에게도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기에, 여기에 대한 우리의 문화 자존심과 관계 당국의 대책이 세워지기를 바란다.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충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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