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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천만원 지원 … “지금부터 누군가는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매년 5천만원 지원 … “지금부터 누군가는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17.07.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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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대학생 장학사업 지원금 마련 위한 개인전 개최하고 있는 홍기선 고려대 명예교수

대한민국은 아직 휴전 국가다. 하지만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향후 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것은 국가나 영토의 통일만이 아닌 바로 ‘문화적 통일’도 함께 이룩하기 위함일 것이다. <교수신문>에서도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과의 공동기획을 통해 이러한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탈주민들이나 학생들이 남한에서 환경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들을 간혹 접하게 된다. 이는 통일 이후의 모습을 미리 보는 것 같은 안타까움을자아내기도 한다.
홍기선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서울시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홍 명예교수의 개인전이 특별한 것은 탈북학생들의 학업을 도울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한 개인전이기 때문이다.
그는 정년퇴임 전부터 북한이탈주민들을 도와왔다. 퇴직 이후에는 탈북대학생 장학금 지원사업을 통해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에도 매월 30만원씩 13명의 대학생들이 지원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30명의 탈북대학생들이 도움을 받았다.
장학금은 홍교수 개인재산과 주변 지인들의 기부로 모아지고 있었지만, 매년 약 5천만원의 금액의 지출은 부담이 컸고, 그는 장학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인전을 통한 그림판매로 그것을 충당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홍 명예교수는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붓을 잡는 일로 탈북대학생들을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개인전을 치르고 있는 홍기선 명예교수를 서면으로 만났다.

김홍근 기mong@kyosu.net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일뿐더러, 매해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조금이나마 갚는다는 생각을 하고나니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그렇다고 기본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이나 탈북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집안이 평안도 출신이다. 해방직후 4살 때 업혀 남하해서 고향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지만, 어른들이 투박한 이북 사투리로 된 고향이야기를 옆에서 듣게 되다보니 무의식적으로 북에 대한 관심이 생겼나보다. 한 가지는 친 할아버님이 평양의 항일단체인 의용단 단장이셨고, 옥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의 부담도 작용한 것 같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다. ‘통일’이라는 것이 ‘문화적 통일’도 굉장히 중요할 듯한데.
“그 문제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 세대가 지나야만 어느 정도 동질성이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그렇다고 단순히 시간만 지나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부터 누군가는 무엇이라도 조금씩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을 뿐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는, 그래도 기성세대보다는 젊은이들이 적응력이 빠른 편이고 또 평생 학생들과 지냈기 때문에 이들과 씨름하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퇴임 이후 삶은 어떤가. 전공이 미술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은퇴 이후 그림 그리는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 생각해보니 퇴임 전까지는 사회적으로 규정된 역할이 생활의 큰 틀을 정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일단 퇴임을 하고나니 그 틀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의미의 자유와, 동시에 불확실성이 주어졌다. 자유와 불안은 한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에……. 다른 퇴임 교수들도 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서 자발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또 그 일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생활에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그 분야에 투입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림은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것이었고 다행히 학생 때 취미로 배운 그림공부가 아직 쓸모가 있어서, 그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얻어 볼까 시도 하고 있다.”

△교육자로서 소명을 다하기 위한 장학사업이라고 들었다.
“감히 소명 운운 하는 것은 주제 넘는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교수’로서 참 많은 혜택을 받고 지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애써서 얻은 것이 아니라 어쩌다보니 남에게 갈 혜택을 가로챘다는 느낌도 들었다. 늦게 철이 들었나보다. 아마 교수라는 직업이 아직은 우리사회에서는 혜택도 있고 기대도 큰 직업이 아닐까 한다. 예전만큼 지사적 기질은 빠지고 기능직으로 전락해 간다는 평이 있기는 하나, 그래도 교육자로서 만났던 학생들의 시선과 기대가 가장 큰 압력으로 다가온다. 허튼 짓 하면 얼마나 실망을 줄까하는 일종의 두려움도 있다. 그러한 자세가 자연스레 자기 것으로 내면화 되는 것이 교수라는 직업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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