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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젊은 시인의 시를 읽으며
오래된 젊은 시인의 시를 읽으며
  • 박순진 편집기획위원/ 대구대·경찰행정학과
  • 승인 2017.07.10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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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박순진 편집기획위원/ 대구대·경찰행정학과
▲ 박순진 편집기획위원

학기말을 맞이해 문득 연구실 책상이 어지러워 잠시 짬을 내어 정리했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학 교수가 혼자 사용하는 연구실은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곧잘 잡동사니가 모여들어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되기 일쑤다. 평소 필자는 연구실을 비교적 잘 정돈하고 깨끗이 유지한다는 평을 받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학기가 지날수록 철지난 학술지며 읽지 않는 보고서가 쌓이는 것은 어쩌지 못한다. 꼭 볼 것으로 여기거나 언젠가 요긴하게 쓰일 자료라 생각돼 선뜻 버리지 못하던 것들을 대폭 정리했다.

적지 않은 시간을 애쓴 끝에 연구실이 제법 정돈되자 공간도 넉넉해지고 한결 마음이 여유롭게 돼 그 참에 버리지 않고 남겨둔 낡은 시집 한권을 집어 들고 오래된 책에서 풍기는 먼지와 곰팡이 냄새를 맡으며 오랜만에 차 한 잔을 곁들여 시를 읽는 호사를 부려 보았다. 시를 읽다 문득 시를 쓸 당시 시인의 나이가 갓 스물 남짓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보니 시인의 풍부한 감성과 성숙한 정서는 물론이고 치열하게 시대를 고민하면서 풀어낸 시대정신과 사회의식이 요즈음의 기준으로도 정말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요즈음 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사회적 책무가 기대됐고 청년세대도 그런 상황을 당연하게 감당했던 모양이다. 한 세기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우리 사회가 엄청나게 변화했고 사람들의 삶도 빠르게 달라졌다. 젊은 시절 필자가 읽었던 시나 소설의 등장인물이며 감성은 지금의 그것에 비해 훨씬 성숙된 바가 있었다. 사회가 변하면서 사람들의 삶과 생각이 변하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라 하지만 유독 요즈음 청년 학생의 삶이 힘들고 불안하다는 현실에 생각이 미치자 한껏 달아오르던 분위기가 슬그머니 달아났다.

지난 세기 동안 우리 사회는 세계적으로도 그 예를 찾을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산업화되고 발전했다. 그러나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리 청년세대의 삶은 결코 희망적으로 변하지 못한 것이 슬픈 현실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청소년의 신체적 성숙은 계속 빨라져온 반면 사회적 독립은 꾸준히 늦추어져 왔다. 이전 세대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학업에 매달려야 하고 취업을 위해 더 많은 스펙을 쌓고 준비해야 한다. 필자 세대가 누리던 대학 생활의 여유와 낭만은 지금 대학생에게는 비현실적인 사치라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대학에서 일상으로 마주하는 청년 학생의 고달픈 현실과 불안한 미래는 기성세대의 한사람으로서 뿐만 아니라 이들을 직접 지도하고 가르치는 교수의 입장에서 무척 안타깝고 슬프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요즘 세상에 힘든 현실이 청년세대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미래사회를 향해 사회구조가 요동치면서 변화하고 있고 각박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기성세대는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는 위기를 일상적으로 안고 살아간다. 평균 수명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노인세대 역시 만만치 않은 난제를 마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인공지능이 일상화되고 정보화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미래 사회에서는 청년세대에게 어떤 요구를 하고 청년의 삶이 어떻게 될지 선뜻 가늠할 수 없다. 더 긴 인생을 살아가는 노인들은 인류 역사에서 겪어보지 못한 삶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청년이든 노인이든 지금의 사회제도로는 물질적, 정신적으로 독립되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청년들은 여전히 더 늦은 나이에 사회에 진출하고 독립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청년 학생들의 신체적 성숙과 정신적 능력은 과거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지만 지난 세대 청년들이 가졌던 성숙한 정서와 풍부한 감성을 이들에게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책장 한 구석에 묻혀있던 지난 세대 젊은 시인을 마주하고 우리 청년 학생의 엄혹한 현실을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해진다. 무엇보다 청년 학생들이 더 이른 시기에 각자의 노력에 상응하는 훌륭한 직장을 갖고 바람직한 삶을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 현재의 청년은 물론이고 미래사회의 청년세대를 위한 사회적, 제도적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시급하다.

박순진 편집기획위원/ 대구대·경찰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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