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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화 문제 새롭게 풀어가자
서열화 문제 새롭게 풀어가자
  •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 승인 2017.07.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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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 민경찬 논설위원

몇 일전 취임한 교육부 장관은 ‘교육 사다리 복원’을 강조하고, 그동안 경쟁위주 교육에 의한 양극화와 기회 불평등을 비판하며, 새 정부는 공존과 협력의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겠다고 밝혔다. 현재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대입제도 단순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의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입사원서에 학교명, 사진, 출신지, 가족관계, 신체조건 항목을 삭제한다는 것이다. 다만 채용 직무에 관한 지식, 기술을 파악할 수 있는 교육훈련, 자격, 경험 등을 기록하게 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학벌 중심의 풍조를 없애자는 것이다.

이러한 이슈들의 바탕에는 ‘서열화’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과제가 자리 잡고 있다. 대학 서열화는 고교·중학교 서열화로 이어지고, 그리고 일자리 서열화, 임금, 정규직·비정규직 차별과도 연계된다는 지적이다. 자사고·외고의 문제도 설립목적과는 다르게 운영하며, 일류대 입학준비에 초점을 두고 있어 서열화를 더욱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수도권 자사고·외고 학부모들은 시위를 벌이며 새 정부 정책방향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우수한 교육여건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에 대한 주장과 함께, 자사고·외고를 없애도 지역 명문고, 강남 8학군 같은 것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블라인드 채용’도 이런 저런 자격, 경험을 불필요하게 많이 준비해야 할 것이라 한다.
 
역대 정부 초대 장관은 언제나 강한 혁신의지를 가지고 새로운 방향과 정책들을 대못박기도 하며 몰아가곤 했다. 그런데 5년 지나면 남는 것이 그리 분명해보이지 않는다. 그 과정에 많은 갈등을 가져오고 교육현장은 혼란스러워지기만 하여, 불만들이 누적되기도 했다. 결국 ‘풍선효과’의 한계를 넘기 어려웠고, 지금까지 반복돼 왔다.

우리는 교육문제를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교육문제는 교육으로만 풀 수 없다. 이는 국가 생태계의 문제이고, 사회 구조, 경쟁 구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서열화’ 문제를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새 정부의 정책들만 바라보고 논란만 벌일 것이 아니라, 대학을 비롯해 모두가 함께 이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찾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실 서열화 문제는 ‘한 줄 세우기’가 문제였으며, 특성에 따른 다양한 ‘줄 세우기’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는 무엇으로, 어떻게 줄을 세울 것인지, 그 내용 자체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대학을 평가하는 영국 <더 타임즈>사는 “수집 가능한 자료만 가지고 순위를 정하고, 대학의 중요한 여러 질적 요소들은 포함시킬 수 없어 참고자료일 뿐이다”라고 하는 데, 우리는 그 순위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
 
새 정부와 기업들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일에 갈수록 분주해지고 있다. 로봇, 사물 인터넷, 빅 데이터, 모바일 폰, 3D 프린팅 등으로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되고, 인간과 기계가 공존해야 하는 문명사적 대 전환이 오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 창의성을 갖춘 다양한 모습의 인재 양성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교육이슈들은 이러한 흐름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우리는 ‘서열화’ 문제 등 오늘의 과제에만 매몰되기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몇 개의 정책, 제도보다는, 미래 인재양성을 위한 철학, 비전에 대해 공론화하고 공감의 폭을 넓혀나가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모든 관련 당사자들의 인식의 ‘차이’, ‘다름’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며, 수평적으로 협업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성공하는 정책은 정부가 바뀌어도 지속되는 것이다. 이는 공감의 폭에 달려 있다.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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